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전절제 두려워 마세요. 세계 최고 수준의 재건술이 있습니다”

인쇄

[인터뷰]순천향대서울병원 성형외과 강상규 교수

유방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암 치료를 위해 유방을 뗀 환자는 여성으로서 정체성 상실과 같은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한다(대한간호학회지, 2016).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90%를 넘으면서, 암의 제거만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라진 유방을 되살리는 ‘유방 재건술’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국내 유방 재건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순천향대서울병원 성형외과 강상규 교수를 만나 발전하는 유방 재건술의 현주소와 보형물 선택 시 알아야 할 점을 물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성형외과 강상규 교수는 "우리나라 유방 재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질의 : 2000년부터 유방 재건술을 시행했다. 사회적 인식 변화를 체감하나.
응답 : “ 2000년대 초반에는 유방 재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보험도 안돼 가격도 비쌌다. 유방 재건술을 시행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실제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도 10곳 가량에 불과했다. 지금은 환자가 먼저 유방 재건술이 가능한지 묻는다. 우리 병원의 경우, 전절제술을 한 환자의 60%가 유방 재건술을 선택한다. 전국 평균도 30% 정도로 올라섰다. 일찍부터 유방 재건술을 시작했고,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이제 한국은 미국에 버금갈 만큼 유방 재건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아시아에서는 ’톱(Top)’이라 자부한다. 우리 병원에도 베트남을 비롯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에서 유방 재건을 비롯한 성형외과 수술기법을 배우러 매년 의사를 보내고 있다.”
 질의 : 유방 재건술이 증가하는 배경은.
응답 :
"경제 발전으로 인한 영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구화된 첫 세대가 현재 40~50대다. 전과 달리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도 다소 낮아졌다. 이런 변화가 유방암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여성호르몬에 오래 노출될수록, 서구화된 식습관을 즐길수록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 원래 암은 50대 이후에 자주 발생하는 데, 우리나라는 변화된 환경에 직면한 40~50대 발병률이 가장 높다. 이 그룹이 나이를 먹으면서 위험도가 누적되는 만큼, 유방암 환자는 향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등 서양과 비슷한 패턴이다. 유방암 환자가 늘면 독한 암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경우도 는다. 반면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남은 삶의 질을 위해 유방 재건술을 선택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유방 재건술에 선별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유방 재건술이 크게 늘었다."
 

연도별 연령별 유방암 환자 수. 유방암 환자의 중간 나이는 2000년 46세에서 2016년에는 51세로 점차 늦춰지고 있다. [사진 한국유방암학회 유방암백서2018]

 질의 : 유방 재건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응답 : “ 유방 재건술은 재료에 따라 자가조직과 보형물, 시기에 따라 지연 재건과 즉시(동시) 재건으로 구분한다. 과거에는 암을 뗀 후 시간이 지나 유방을 되살리는 지연 재건이 일반적이었다. 암 치료가 우선이고 재건은 후 순위였다. 의사들도 2~3년 후까지 재발하지 않으면 그때 재건하자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 데이터가 쌓이면서 유방 재건술이 암의 재발과 발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고, 이제는 암 제거와 동시에 유방을 살리는 즉시 재건술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즉시 재건은 암을 뗄 때부터 재건을 고려해 피부를 남기고, 추가적인 입원과 처치가 필요하지 않아 지연 재건보다 효율적이다. 재료적인 면에서는 보형물을 활용한 재건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방 보형물을 활용한 재건 비율이 70%를 넘었다. 반면 자가조직은 30% 미만으로 점점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보형물과 자가조직의 재건 비율이 6대 4로 보형물을 활용한 재건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형물 제조 기술이 발전하고, 재건 기술이 향상되면서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에 올라섰다.”
 

