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설사 멎는 약 종류 제각각, 알고 먹어야 탈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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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올바른 설사약(지사제) 복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여름은 높은 기온과 습한 날씨 탓에 미생물이 증식하기 좋습니다. 감염이나 식중독으로 설사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죠. 더운 날씨에 찬 음식을 자주 먹는 것도 설사의 주원인입니다. 해외 휴가지에서 낯선 음식을 먹었을 때도 배앓이를 하곤 합니다. 이처럼 설사는 여름철에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입니다. 그렇다 보니 설사의 종류와 상관 없이 집에 있는 아무 지사제(설사가 멎는 약)나 꺼내 먹곤 합니다. 이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잘못 복용하면 역효과로 변비가 생기거나 증상만 심해질 뿐입니다. 이번 약 이야기 주제는 ‘올바른 설사약(지사제) 복용법’입니다.
 

설사는 변이 무르거나 물기가 많은 상태로 배설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대변의 무른 정도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배변 횟수가 하루 3회 이상이면서 대변의 무게가 200g 이상인 경우를 설사로 정의합니다. 화장실에서 변의 무게를 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평소 누는 변보다 물기가 많고 변의 형태가 없다면 묽은 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설사는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설사 지속 기간이 일주일 이내면 급성 설사입니다. 주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 식중독입니다. 설사가 4주 넘게 이어지면 만성 설사입니다. 대부분 과민성 장 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유당불내증, 약물 부작용 탓입니다.
급성 설사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적절한 수분 및 전해질 공급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할 때는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죠.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약국에서 파는 지사제가 유용합니다. 제대로만 복용하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만성 설사는 조금 다릅니다. 만성 설사는 다른 기저질환 때문에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약국에서 산 지사제로 당장의 증상은 없앨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만성 설사를 제대로 관리·치료하기 위해선 의사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두세요.
 

그렇다면 어떤 지사제를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물의 기전은 다양합니다. 크게 장운동 억제제, 수렴·흡착제, 항균제로 구분할 수 있죠. 장운동 억제제는 장의 연동 운동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장에서 음식물이 지나가는 시간을 길게 하면 대변의 점성과 농도는 진해지고 수분은 감소합니다. 그러면 변의 물기가 줄면서 서서히 설사가 멎습니다. 급성·만성 설사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장운동 억제제는 감염성 설사일 때 복용해선 안 됩니다. 장의 운동 기능이 억제되면 세균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져 오히려 독소가 증가하기 때문이죠. 설사와 함께 발열, 혈변, 심한 복통이 나타나면 감염성 설사의 징조일 수 있으니 이때는 약 복용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또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나타난 위막성 대장염이나 장폐색증 환자가 이 약을 먹으면 장의 운동 기능이 떨어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복용을 금합니다.
 

수렴·흡착제는 장내 독성 물질이나 세균, 수분을 장 밖으로 빠르게 배출시킴으로써 설사를 멈추게 합니다. 수렴·흡착제는 식중독처럼 음식을 잘못 먹어서 심한 묽은 설사를 할 때 먹으면 효과가 좋습니다. 약을 먹을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약을 복용하면 유해한 물질뿐만 아니라 영양소나 다른 물질까지 빨아들여 체외로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반드시 공복에 복용해야 합니다. 음식을 먹고 1~2시간 지난 뒤 복용하는 게 좋습니다. 현재 다른 약을 복용 중이라면 지사제와 일정한 간격(1~2시간)을 두고 먹어야 합니다. 동시에 복용하면 다른 약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항균제는 설사를 일으키는 유해균에 항균 작용을 해 설사를 잦아들게 합니다. 항생제만큼 강한 효과는 아니지만 항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감염성 설사가 의심될 때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은 후, 정수 되지 않은 물을 마신 후, 길거리 음식을 사먹은 후 설사를 하기 쉽습니다. 세균이 음식물과 함께 몸에 들어와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장거리 여행을 가는 사람은 상비약으로 이 지사제를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설사와 함께 심한 복통과 점액 변, 후중감(변을 보고 난 이후에도 변이 남아있다고 느낌)이 강할 때도 이 약을 쓸 수 있습니다. 이 지사제는 오래 먹으면 세균을 과도하게 없앨 수 있어 일주일 이상 장기 복용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 밖에도 약국에서는 생약 성분으로 만든 설사약을 살 수 있습니다. 크레오소트라는 목초액이 주성분으로 장내 살균·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진피, 감초 등의 성분이 염증과 위장 운동을 조절해 복통과 설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설사 치료의 기본은 수분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보리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입니다. 설사 증상이 나타나 지사제를 먹을 때는 음식 섭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생야채나 과일, 녹색 채소, 매운 음식, 얼린 음식이나 음료를 피하고 가능한 익힌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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