초보 아빠도 엄마처럼 산후 우울증 나타날 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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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책임감에 따른 감정적 스트레스, 아내의 칭찬 필요

아빠도 약해질 때가 있다. 특히 아빠로서 첫걸음을 뗀 초보 아빠가 그렇다. 묵직한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고, 아이를 중심으로 변하는 환경에 우왕좌왕하면서 어느 날 문득 삶이 막막해진다. 산후우울증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데 알고 보면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출산·육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아빠에게도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다.

아빠가 되는 훈련은 녹록지 않다. 여성 산후우울증의 주원인은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이지만 남성의 산후우울증세는 환경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책임감 같은 심리적 요인이 주요 이유다.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잠을 재우고 시시때때로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면 자신감을 잃는다. 하고 싶은 일·계획을 미루는 생활이 반복되면 자유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압박감도 든다. 산후 첫 1년 동안 3~5%의 아빠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빠의 산후우울증세는 방치되기 쉽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감정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한다. 아빠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우울하더라도 ‘남자한테 이런 건 별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그러다 감정이 쌓이면 부정적인 생각·행동으로 표출된다. 경제적인 능력이나 아내를 잘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 부모님은 왜 도와줄 상황이 못 되는지 원망하는 감정들이다. 기운이 없어 행동이 느려지고 일에 능률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안절부절못하고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는 등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빠도 감정을 지지받는 것이 필요하다. 아내가 칭찬을 많이 해주고 의욕을 돋워주는 게 좋다. 기저귀 갈기·분유 타기·아이목욕시키기처럼 육아의 기본적인 부분을 미리 공부하면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변화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 감정 표현에 서툰 아빠인 만큼 부부가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한다.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부관계가 소홀해지기 쉬운데 이것이 다시 스트레스로 작용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잠시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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