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질염 약은 자기 전 사용하고 질 세정제는 주 2회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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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약국 구입 질염 약의 효과와 주의점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요즘처럼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여성을 괴롭히는 질환이 있습니다. 여성의 감기로 불릴 만큼 여성에게 흔히 생기는 '질염'입니다. 질염을 치료하는 약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처방 받는 것도 있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각 원인 균에 따라 치료약이 달라집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질염 약과 질 세정제의 효과·주의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질 분비물이 생기면 무조건 질염에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냉'은 여성의 생리주기에 따라 변합니다. 배란이나 생리 전에는 약간 갈색의 분비물이 생기기도 하고 배란기에는 끈적거리며 맑은 분비물이 평소보다 많아집니다. 하지만 냉의 형태가 치즈처럼 덩어리지거나 녹색인 경우, 악취가 나고 가려움증·통증이 있는 경우엔 질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질염은 원인 균에 따라 증상이 다르고 문제가 되는 생활 습관도 다릅니다. 대표적인 원인 균은 세 종류입니다. 세균성·칸디다성·트리코모나스 질염입니다.
 

원인균에 따라 냉 형태 달라
세균성 질염은 질 내에서 1% 미만이던 혐기성세균이 100배 이상 증식하는 질염입니다. 잦은 질 세척이나 잦은 성관계 등이 원인입니다. 가려움증·통증은 심하지 않지만 속옷을 적실 정도로 누런 분비물이 나오며,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가 납니다. 악취는 성관계 후 더욱 심해집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 관계에 의해 전파되는 성병으로 감염된 파트너와 한 번만 관계를 해도 70% 이상이 감염될 수 있습니다. 남성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주로 여성에게만 나타납니다. 증세가 악화하면 담황색·녹색의 거품 섞인 분비물이 나오고 악취를 동반합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여성만 치료하면 성관계로 재발할 수 있으므로 파트너도 함께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가 질이나 외음부에 번식해 일으키는 질염입니다. 75%의 여성이 살아가면서 한번 이상 경험하고, 약 45%의 여성은 1년에 2회 이상 경험합니다. 성행위와 관계없이 발생하며 스키니진이나 레깅스같이 통풍이 잘 안 되는 옷을 입으면 곰팡이가 잘 번식합니다. 임산부나 당뇨병을 앓는 사람, 비만한 여성, 경구피임약·항생제를 복용한 여성에게도 잘 생깁니다. 외음부에 습진이 생긴 것처럼 보이고 가려움증이 심합니다. 흰색의 비지나 두부 으깬 것, 혹은 치즈 같은 모양의 냉이 나옵니다.

갑상선 질환 있으면 사용 주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질염약 중 대표적인 두 가지 제품이 '카네스텐 질정'‘지노베타딘 질좌제'입니다. 질염의 원인균이 다르듯 약 하나가 모든 종류의 질염을 치료하지는 못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카네스텐 질정(성분 클로트리마졸)은 칸디다성·트리코모나스 질염에는 효과가 있지만 세균성 질염은 치료하지 못합니다.
 
지노베타딘 질좌제(성분 포비돈요오드)는 칸디다성·트리코모나스·세균성 질염에 효과가 있습니다.
카네스텐 질정은 6일 연속 사용하는 카네스텐 질정(6일 치료법)과 1일용 카네스텐 ONE 질정(1일 치료법) 두 종류가 있습니다. 주성분 용량이 다르지만 치료 효과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고용량 질정(주성분 함량 500mg)을 한번 사용하느냐, 저용량 질정(주성분 함량 100mg)을 여러 번 사용하느냐의 차이로 본인이 사용하기에 더 편한 제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질정제를 사용했을 때 두드러기, 피부 벗겨짐, 가려움증, 발진, 화끈감, 질 출혈, 복통, 하복부 경련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멈춰야합니다. 카네스텐 질정의 경우 드물지만 실신·저혈압·호흡곤란 같은 전신 부작용이 생겼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지노베타딘질좌제는 요오드 성분 때문에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분에게는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질정제 모두 병원 진료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지만 위와 같은 주의사항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사용 전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증상 호전 없으면 병원 찾아 진단받아야
질정제·질좌제 사용법은 동일합니다. 하루에 한번, 자기 전에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질 안쪽으로 약을 넣습니다.

자기 전에 사용하는 이유는 자는 동안 약이 흘러나오지 않고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질염을 빨리 치료하고 싶어 낮에 생활하는 동안 사용하면 약 성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몸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질정제·질좌제는 발병 부위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빠릅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약을 썼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일반인이 질염 원인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고, 질염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질정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질염도 있습니다. 이럴 땐 병원에서 먼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곰팡이가 원인인 칸디다성 질염은 외음부까지 감염 돼 질 바깥쪽이 가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크림류(카네스텐 크림)를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가려움증이 있는 부위를 깨끗하게 씻은 뒤 하루 1~3회 발라줍니다.
 
질염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비누로 질을 세척하면 오히려 질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비누는 알칼리성입니다. 하지만 질 내 환경은 산성(PH 4.5~5.1)일때 가장 건강에 좋습니다. 알칼리성인 비누로 질을 세정하면 질 내 방어벽을 약하게 만들어 질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비누 대신 질 전용 세정제를 이용해 질을 세척해야 합니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분류된 세정제는 '지노베타딘 질세정액(포비돈, 먼디파마)과 솔박타액(트리클로카르반, 보령제약)'이 있습니다.
 
질 세정제는 주 1~2회 사용하고, 다른 날에는 흐르는 물에 세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두 제품 모두 유해 균을 강하게 억제하는 세정제라서 너무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질 내 유익균을 손상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노베타딘의 요오드 성분은 갑상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수유부와 갑상선질환자는 사용 전 의약사와 반드시 상담해야 합니다.
 
질염은 재발이 잘 되는 질환입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생활습관을 점검해 봐야 합니다. 통풍이 잘되는 면 제품을 입고, 스키니진·레깅스·스타킹 같이 꽉 조이는 제품은 피합니다. 질염 치료 중에는 재발과 감염부위 외상을 예방하기 위해 성관계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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