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내 세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우리의 장에는 유해균·유익균이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데, 유해균이 많아지면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에 유익균을 넣어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이 유익균이 바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입니다. 약국·쇼핑몰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지만 임상에서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고 복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변비약’ ‘만병통치약’ 쯤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하지요. 제품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 자신에게 도움 안 되는 제품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잘 몰랐던 다섯 가지 사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잘 고르고 먹는 법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체크포인트 1. 프로바이오틱스는 한 가지 성분이 아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양한 유익균을 통칭합니다. 오메가-3·글루코사민 같은 단일 물질이 아니란 의미지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프로바이오틱스에는 한두 가지 균만 있는 제품도 있고 수십여 종을 담은 제품도 있는데, 균마다 조금씩 다른 기능이 있으므로 균을 구분하는 법부터 알아둡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을 인정한 프로바이오틱스는 19가지입니다(상단 표 참고). 그 중 가장 친숙한 균은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로 마시는 요구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요. 유익균의 이름은 속과 종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가령 과채유래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랜타럼 CJLP133(L.plantarum CJLP133)’은 락토바실러스 속, 플랜타럼 종의 CJLP133라는 이름의 균을 뜻합니다.
#체크포인트 2. ‘장 건강 개선’ 외 다른 효능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은 ‘장 건강 개선’ 입니다. 특히 6세 미만 소아의 항생제 관련 설사나 급성 감염성 설사에는 보조적 치료제로 처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 균의 종류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건강 효과가 더 있습니다. 장내 환경 개선 이외에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면역력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면역세포·항체의 60%가 장에 있는 만큼 병원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만들고 항체(IgA) 생성을 자극하며, 면역 작용을 활성화시킨다고 합니다. 식약처로부터 개별 인정을 받은 균도 있습니다. 가령 ‘락토바실러스 플랜타럼(L.plantarum) HY7714’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과 피부 보습과 관련해 인정을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도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는 균주마다 다르므로 각각의 효능을 구분해 사용하길 권한다”고 고시합니다. 종류가 많은 만큼 제품을 선택할 때 개별 질환에 대해 효과가 입증된 균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체크포인트 3. 종류 많고 마리 수 많을수록 좋다
균의 종류와 제조사가 모두 다르니 프로바이오틱스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품에 표기된 균 수의 차이도 큽니다. 이럴 땐 주어진 예산 내에서 내가 원하는 효능을 가진 균이 많이 들어있는 제품을 고르기를 권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있는 균’이며,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사멸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유익균을 섭취해야 장까지 살아남아 기능을 발휘하겠지요.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허가를 받으려면 1회 복용량 당 1억~10억 마리(108~109 CFU)의 균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서 CFU란 ‘세균 군집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세균 수’로 살아있는 세균의 수와 같은 의미이므로, 숫자가 클수록 좋습니다. 단, 제품에 표기된 것보다 많은 용량을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체크포인트 4. 면역력 약하고 항생제 먹는 환자 ‘조심’
프로바이오틱스가 살아있는 균이고, 원래 장 속에 살고 있는 유익균이니 부작용이 아예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엔테로코커스가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했을 때 항생제 내성이 생겼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때는 전문의와 상의를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을 잠시 중지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부작용 사례도 있습니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현황’에 따르면 설사(30.7%)와 위장 불편(8.7%), 구토(7.3%) 같은 위장관 증상과 피부발진 및 두드러기(14%) 같은 이상사례 신고가 접수됐으므로 참고해 둡니다.
반면 복용 자체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장기이식 후 거부 반응 제어제를 복용하는 환자와 자가면역 질환 치료 환자, 화학적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 심장 내막염을 앓은 적이 있는 심장 질환자 등은 섭취에 주의할 것을 강조합니다. 중심정맥관(카테터)을 삽입한 환자에서 프로바이오틱 섭취 시 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체크포인트 5. 유효기간·보관법 지켜야 효과↑
프로바이오틱스는 액체(발효유)·캡슐·분말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됩니다. 이 때 보관법을 지키는 것이 균들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프로바이오틱스는 생균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 특히 온도 변화에 의해 죽기 쉽다고 합니다. 제조할 때 100억 마리의 유익균을 담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유효기한이 임박할수록 사멸할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제품을 구입하거나 선물 받았다면 용법에 맞게 빠른 시일 내 섭취하기를 권장합니다. 또한 명기된 보관법을 잘 따라야 유익균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으니 냉장·상온 등 보관 방법을 잘 따르도록 하세요.
도움말: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과 연구 동향(한국식품연구원, 2018), 프로바이오틱스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연구(한국보건의료연구원, 2016),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 가천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