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배란일 정확하게 알고 싶다고요? 첫 소변은 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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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똑똑하게 임신하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결혼이 늦어지면서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도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1.0세, 여성 30.1세로 남녀 모두 30세를 넘겼습니다. 난자·정자 같은 생식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가임력이 약해져 자연 임신이 어려워집니다. 최근에는 소변 속 여성 호르몬의 변화를 관찰해 배란일을 예측하는 제품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똑똑하게 임신을 돕는 배란 진단용 제품에 대해 알아봅니다.
 

배란일을 예측하는 배란 진단용 제품은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입니다. 소변·혈액·침 등 인체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해 현재의 몸 상태를 살펴보는데 활용합니다. 이번 약이야기에서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를 다뤄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래 배란 진단용 제품은 의약품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체외 진단 시약입니다. 그런데 2014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품인 체외진단 시약과 의료기기인 체외 진단분석기용 시약의 안전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기로 일원화해 관리하기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배란 진단용 제품의 신분(?)도 의약품에서 의료기기로 바뀌었습니다. 동시에 소비자 접근성도 넓어졌습니다. 약국에서 뿐만 아니라 편의점·마트·온라인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연적 임신 확률 높이려면
배란은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가 배출되는 현상입니다. 생리주기가 28일로 일정하다면 보통 11~14일 사이에 배란이 나타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노력해도 난자·정자의 결합인 임신이 어렵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배란 진단용 제품의 도움을 고려하는 이유입니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하루 이틀씩 미묘하게 달라지는 가임기 여성의 배란일을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막연하게 노력할 때보다 자연적 임신 확률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여성의 몸은 생리주기에 따라 호르몬의 농도가 변합니다. 배란 직전에는 황체형성호르몬(LH·Luteinizing Hormone)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이를 LH 급등(LH surge)이라고 합니다. 이후 12~36시간 후 배란이 나타납니다. 실제 황체형성호르몬은 평소에는 20mIU/ml 이하이지만, 배란 직전에는 40~200mIU/ml로 높아집니다. 배란 진단용 제품은 소변 속 호르몬 농도 변화를 감지해 배란일을 예측합니다. 판독선의 색깔이 진해지면서 LH surge 시기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소변 속 LH 농도가 적으면 LH 결과 판독선의 색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 LH 급등이 나타나면 LH 결과 판독선의 색이 진해집니다. 배란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비교적 정확하게 배란일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배란 진단용 제품의 진단이 얼마나 정확한지 등을 평가하는 임상적 성능은 민감도 99%·특이도 99%로 우수합니다. 민감도는 특정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에 대한 정확도입니다. 반면 특이도는 특정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판별하는 정확도입니다. 민감도·특이도가 높을수록 정확한 진단 방법입니다. 시판중인 배란 진단용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적 성능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이들 제품의 황체형성 호르몬 검출 한계는 40mIU/mL입니다.
 
참고로, 체내로 들어온 정자는 3일 정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LH 급등 현상이 일어난 날부터 배란일, 배란 다음날이 가임 최적기입니다.
 

배란은 임신과는 검사법이 달라
배란 진단용 제품을 사용한다면 올바른 검사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실수가 검사 오류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진단 정확도를 떨어뜨립니다. 정확한 배란일을 감별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첫째, 아침 첫 소변은 피합니다. 황체형성호르몬은 기본적으로 혈중에 존재합니다. 특히 아침 첫 소변은 호르몬 농도가 가장 진합니다. 배란과 무관하게 양성(배란)으로 판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란 진단용 제품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 사이의 소변으로 검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임신을 확인할 때는 아침 첫 소변을 사용합니다. 임신을 하면 사람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hCG)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임신을 하지 않을 때는 체내에 전혀 생성되지 않습니다. 미량만 검출되어도 임신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예민하게 관찰하기 위해 첫 소변으로 검사합니다.
 
둘째, 제품 사용설명서의 사용방법을 따라야 합니다. 배란 진단제품은 제품의 형태에 따라 측정방법, 반응시간, 점적되는 소변의 양, 결과판독에 필요한 시간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에 맞춰 시행해야 정확한 검사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배란 진단용 제품은 크게 ▶미드스트림 ▶스트립 ▶디지털 제품으로 구분합니다.
 

비교적 고가인 미드스트림 제품은 흐르는 소변을 막대 끝 부분에 10초 이상 충분히 적신 후 결과 표시 창이 위로 향하게 한 다음 평평한 곳에 두고 3~5분 정도 기다린 다음 결과를 판독합니다. 많이 쓰이는 스트립 제품은 중간 소변을 소변 컵에 받은 후 3초간 소변에 담그고 5분 후 결과를 판독합니다. 이 두 제품은 스스로 검사 결과를 판독해야 합니다. 판독은 대조선과 LH 결과 판독선의 색을 비교합니다. 만일 대조선과 LH 결과 판독선의 색이 비슷하면 양성(배란)입니다. 날짜별 색 변화로 배란 여부를 보다 확실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검사 결과지를 버리지 말고 공책 등에 모아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하고 싶다면 디지털 제품을 추천합니다. 스트립을 배란진단기기에 끼우고 전원을 켠 후 흐르는 소변에 3초 가량 스트립을 적십니다. 그리고 평평한 곳에 배란진단기기의 뚜껑을 닫고 3분 정도 기다리면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일 배란이면 YES로, 아니면 NO로 표시됩니다.
 

마지막으로 검사 시작일을 잘 결정해야 합니다. 배란과 동떨어진 시점에서 검사를 하는 것은 무의미한 검사를 반복할 뿐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예상 배란일 3~4일 전부터 매일 검사하길 권합니다. 대개 생리 예정일에서 거꾸로 세어 12~16일 사이에 대부분 배란이 일어납니다. 생리주기가 28일로 일정하다면 예상 배란일은 다음 생리 시작 2주(14일) 전입니다. 따라서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12일 째 되는 날부터 검사를 시작합니다. 매일 1회씩 같은 시간에 배란이 확인될 때까지 반복해 검사합니다.
 
생리주기는 최근 3번의 생리일정을 기준으로 평균 생리주기를 결정합니다. 만일 생리주기가 매달 3~4일 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불규칙하다면 가장 짧은 생리주기를 기준으로 날짜를 계산합니다. 다만 생리주기가 21일보다 짧거나 40일 이상으로 길면 전문가와 상담해 검사 시작일을 결정합니다.
 
임신에 도움을 주는 배란 진단용 제품이지만 맹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클로미펜 등 배란촉진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임신을 했다면 배란이 아닌데도 배란이라고 잘못 진단됩니다. 폐경이거나 다낭성 난소증후군일 때도 체내 황체형성호르몬의 농도가 높아 마찬가지입니다.
이 외에도 배란 진단용 제품을 피임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생리주기를 활용한 피임법은 피임 실패 확률이 1년에 25% 이상으로 높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역시 이를 피임법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도움말: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편승연 교수, 부산대 약학대학 황은경 겸임 교수, 서울마리아병원 가임력센터 주창우 센터장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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