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실명 부르는 눈 질환 급증, 국가 차원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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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이재범 대한안과의사회장

인류의 평균수명이 날로 길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2030년에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여성이 91세, 남성이 84세다. 또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4.3%에 달할 전망이다. 

  
고령사회가 되면 눈 질환이 눈에 띄게 는다. 고령 3대 안과 질환은 녹내장·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이다. 이들 질환은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녹내장의 경우 현재 국내 76만여 명의 환자가 있다. 녹내장의 가장 큰 원인은 안압이다. 안압이 높아지면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결국 실명에 이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고안압성 녹내장’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반면 당뇨망막병증은 높아진 혈당 때문에 망막출혈이 생기는 병이다. 20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 2명 중 1명이 당뇨망막병증을 경험한다. 초기엔 증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지만 진행하면 망막부종으로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심하면 망막출혈로 인한 시력 저하가 이어진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가운데 부위인 황반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망막에 노폐물이 쌓여 망막이 위축되거나 황반 밑에서 비정상적인 새로운 혈관이 자라는데, 이때 황반이 붓고 출혈이 생겨 물건이 휘어 보이거나 실명하게 된다. 
  
이런 3대 실명 질환은 조기 진단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저검사와 안저 촬영이다. 안저검사는 특수렌즈를 통해 망막·망막혈관·시신경을 의사의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안저 촬영은 직접 눈으로 보는 대신에 사진 촬영으로 같은 정보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가 검진에는 안저검사나 안저 촬영 같은 항목이 없다. 안저검사를 하면 망막신경과 미세망막혈관을 관찰해 3대 실명 안과 질환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뇨병·고혈압 등의 전신 질환도 초기에 찾아낼 수 있다. 또 시신경을 관찰하면 뇌종양 같은 뇌 질환도 간접적으로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도 안저검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안저검사를 국가 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복지부에서도 국가 검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연구 용역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도 올해 ‘눈의 날’ 행사에서 ‘안저검사, 눈 건강의 시작입니다’라는 표어를 통해 안저검사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고령사회가 되면서 더 많은 안과 질환자가 생길 것이다. 국가는 반드시 국가 건강검진 제도에 안저검사를 도입해 조기에 국민 눈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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