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더 늙어보이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거칠고 어둡게 변한 피부 입니다.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등산·단풍놀이 등으로 야외활동이 활발해집니다. 덩달아 피부의 최대 적인 ‘자외선 노출’도 늘어납니다. 자외선이 피부의 색소 세포를 자극해 기미·주근깨·검버섯 등을 만듭니다. 가을은 강력한 여름 자외선에 피부 체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피로가 누적돼 작은 충격에도 잡티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맑고 투명한 피부를 만드는 약에 대해 알아봅니다.
사실 기미·주근깨·검버섯 등은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생체 방어기전의 일부 입니다.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피부 속 멜라닌 색소가 활성화돼 짙어집니다. 형태는 조금씩 다릅니다. 기미는 옅은 갈색의 반점이 햇빛에 잘 노출되는 이마나 볼, 관자놀이, 입 주변에 넓게 퍼집니다. 눈과 광대뼈 부위를 중심으로 얼굴 좌우 양쪽에 대칭적으로 나타나 판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주근깨는 5~6㎜이하의 둥근 갈색 반점이 얼굴·손등·앞가슴 등 몸 곳곳에 무리지어 나타나고, 검버섯은 볼록하게 튀어나온 넓적한 갈색 반점이 피부 표면에 생깁니다. 멜라닌 색소가 자외선을 일차적으로 막아 체내 흡수를 차단합니다. 일종의 방어 반응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피부 잡티는 건강상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멜라닌 색소가 피부에 층층이 쌓이면서 얼굴빛이 어둡고 칙칙하게 변합니다.
피부재생 촉진해 기미·주근깨 등 잡티 치료
피부의 색소침착이 심하지 않다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으로도 관리가 가능합니다. 약은 성분에 따라 크게 ▶히드로퀴논(도미나크림·멜라노사크림 등) ▶트라넥삼산(트란시노2·더마화이트 등)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히드로퀴논·트라넥삼산 성분은 공통적으로 멜라닌 세포를 활성화하는 효소(티로시나제)를 억제해 피부 톤을 개선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미·주근깨·검버섯 같은 잡티가 가득한 피부가 각질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갑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 멜라닌 색소가 침착된 어두운 피부세포는 없어지고 깨끗한 피부가 위로 올라옵니다. 밝고 깨끗한 피부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피부 색소침착을 치료할 때 살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지속적인 치료입니다. 약을 이용한 피부 색소침착 치료는 피부의 재생주기를 활용합니다.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속 색소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거나 각질을 벗겨내는 피부과 시술과 달리 약을 투약하자마자 곧바로 개선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피부는 평균 28일을 주기로 재생합니다. 나이가 들면 피부 재생주기가 늘어나 그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치료 효과를 체감하는데 오래 걸리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어떤 약을 선택하든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소 4주 이상은 투약해야 합니다.
둘째는 햇빛 차단입니다. 기미·주근깨·검버섯 같은 피부 색소 침착은 햇빛 자외선에 노출되면 언제든지 재발하기 쉽습니다. 치료 효과의 무효화를 막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게다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색소 생성 반응을 억제한 상태라 그만큼 자외선에 취약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낮에는 3~4시간 간격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 피부를 보호해야 합니다.
피부 색소 침착엔 일차적으로 바르는 약 선택
기미·주근깨·검버섯 치료에는 일차적으로 바르는 형태의 히드로퀴논 성분을 활용합니다. 비교적 안전성이 우수하고, 피부 톤 개선 치료효과를 입증해서입니다. 피부과치료학회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히드로퀴논 성분을 12주 동안 사용한 기미 환자 그룹의 40%는 기미가 완전히 치료됐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히드로퀴논 성분은 피부 자극이 심합니다. 약 성분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 색소침착이 심해지고 피부 자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외선의 영향이 적은 밤에만 사용합니다. 또 낮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 피부를 보호해야 합니다. 만일 얼굴이 붉어지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일단 사용을 중단하고,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온 이후 다시 소량씩 사용합니다.
빠르고 효과적인 피부 톤 개선을 위해서는 트라넥삼산 성분을 선택합니다. 피부과에서 레이저 치료 후에도 없어지지 않는 기미를 치료하기 위해 이 약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실제 트라넥삼산 성분의 약 복용 2주 후부터 피부 톤이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치료 유효성도 입증했습니다. 일본에서 기미 환자 115명을 대상으로 트라넥삼산 성분의 기미로 인한 피부 톤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결과, 약 복용 2주 만에 응답자의 29.5%가 피부 톤이 좋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이 비율은 4주 후 62.6%, 8주 후에는 85.2%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기미가 매우 개선됐다고 답한 비율도 보용 2주 후 4.3%에서 복용 4주 후 16.5%, 복용 8주 후 40%로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트라넥삼산 성분을 복용할 때는 혈전관리에 주의해야 합니다. 트라넥삼산 성분은 약의 작용 기전 상 멜라닌 색소의 활성과 관련된 효소는 물론 혈전을 만드는 것을 억제하는 것과 관련된 효소(플라스민)도 동시에 억제합니다. 따라서 혈전 관련 부작용을 완전히 배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미가 잘 생기는 55세 이상 중장년층은 갱년기로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 혈전이 잘 생겨 복용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만일 약을 복용했을 때 두통이나 가슴 통증이 심하거나 혀가 꼬이고, 한쪽 종아리의 통증·부종이 나타났을 땐 즉각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도움말: 오성곤 성균관대 약대 겸임교수, 보령제약, 태극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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