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접착제로 '막아서’ 치료…조직 손상 적고 회복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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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트로닉 '베나실' 시술 3000례 돌파

하지정맥류는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다리(하지)에 고여 발생하는 병이다. 피부 아래 정맥(표재정맥)이 확장되면서 피부 밖으로 구불구불 튀어나온다.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로하고 근육경련(쥐)이 일어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종, 통증, 저림 등의 이상 증상이 추가된다. 누운 채 다리를 올려놓으면 증상이 개선되고 아침보단 오후에 증상이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정맥류는 혈액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맥혈액은 표재정맥→교통정맥→심부정맥→심장 순으로 흐른다. 정맥 판막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역류해 고일 수 있다. 특히, 심장의 힘을 덜 받는 다리는 판막 기능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다만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한 편이다. 하지정맥류일 때 튀어나오는 혈관은 표재정맥으로, 직경이 mm 가량에 혈류량도 비교적 적다.
 
하지정맥류 치료 발전 빨라
따라서 하지정맥류 치료는 문제가 된 혈관을 떼내거나, 막아버리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전통적인 외과 수술(발거술)에 이어 레이저·고주파 열로 혈관을 지지는 치료법이 개발됐고, 최근에는 특수 접착제를 이용해 혈관을 막아버리는 새로운 방식까지 등장했다. 이른바 ‘의료용 접착제를 이용한 복재(표재) 정맥 폐색술’이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하지정맥류 베나실 시술 3000례 달성을 기념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 박정렬 기자]

메드트로닉의 경우, 지난 2016년 10월 이와 관련한 하지정맥류 치료법 ’베나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출시됐고 같은 해 12월에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시술 건수는 3000건을 돌파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 관계자는 “종전의 치료법과 비교해 신경 손상, 멍, 통증 등 부작용이 적고 열을 이용하지 않아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시술 후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도 장점”이라 말했다.
 
치료 방식을 보면 수긍이 간다. 베나실 치료는 크게 4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초음파의 안내에 따라 카테터를 치료가 필요한 정맥에 집어넣는다. 둘째, ‘시아노아크릴레이트’라는 특수 의료용 접착제를 이동시키며 혈관에 주입한다(보통 3cm마다 1cc씩). 셋째, 피부를 압박해 위아래 혈관을 붙여 막는다. 접착제가 혈류량을 감소시키면서 혈관 벽에 염증 반응을 유발해 혈관 자체의 크기를 수축시킨다. 시간이 지나면 접착제도 체내에 흡수돼 안전하게 사라진다.

베나실(위 사진)과 베나실 치료 순서 [사진 메드트로닉코리아]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김향경 교수는 지난달 31일 열린 베나실 3000례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베나실은 새로운 개념의 하지정맥류 치료법”이라며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약 300례의 베나실 치료를 시행한 참하지외과 박인수 원장은 "베나실 치료 후 환자를 1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 혈관 폐색률은 98.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빠른 회복 위해 결정. 효과 만족해
이 날 심포지엄에는 최근 베나실 치료를 받은 남녀 환자가 참석해 자신의 치료 경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67세 남성은 5월 초음파 검진을 통해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지난달 초 베나실 치료를 받았다. 서울의 한 교육기관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금요일 베나실 치료를 한 뒤 월요일에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그는 “치료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며 “치료 결과도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베나실 시술 3000례 기념 심포지엄에서 최근 시술을 받은 환자가 자신의 치료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박정렬 기자]

50대 여성은 1년간 하지정맥류로 인해 다리 저림, 근육 경련 등을 자주 경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리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아서 허리디스크인 줄로만 알았다. 애꿎은 신경 차단술을 5차례나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고, 조직 손상이 적다는 이야기에 베나실 치료를 받았다. 그는 “양쪽 정맥에 모두 문제가 있는데, 생소한 시술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른쪽 다리를 먼저 시술했다”며 “치료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크지 않아 조만간 다른 한쪽도 베나실 치료를 받을 계획”이라 말했다.

단, 베나실은 혈관이 너무 구불구불하게 꼬여 있을 경우 카데터가 진입하기 어려워 쓰기 힘들다. 또 혈관의 직경이 2cm 이상으로 큰 경우에도 사용이 제한된다. 의료용 접착제에 과민성을 보이는 경우 혈관염이 나타날 수 있어 의료진과 상담 후 시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드트로닉코리아 허준 대표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베나실 시술 3000례 기념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 날 행사는 강동경희대병원 조진현 교수와 일산병원 홍기표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으며 70 여 명의 전문의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 메드트로닉코리아]

메드트로닉코리아 허준 대표는 “베나실이 짧은 시간 내에 시술 3000례를 돌파한 건 의료진의 열정과 유효성·안전성이 높은 새로운 치료법이 결합됐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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