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증세 느끼면 이미 암…대장 용종 찾아 싹 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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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없어지는 대장암?

대장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3위이자 암 발생률 2위다. 노령 남성 인구에서 주로 발생한다. 젊거나 여성이라고 모두 안전한 건 아니다. 대장암의 씨앗인 용종은 30대부터 많이 발견되고 65세가 넘으면 여성을 가장 위협하는 암으로 돌변한다. 다행히 대장암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용종을 찾아 제거하면 대장암의 싹을 자를 수 있다. 9월은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정한 ‘대장암의 달’이다. 대장암의 발생 현황과 올바른 초기 대처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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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먹으면 입,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지나 항문으로 배출된다. 대장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위로 복부에 위치한다. 크게 소장과 연결된 1.5m 길이의 결장과 항문 쪽 끄트머리 15㎝가량의 직장으로 나뉜다. 대장은 소화·흡수되고 남은 음식물이 통과하는 곳이다. 주로 수분과 전해질을 흡수하고 대변을 항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대장암은 결장이나 직장에 발생한 악성 종양을 통칭한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용종 단계를 거친 후 암으로 진행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대장암 사망률은 10만 명당 16.5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위암 사망률(16.2명)을 추월했다. 폐암·간암 다음으로 높다. 발생률도 심상치 않다. 국제암연구소(IARC) 자료를 보면 한국인은 10만 명당 45명꼴로 대장암이 발생한다. 일본(32.2명)·미국(25명)을 크게 웃돈다.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이강영(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지난 20년간 대장암 발생률이 급증했다”며 “대장암은 초기에 치료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0대 용종 발견율 17.9%  
그동안 대장암은 노령 남성 인구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컸다. 젊은 층이나 여성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 한 해 대장암 발생자의 약 11%는 30~40대다. 용종의 발견율도 30대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30대의 용종 발견율은 17.9%로 20대의 2.6배 수준이다. 이강영 교수는 “젊은 층은 증상이 발생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나서야 병원에 온다”며 “젊어도 이상 소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성도 요주의 대상이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여성 대장암 환자가 급증한다. 65세 이상 인구에서 남성은 폐암, 여성은 대장암이 암 발생률 1위다.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홍창원(외과) 전문의는 “대장암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주 발생하는데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의 대장암 억제 효과가 사라져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대장의 우측(맹장·상행결장 쪽)에 암이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암의 악화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덜 받는다. 국립암센터가 암 검진 수검 행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장내시경 권고안 이행 수검률은 남성 46.3%, 여성 35%로 차이가 났다. 
  
대장암의 발생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무엇보다 대장암은 가족 단위로 잘 발생한다. 부모 중에 대장암 환자가 한 명 있으면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두 배로 뛴다. 부모 모두가 대장암이면 무려 5배다. 대장 용종이나 염증성 장 질환을 앓은 병력도 대장암 발생의 위험 요소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윤진영 교수는 “적색육의 과다 섭취, 지나친 흡연과 음주, 신체활동 부족, 비만도 대장암 발병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부모 유전 가능성 높아  
대장암 초기 단계에서는 대개 증상이 없다. 암이 진행되면 발생 위치별로 조금씩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맹장이나 상행결장 쪽에 암이 생기면 빈혈이나 체중 감소, 무기력감처럼 전신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이 부위는 장의 통로가 넓어 종양이 커져서 장을 막기까지 오래 걸린다. 그 과정에서 종양의 크기가 꽤 커지기 때문에 복부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하행결장이나 S자 결장 쪽은 장의 통로가 좁아 종양이 생기면 장이 잘 막힌다. 이때는 복부 팽만감을 잘 느끼고 변비가 생기며 끈적끈적한 점액변을 보기 쉽다. 종양이 항문 가까이에 위치하면 종양의 출혈로 혈변을 자주 보고 배변 시 통증, 배변 후 잔변감을 느낀다. 윤진영 교수는 “이런 증상은 대장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니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 검진은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50세 이상부터 5년 주기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장한다. 대장암의 위험 요소가 있을 때는 권고하는 검진 시작 연령과 주기가 달라진다.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 발생 연령이 55세 이하이거나 연령을 불문하고 두 명 이상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40세부터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용종이 1㎝ 미만이면 용종 제거 3년 후, 1㎝ 이상이거나 여러 개의 용종이 발견됐다면 제거 1~2년 후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한다.  
  
대장암 오해와 진실 
고기는 모두 대장암에 나쁘다  
고기를 먹을 때마다 대장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돼지고기·소고기 같은 적색육을 과다 섭취할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조리법을 개선해 먹으면 적색육을 충분히 섭취해도 된다. 고기를 숯불에 직접 닿도록 조리하면 발암물질이 생성되고 이것이 위산·담즙산과 결합해 강력한 발암성을 띨 수 있다. 따라서 굽거나 태우지 말고 살코기 위주로 찌거나 삶아 먹는다. 닭고기·생선 같은 백색육은 대장암 발생과 관련이 없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음주·흡연의 영향이 적다  
흡연은 대장 용종의 발생률을 높이는 데다 용종을 떼낸 후 다시 생기는 재발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흡연자의 대장암 사망률은 비흡연자보다 30~40% 높다는 보고가 있다. 음주 역시 대장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 술을 매일 마시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잦은 과음은 용종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종은 크기가 클수록 암으로 진행할 확률이 크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변비는 대장암과 관련 있다  
현대인은 바쁜 일과 탓에 배변 욕구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어 변비를 많이 호소한다. 변비는 음식 찌꺼기가 배출되지 않고 대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태다. 변비가 심하면 장내 독성 물질이 늘어나고 대장 점막이 독성 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돼 대장암이 발생할 수 있다. 섬유질은 장의 해로운 물질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 섭취는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43~50% 줄인다. 곡류나 과일보다는 채소를 먹었을 때 대장암 예방 효과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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