강상규 교수가 변화하는 유방 재건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질의 : 보형물과 자가조직을 활용한 재건은 어떤 장단점이 있나.
응답 : “ 자가조직은 수술 후 비어있는 유방 조직을 자신의 아랫배나 등 근육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뱃살과 광배근(어깨를 움직이는 보조근)을 뗀 후, 가슴 혈관에 이어 붙여 생착시킨다. 자기조직을 활용하는 만큼 감각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고 촉감도 부드럽다. 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추가 처치 과정에서 흉터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뱃살을 뗄 때는 50cm 이상, 등은 15cm 이상 절개를 해야 한다. 보형물은 자가조직에 비해 수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추가적인 흉터가 남지 않을 뿐 아니라 회복이 빠르다. 반면 보형물이 안에서 이동하거나, 수술 후 주변 근육이 딱딱해지는 구형구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질의 : 자가조직을 활용한 재건술이 보형물보다 어려울 것 같은데.
응답 : “ 오히려 자가조직보다 보형물 재건이 더 어렵다. 한 미국 의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가조직 재건 경험이 풍부한 그도 보형물 재건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까지 5년 이상이 걸렸다고 했다. 자가조직 재건은 생착의 문제다. 옮긴 조직이 가슴에 붙기만 하면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스스로 모양이 잡힌다. 그런데 보형물은 1cm만 잘못 넣어도 그게 그대로 유지된다. 심미안이 필요한 분야다. 다른 쪽 유방과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게 다양한 수술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질의 : 암 병기에 따라 재건술 재료가 달라지나.
응답 : “ 병기보다 방사선 치료 유무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치료 시 보형물의 구형구축(주변이 딱딱해지는 것)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용 목적으로 보형물을 넣을 때도 10% 가량에 구형구축이 발생하는데,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이럴 확률이 3~4배 더 높아진다. 방사선의 영향으로 주변 조직이 딱딱해지면서 통증이 나타나고, 모양이 이상하게 변한다. 심하면 피부가 괴사해 보형물이 피부 밖으로 비춰 보이거나 튀어나올 수도 있다.”
 질의 : 암이 진행돼 전절제술을 할 때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지 않나. 유방 전절제술 환자는 유방 재건술의 대상자인데.
응답 : “ 아니다. 반대로 암이 있는 부위만 떼는 부분 절제에서 거의 100% 방사선 치료가 이뤄진다. 유방 조직을 살리는 만큼 혹시 남았을지 모르는 암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전절제를 한 경우에는 이럴 위험이 적어 일부만 방사선 치료가 시행된다. 물론 자기 조직을 살리는 것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반면 오랜 시간 추적검사를 해야 해 스트레스가 크고, 재발에 대한 우려도 안고 살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전절제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유방 재건술의 결과가 개선되면서, 조직을 남겨 방사선 치료를 하고 정기 검사를 받느니 차라리 깨끗이 없애고 재건하겠다는 환자가 늘고 있다. 선택의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는 젊은 유방암 환자가 전절제 후 유방 재건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연도별 유방암 수술 방법 추이. [사진 한국유방암학회 유방암백서 2018]

 질의 : 지난 2015년부터 유방 재건술에 선별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 후 수술 건수가 증가했나.
응답 : “ 비보험일 때 유방 재건술 비용은 한 쪽에 800만~1500만원이었다. 선별 건보가 되면서 수가가 400만~800만원으로 낮아졌다. 환자는 이 중 50%인 200만~400만원을 낸다. 비용 부담이 줄면서 재건 건수도 보험 전보다 약 6배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 해 6000건 정도 유방 재건술이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인한 유방 재건술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유방암으로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위험감소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유방재건 시행 후 합병증으로 인해 유방재건을 하는 경우다. 과거 유방 전절제술을 받았어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위험 감소 유방 전절제술은 한 쪽 유방에 암이 있으면서 유전자 검사에서 암 발생 가능성이 큰 경우 등에 예방 목적으로 유방을 떼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의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검사 후 자신의 유방을 제거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런 목적의 전절제술을 할 때도 유방 재건술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질의 : 지난 10월부터는 유방 재건술에 새로운 종류의 보형물이 건강보험으로 등재됐다.
응답 : “ 의사들이 보건당국에 요청한 사안이다. 대상은 국내에서 개발한 ‘마이크로텍스쳐(Micro Texture)’라는 실리콘겔 유방 보형물이다. 보형물은 표면 구조에 따라 마이크로텍스쳐와 스무스(smooth), 텍스쳐(Texture)로 나뉜다. 스무스, 마이크로텍스쳐, 텍스쳐 순으로 표면이 까칠 까칠한데, 유방 재건에는 대게 고정이 잘 되는 텍스쳐를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 텍스쳐가 역형성대세포림프종(이하 ALCL)과 연관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고, 그 대신 스무스를 사용하자니 수술 후 구형구축이 자주 생기고 환자 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마이크로텍스쳐는 표면이 중간 정도로 까칠해 수술 후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구형구축이 드물게 발생하고 촉감이 부드럽다. 다양한 장점이 있어 미용 목적의 유방 확대술에도 뒤늦게 개발된 마이크로텍스쳐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유방 재건에서는 보험 적용이 안돼 환자가 100만원 가량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번 보험 등재로 재건 의사로서 새로운 ‘무기’를 갖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
 

