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보여 보청기 싫다고요? 외롭고 치매 위험 높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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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소리 자꾸 높인다면 의심

나이가 들면 청력이 약해진다. 별 것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전화·초인종 소리도 잘 듣지 못해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바로 옆에서 말을 해도 잘 알아 듣지 못한다. 잘 듣지 못하니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가족과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나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소외감·고립감을 느낀다. 난청이 있을 땐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치매가 오기 쉽다. 뇌에 충분히 청각적 자극을 주지 못해서다. 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변재용 교수에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난청과 보청기 사용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청력 약해지면 대화 힘들고 치매 위험 높아져
난청은 소리를 뇌로 전달·변환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곳이 망가져 생긴다. 노인성 난청은 청각기관 노화로 양쪽 귀의 청력이 서서히 떨어진다. 통상적으로 청력은 30세를 넘어서면서부터 청력 세포가 기능을 잃어가면서 나빠진다. 양쪽 귀에서 비슷하게 청력 감소가 진행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성 난청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70세 이상 난청 환자는 6만 1550명에서 2017년 11만 8560명으로 8년 새 2배나 증가했다. 난청은 진행 속도가 느려 청력이 나빠지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은 37.4%가, 70세 이상은 68.9%가 경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노화로 인한 난청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첫째, 목소리 톤이 가늘고 높은 여성·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잘 듣지 못한다. 달팽이관의 신경세포 수가 줄면서 귀에서 전달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처리하지 못해서다. 난청으로 고주파 영역(2000Hz 이상)의 청력손실이 심해 고음을 인지하는데 취약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대화할 때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심해진다. 

둘째, 말소리 구별능력이 떨어진다. 자음은 모음보다 고주파 영역에 분포해 있어 명료도가 낮다. 특히 자음 중에서 고주파 영역에 속하는 마찰음(ㅅ·ㅆ·ㅎ), 폐쇄음(ㅂ·ㅃ·ㅍ/ㄷ·ㄸ·ㅌ/ㄱ·ㄲ·ㅋ) 등을 구별·인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또 살·발·달 등처럼 비슷한 소리를 내는 단음절 단어를 구분해 듣는 것도 힘들어 한다. 듣기는 들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전체적인 어음 이해력이 떨어지면서 남과 대화를 할 때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셋째,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청각은 뇌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요소다. 난청으로 말소리를 잘 듣지 못하면 언어를 변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뇌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해 기억력·인지력이 떨어져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실제 난청이 심한 사람은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3년 발표된 미국국립노화연구소·존스홉킨스의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노인에서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발생 위험은 청력이 정상인 노인보다 24%높았다. 난청이 있는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는 일반 노인보다 30~40% 빨랐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변재용 교수는 "난청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인지능력이 계속 저하된다"며 "귀가 잘 안 들리면 청각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젊었을 때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적이 있거나 ▶영양이 부족할 때 ▶가족 중에 귀가 잘 안들리는 사람이 있을 때 ▶혈압·당뇨가 있을 때는 중년 이후 노인성 난청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난청이 생겼을 때 진행속도가 빨라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귀가 잘 안들린다면 청력검사(순음청력검사·어음검사)를 받아야 한다. 

TV소리 커지고 초인종 잘 안들린다면 청력검사 받아야
노인성 난청은 보청기를 이용한 청력 재활치료가 기본이다. 시력이 떨어졌을 때 안경을 쓰듯이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식이다. 보청기로 소리를 증폭시키고 입술의 움직임과 얼굴표정 등을 관찰해 대화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변 교수는 "퇴행성 변화가 일어난 신경 조직은 다시 정상 상태로 복원하기 어렵다"며 "난청 정도·유형을 정확하게 측정해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노인성 난청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하면 평균 17데시벨(dB·소리의 단위) 가량 작아진 소리를 더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각장애지수도 보청기 착용 전에는 46% 였지만, 착용 후에는 26%로 개선됐다(대한의사협회지, 2011). 보청기를 착용하면 이전보다 원활하게 대화가 가능해진다.

보청기는 청력 상태와 귀 모양, 보청기 조작 능력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대개 보청기가 클수록 출력이 높고 음량, 배터리 교체 같은 조작이 간편하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 착용을 꺼리는 단점이 있다. 스스로 보청기를 삽입하고 음량 조절이 자유롭다면 비교적 크기가 작은 귓속형 보청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는 전방의 대화음을 증폭시키고 후방의 소음의 적게 수용하도록 디자인된 보청기도 있다.

청력 손실이 심한 고도 난청은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이 그다지 좋아지지 않는다. 이때는 인공달팽이관 이식(인공와우 이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비용이 비싸고 수술 가능한 대상자도 제한적이다. 

난청은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것을 피하고, 65세 이상은 1~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난청으로 판정되면 가능한 빨리 보청기를 착용해야 남아있는 청력을 보존할 수 있다. 

※난청 체크 리스트
1. TV소리를 너무 크게 해 주위 사람들이 불평한 적이 있다
2. 전화 통화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3.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를 하는데 어렵다
4. 둘 이상의 사람과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5.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반응을 한 적이 있다
6. 상대방에게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7. 상대방이 중얼거리거나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적이 있다
8. 특정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 적이 있다
9. 아이나 여성의 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 3개 이상의 질문에서 예라고 답했으면 전문의의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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