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겨울 스포츠 즐기다 생긴 멍, 계란으로 문지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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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멍에 효과적인 약 사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면 피해가기 어려운 상처가 있습니다. 바로 '멍'입니다. 해마다 발생하는 스키장 부상의 40%가 외부 충격에 따른 타박상(멍)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렇게 멍이 들었을 때 멍을 빨리 빼 주는 약들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멍도 일종의 상처입니다. 이번 약이야기에서는 멍을 빨리 빼 주는 멍 크림(연고)의 효과와 주의점에 대해 알아봅니다.
 

멍은 외부 충격을 받아 붓고 통증이 생기는 증상입니다. 피부 색이 시퍼렇게 변하는 건 피부 속 세포조직과 모세혈관이 파괴돼 출혈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멍은 피부가 얇은 어린이와 여성에게 잘 발생합니다. 나이가 들면 혈관을 보호하는 섬유소가 파괴되면서 멍이 더 잘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멍은 피부 내부에서 일어난 상처입니다. 멍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데는 적어도 2주 이상 걸립니다. 멍이 심하면 통증도 있습니다. 시퍼렇게 변한 상처 부위와 통증이 불편하면 의약품으로 분류 된 멍 크림으로 회복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멍 크림(베노플러스겔, 벤트플라겔 등)의 주요 성분은 '헤파린나트륨'과 '무정형에스신', '살리실산글리콜'입니다. 헤파린나트륨혈액 응고를 억제해 멍이 깊이 들지 않게 하고 멍을 빨리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정형에스신은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낮춰 체액의 유출을 막아 붓기를 빼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살리실산글리콜은 진통작용을 해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데 도움을 줍니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이예진 교수는 "비타민K아르니카, 브로멜라인 같은 성분도 멍을 빨리 빠지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며 "제품에 이런 성분이 들어있는 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혈 위험 있는 환자 주의
이런 멍 크림을 쓸 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헤파린나트륨 성분은 혈액을 응고시키는 섬유소의 생성을 억제하므로 출혈 경향이 큰 환자에게 출혈 위험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살리실산염은 피부를 통해 많은 양이 흡수 돼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넓은 피부 표면에 장기간 사용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또 살리실산염은 모유를 통해 신생아로 전달될 수 있으므로 유방 부위에는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멍 크림은 눈 등 점막 부위나 상처 부위에는 닿지 않도록 써야합니다. 출산을 4주 앞둔 임산부는 사용하면 안됩니다. 개봉 후 1년이 넘었으면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버리는 게 좋습니다. 자칫 습진이나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멍을 빨리 빼겠다며 달걀 마사지를 하거나 쇠고기를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먼저 달걀 마사지는 멍이 든 직후에 바로 하면 멍을 빼는 데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안 그래도 혈관이 터져서 혈액이 새어나오고 있는데 문지르면 혈액이 더 퍼지기 때문입니다. 또 달걀에는 멍을 푸는데 효과적인 성분이 없습니다. 쇠고기에는 멍을 빼는 데 효과적인 성분이 일부 있지만 오히려 세균 감염 위험이 커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얼음찜질·오렌지·시금치도 도움
멍이 생겼다면 당일에는 얼음찜질 등을 통해 멍든 부위 주변 혈관을 수축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모세혈관으로부터 피가 빠져나오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2~3일 후에는 온찜질을 해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면 멍이 잘 빠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타민K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도 멍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이예진 교수는 "파인애플·오렌지·귤·레몬·사과·체리 같이 신맛이 나는 과일과 케일·시금치·브로콜리에 비타민K가 풍부하다"며 "이 밖에 아연이 풍부한 게·랍스터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멍 때문에 병원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디 부딪친 기억이 없는데도 멍이 들어있다거나 남들보다 멍이 더 잘 들고, 한 번 멍이 들면 회복이 더디다면 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예진 교수는 "세게 부딪치지 않았는데 멍이 잘 들고 오래 가면 혈액응고 장애와 관련한 질병이 있는지를 검사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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