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 공여자-이식자 항원 절반만 같아도 가능

인쇄

이식편대숙주 반응 등 합병증 발생률, 완전 일치한 경우와 큰 차이 없어

백혈병, 면역질환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쓰는 조혈모세포이식의 문턱이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조혈모세포를 주는 사람(공여자)과 받는 사람(이식자)의 면역체계가 100% 일치하지 않아도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되면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홍경택 교수팀은 "조혈모세포이식에서 조직적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성공적 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고 30일 밝혔다. 개인별로 적정용량의 항암제(부설판)와 이식 후 시클로포스파미드 투여 요법을 시행하면 성공적인 반일치이식이 가능하다는 것. 

강 교수팀은 2014년부터 총 3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반일치이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생존율은 85%였고 백혈병 등 악성 질환 환자는 82%, 비악성 희귀질환 환자는 91%의 생존율을 보였다. 반일치이식 부작용으로 예상되던 이식편대숙주병(투여된 림프구가 이식자의 면역계를 공격해 발열, 발진, 간 기능 이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은 급성과 광범위 만성이 각각 5.9%, 9.1%로 기존 이식(각각 5~15%, 15~25%)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

사실 조직적합성 항원이 일치할 확률은 형제라 해도 25%에 불과하다. 조혈모세포은행을 통해 공여자를 찾아도 정확히 일치하기 어렵다. 제대혈을 통한 이식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골수 생착이 늦고 감염 등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

연구에서 사용된 항암제 부설판은 조혈모세포이식에서 많이 쓰이지만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용량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용량이 높으면 독성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낮으면 재발이나 조혈모세포이식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항암제 혈중농도를 면밀히 확인하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용량을 투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했던 이유다.
 
강형진 교수는 “반일치이식의 성공으로 이제 대부분의 환자가 공여자에 대한 걱정 없이 이식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공여자 문제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 수 없던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관련 기사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