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추나요법·동작침법, 이젠 미국 현지 의사들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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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의료재단 신준식 명예이사장

한의학의 세계화. 한의계의 오랜 바람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긴 이는 없었다. 개별적인 시술이나 해외 강연에 그쳤다. 문화와 제도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그 한계가 허물어졌다. 한방 비수술 치료법인 추나요법과 동작침법(MSAT)이 미국정골의학협회(AOA)의 정식 보수교육 과목으로 채택됐다. 이 성과 뒤엔 추나요법과 동작침법을 개발·정립한 자생의료재단 신준식(사진) 명예이사장의 노력이 있었다. 그를 만나 이번 보수교육 과목 채택의 의미와 과정에 대해 들었다. 

 질의 : AOA 정식 보수교육 과목 지정의 의미는.
응답 : “미국의 의료 제도에는 의사(MD)와 정골의학의사(DO)라는 두 종류의 의사가 존재한다. 모두 진단·처방·수술·처치에서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 연수·커리큘럼도 같다. 단 DO는 추가로 수기요법을 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두 전문의 과정이 통합된다. 현재 미 전역에 있는 DO가 보수교육으로 우리의 추나요법과 동작침법을 배우고, 그 평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질의 : 한방치료법이 미국 의료계에서 정식으로 인정받게 된 셈인데.
응답 : “ 그렇다. 이번 성과는 한의학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과정이 있었다. 2011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초청을 받아 DO를 대상으로 한의학 강의를 시작했다. 해마다 6년간 강의했다. 이런 활동을 지속한 결과 2015년에 한방치료법이 미시간주립대 보수교육 과목으로 지정됐다. 그 후 미시간주립대에서 자생치료법의 우수성을 인정해 AOA에 소개했고 3년간의 심의를 거쳐 보수교육 과목으로 인정됐다. 이전에는 미시간주립대에 한정된 보수교육 과목이었다면, 이제는 그 대상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 9월 6일 공식 인증서를 받았다.”

사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의학 불모지인 미국에서 제도권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30년 전 결심한 게 있었다. 한의학의 표준화·과학화·세계화였다. 세계화는 그의 마지막 단추였다.  
 질의 : 한의학의 본질과 효과를 인정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응답 : “ 2002년 추나학을 의대 선택과목으로 미국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미국 의료의 주류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교육기관에서 인정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근데 당시에는 나를 중의사나 침구사로 취급하는 시선이 강했다. 인정해주지 않았다.”
 질의 : 어떻게 미국 의사들이 관심을 갖게 됐나.
응답 : “직접 보여줬다. 강의할 때 제대로 걷지 못하는 현지의 척추관협착증·디스크 환자에게 동작침법으로 치료한 뒤 10~20분 만에 환자 스스로 자유롭게 걷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현장에 있던 정형외과 의사를 포함한 의사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치료법이냐고 놀라더라. 한번은 시카고 러시대학 강의 도중 디스크가 터져 부축을 받고 온 연구원을 동작침법으로 치료한 일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러시대학으로부터 같이 연구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관련 논문도 꾸준히 발표했다. 1년에 SCI급 논문 15편 이상 발표하도록 했다. 한방치료의 효과를 눈으로 보고 논문으로 근거를 확인하게 되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질의 : 그동안의 표준화·과학화가 원동력이었을 것 같다.
응답 : “반드시 필요했다. 전국에 어느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도 진단·처방·치료법·예후가 같아야 했다. 추나요법을 창시하고 교육하면서 250가지 기술을 정리했다. 표준화를 위해 자생한방병원을 수련병원으로 했다. 28년 전 52명에게 전수한 추나요법은 현재 5000여 명의 한의사가 시술하고 있다. 또 자생척추관절연구소를 통해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한방치료법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남겼다. 그동안의 한방 비수술 척추 치료가 옳은 길이었다는 것을 연구 성과로 증명한 셈이다.”

 질의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응답 : “우선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건강보험 한방 급여화를 확대하고 환자가 실손보험으로도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 학술 교류에도 힘쓸 것이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언제든 해외로 나갈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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