유방 보형물의 종류. 고정력이 강한 텍스쳐는 물방울 보형물도 개발됐다.

 질의 : ALCL은 무엇인가. 스무스나 마이크로텍스쳐는 안전한가.
응답 : “ALCL은 일종의 림프종으로 주로 텍스쳐를 활용해 유방을 만들 때 발생한다. 유방 보형물을 넣으면 내부에서 몇 달에 걸쳐 이를 감싸는 ‘캡슐(피막)’이 만들어진다.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체내 조직과 이를 분리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생기는 막이다. 표면이 까칠한 텍스쳐는 스티커처럼 캡슐에 달라붙는데, 보형물이 움직이면 주름이 지고 펴지면서 공간이 생긴다. 그러면서 이곳에 액체가 고이는 장액종이 발생하고, 자극에 대한 방어기전으로 면역세포인 T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림프종이 바로 ALCL이다. 스무스나 마이크로텍스쳐는 표면 돌기가 작아 캡슐과 잘 결합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부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다. ALCL이 나타날 위험도 적다. 앞서 구형구축이 스무스에 자주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 역시 캡슐과 관련이 있다. 매끈한 보형물을 축소하려면 그만큼 주변 조직에 힘이 더 들어가고 수축하거나 두꺼워지면서 구형구축이 더 자주 발생한다.”
 질의 : 앞서 텍스쳐로 유방 재건술을 받은 환자는 추가 검사를 받아야하나.
응답 : “ 미국에서는 텍스쳐로 유방 확대·재건술을 한 수백 명에게 ALCL이 발생했다. 이 중에는 유방암 환자도 있었다. 현재까지는 텍스쳐를 삽입한 후 7년이 지났을 때 ALCL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액종이 생기면 붓거나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초음파나 CT를 찍어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다만,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이 괜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관련 학회에서도 ALCL 발견 후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ALCL 환자는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아시아 인종은 태국계 한 명만 발견됐을 뿐이다. 체질적인 차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똑같은 보형물을 써도 ALCL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질의 : 유방 재건술을 고려하는 유방암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응답 : “환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안전성이다. 유방 재건을 한다고 암 위험이 높아지거나 암 진단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부담도 많이 줄었다. 보형물을 활용한 재건은 합병증 위험이 준 반면 결과는 좋아지고 있다. 유방 재건술은 모양보다 반대쪽 유방의 크기·높이 등에 따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맞춰 지금보다 크기가 더 작은 재건용 마이크로텍스쳐 보형물도 나올 예정이다. 유방 재건을 하는 대학병원 의료진은 모두 5년 이상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어느 곳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니 안심하고 수술해도 된다. 여러 문제가 해결된 만큼, 상황이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재건을 시도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강상규 교수=순천향대 의대 졸업, 순천향대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 MD앤더슨 암센터 연수, 대한성형외과학회 정회원 및 편집위원,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정회원


박정렬 기자 park.jungryu@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