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마음의 상처는 옅어지지요, 하지만 몸에 남은 흉터는 쉽게 옅어지지 않습니다.
주홍 글씨로 남아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 쉬게 만들죠. 하지만 초기 대처와 관리를 잘하면 흉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약 이야기’ 지난 아홉 번째에서는 ‘상처 치료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죠. 이번에는 상처 치료 후 흉터를 관리하는 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처치료제와 흉터치료제는 달라요
흉터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상처 치료제와 흉터 치료제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의외로 둘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성분도 다르고 하는 역할도 다릅니다.
상처가 생기면 우리 몸은 다섯 단계를 거쳐 복원을 꾀합니다. 첫째는 염증 단계입니다. 상처를 무너진 집에 비유하면 일종의 ‘청소 단계’입니다. 손상된 곳에 치유와 관련된 염증 물질이 몰려들어 괴사 조직이나 이물질, 균 등을 제거합니다. 보통 2~3일간 지속됩니다. 이때는 항생제 연고(후시딘, 마데카솔 등)를 발라 통풍이 잘 되는 밴드를 붙여두거나, 연고 없이 습윤밴드를 붙이면 됩니다.
염증기 이후부터 2~3일간은 세포 증식기입니다. 정상 세포가 함몰된 주위로 몰려 파인 부분을 메웁니다. 이때도 습윤 밴드를 붙여두면 좋습니다. 상처는 수분이 없는 상태에서 치유가 더디거나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데, 습윤 밴드는 상처를 촉촉히 해주는 역할을 해 세포의 정상적인 치유를 돕습니다.
그 다음 약 7주 간 콜라겐 증식기가 진행되는데요, 이때는 염증 물질이 확연히 줄어들고 콜라겐과 혈관 생성 등이 활발히 진행됩니다. 흉터치료제는 이때부터 사용하면 됩니다. 일반 상처의 경우 딱지가 떨어진 직후, 수술하신 분들은 실밥을 풀고 난 직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어떤 흉터 치료제를 사용해야 할까요. 너무 다양한 제형, 성분들이 나와 있어 혼란스럽다는 분이 많습니다. 현재 흉터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알란토인 ·헤파린 복합물 연고와, 실리콘 제제입니다.
콘투락투벡스(독일 멀츠)가 가장 오래된 흉터연고제 중 하나인데, ‘양파연조엑스·알란토인·헤파린’이 주 성분입니다. 최근 많이 팔리고 있는 벤트락스겔(태극제약), 스카덤겔(신신제약) 등도 이 세 가지가 주 성분입니다.
이 성분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할까요. 우선 양파연조엑스(양파추출물)는 흉터 부위의 비정상적인 염증과 콜라겐·섬유아세포의 과다 증식을 억제합니다. 염증 반응으로 인한 색소 침착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흉터는 콜라겐이 과도하게 증식되면서 생기는 것인데, 이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알란토인은 진정 작용 및 각질 용해 작용을 합니다. 흉터에 보습 작용을 하며 약물의 투과성도 높입니다. 헤파린은 뭉쳐 있는 콜라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양파연조엑스 대신 덱스판테놀 성분을 넣은 흉터치료제(노스카나 겔 등)도 나왔습니다. 덱스판테놀은 아기 상처 연고로 유명한 비판텐의 주요 성분이지요. 덱스판테놀은 피부에 흡수되면 판토텐산이라는 물질로 전환된 뒤 피부 재생을 돕습니다. 양파연조엑스를 뺀 대신 헤파린나트륨과 알란토인 성분 함량은 5배~10배 높이고, 피부 재생에 효과가 있는 덱스판테놀 성분을 넣은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연고가 더 좋은 걸까요. 흉터 유형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다. 양파연조엑스는 콜라겐의 과다 생성과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더 뛰어나므로 이 성분이 들어간 치료제는 비대성 흉터(켈로이드 등 튀어나온 흉터)에 더 맞을 수 있습니다.
덱스판놀을 넣은 흉터치료제는 색소 침착이 우려되거나 파인 흉터, 즉 여드름 흉터 등에 조금 더 효과적일 수 있겠습니다.
이들 연고는 상처 치료제처럼 그냥 발라 놓는 게 아니라 마사지하듯 몇 번 문질러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하루 2~3번 정도, 최소 2~3개월은 매일 빠지지 않고 발라야 효과가 있습니다.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은 두 달 사이 급격히 진행되므로 이 기간 동안은 꼭 발라주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더 발라줘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 다만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실리콘 제제입니다. 더마스틱 울트라(한국 메나리니), 시카케어(스미스앤네퓨) 등이 대표적인 실리콘 치료제입니다. 실리콘이 어떻게 흉터를 옅게 할까요. 피부에 상처가 나면 수분 손실이 증가해 콜라겐 합성이 늘어납니다. 흉터는 콜라겐의 비정상적인 합성이 진행되면서 생깁니다. 실리콘 막은 상처 부위 수분을 유지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또 성장인자 발현 조절 기능도 있습니다. TGF-베타, FGF-베타라는 성장인자를 조절해 섬유 조직의 합성과 분해 간 균형을 회복시킵니다. 또 실리콘은 산소는 투과시키면서 세균은 통과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세균에 의한 콜라겐 과다 합성도 막습니다. 색소를 옅게 하면서 가려움증이나 통증도 완화해주지만, 특히 흉터를 평평하게 해주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연구돼 있습니다(2007년 국제상처치료학회지 등).
실리콘 치료제는 붙이는 시트제와 바르는 겔 형태가 있습니다. 붙이는 실리콘 제제는 상처 부위를 옷으로 덮어야 하는 곳에 많이 쓰입니다. 겔 형태는 바른 뒤 수 분간 기다려야 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노출된 얼굴 등에 바르는 것으로 적당합니다.
실리콘 시트는 한번 붙인 뒤 최소 12시간 이상은 부착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용한 뒤 씻어서 다시 2주 까지 재사용 가능합니다. 실리콘 제제 역시 2~3개월은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치료제만으로 흉터 100% 없어지진 않아, 심하면 레이저 고려해야
그렇다면 이런 치료제를 바르면 흉터가 100% 없어질까요? 옅은 흉터의 경우 가능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용하지 않았을 때 대비 30~50% 더 좋아진다는 생각으로 써야 합니다. 임상 결과에서도 대부분 그 정도 효과가 나왔습니다. 또 적어도 2~3달은 꾸준히 써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보다 확실한 효과를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다면 피부과로 바로 가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피부과에서는 주로 레이저와 주사제로 흉터를 치료합니다.
튀어나온 흉터엔 우선 스테로이드 주사로 병변을 희미하게 한 다음, 프락셀레이저 등으로 정돈합니다. 한 달 간격으로 3~5회 치료하면 많이 옅어집니다. 여드름이나 좁은 부위 흉터엔 핀홀 치료법 등을 씁니다. 미세한 레이저로 한땀 한땀 레이저를 쏘면 콜라겐이 풀어진 다음 새 살로 대치되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입니다. 1달 간격으로 5~6회 정도 치료 받으면 상당히 회복됩니다.
도움말=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서동혜 원장,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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