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드트로닉과 ‘로봇 수술’ 연구…2~3년 내 많은 변화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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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크 마레스코 프랑스 소화기암연구센터(IRCAD) 소장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1년, 프랑스 소화기암연구소(이하 IRCAD) 자크 마레스코(Jacques Marescaux) 교수는 당시로써 혁신적인 ‘원격 수술’에 성공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수 천km 떨어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에 68세 여성 환자의 담낭을 로봇을 이용해 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공간의 차이를 극복한 이 수술은 1927년 미국에서 프랑스 파리를 쉬지 않고 단독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의 이름을 따 ‘린드버그 수술’로 불린다. 이후로도 그는 캐나다에서 50례의 원격 수술을 집도하며 ‘첨단 외과’의 발전을 이끌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자크 마레스코 교수가 증강현실, 로봇 등을 접목한 외과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박정렬 기자]

그런 그가 서울국제위암포럼과 서울대 의대의 '제3회 이형모 교수 기념강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만난 마레스코 교수는 자신이 몸담은 IRCAD의 사례를 중심으로 증강현실, 인공지능, 로봇 등의 발전상을 소개했다. IRCAD는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 연구, 교육하는 기관으로 매년 5700명가량의 외과 의사가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마레스코 교수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증강현실'을 도입한 외과 수술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통해 얻은 환자의 정보를 수술 전 시뮬레이션에 활용하거나, 실제 수술 중 화면 위에 띄워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마레스코 교수는 “종전에 움직임이 적은 뇌에 국한됐던 증강현실 기술을 이제는 호흡 시 움직임 등을 계산해 복부 장기에도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의료기기의 해상도가 향상되면서 기존에 보지 못한 작은 혈관이나 병이 생긴 곳만을 정확하게 도려낼 수 있게 돼 환자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마레스코 교수가 증강현실을 이용한 외과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술 화면 위로 파란색으로 표현된 혈관이 보인다. [사진 박정렬 기자]

프랑스의 경우, 폐 절제에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비용은 1인당 400유로 정도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통한 표적 절제의 가치를 인정받아 정부가 보험을 적용해주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간 절제 수술 전 증강현실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수술 계획의 45%가 바뀌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레스코 교수는 “암을 제거할 때도 중요 혈관이 어디인지 확인하면 기존에 5시간가량 걸렸던 수술을 45분 정도에 끝마칠 수 있다”며 “IRCAD에서도 수술장 안에 CT·MRI를 갖춘 ‘하이브리드 플랫폼’을 독일 업체인 지멘스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 수술과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로봇이 증강현실·인공지능 등과 결합한 ‘스마트 로봇’으로 발전할 경우, 향후 외과 수술 전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사진 왼쪽)와 중국 복강경 위암 수술 임상연구 책임자인 Guoxin LI 교수, 프랑스 소화기암연구센터(IRCAD) 자크 마레스코 소장. [사진 박정렬 기자]

마레스코 교수는 “현재 대학의 의학로봇 연구자들을 비롯해 구글·메드트로닉 등 10여개 업체와 로봇 수술의 유용성 검증과 새로운 로봇의 제작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2~3년 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경쟁을 통해 비용이 절감되고 유용성에 대한 비교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IRCAD는 2002년부터 강의와 수술 비디오를 Websurg 웹사이트(https://www.websurg.com)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사진 Websurg 홈페이지 캡쳐]

이어 그는 “인공지능 역시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기술”이라며 “의사 혼자 힘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수많은 정보를 입력,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게 가능하다. 향후 의료진을 넘어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마레스코 교수의 방한을 추진한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는 “외과 수술에서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역량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는 수준”이라며 “최신 수술 기법과 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지속해나갈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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