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변비 약, 잘못 쓰면 만성 변비 원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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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안전한 변비 약 사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변비는 흔히 말 못할 고통으로 표현됩니다. “하늘이 회색으로 보인다”고 할 만큼 답답하고, 통증이 심한데 병원을 찾거나 주변에 하소연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은밀하게(?) 변비 약으로 증상을 해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로 TV나 온라인 광고로 소개되는 제품을 선택할 텐데요, 이들 대부분이 의사가 변비 환자에게 가장 ‘마지막’에 쓰는 약이란 사실 알고 계시나요?
 

변비는 배변 횟수, 변의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합니다. 보통 배변 활동이 주 2회 이하이거나 4번 중 1번 이상 과도한 힘을 주는 경우, 변이 토끼 똥처럼 작고 단단한 경우 변비로 진단합니다. 변비 약은 의학 용어로 ‘완하제’라 부르는 데요 변을 부드럽게(緩) 아래(下)로 내보내는 약(劑)이란 뜻입니다. 성분과 작용 방식에 따라 크게 부피형성완하제, 삼투성완하제, 자극성완하제 3가지로 구분합니다.
 

먼저 부피형성완하제 스펀지처럼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를 늘리는 약입니다. 섬유질을 농축하거나 비슷하게 합성해 만듭니다. 흔히 변비 치료를 위해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과일을 먹으라고 권하는데, 장이 가득 차면 근육이 내용물을 배출하기 위해 스스로 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섬유질의 효과를 극대화한 약이 바로 부피형성완하제입니다.
 
부피형성완하제는 섬유질 성분이 기본이라 안전성이 높습니다. 특히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효과가 크죠. 다만, 변이 커지면서 배에 가스가 잘 차고 증상 해소까지 시간도 2일 이상으로 긴 편입니다. 또 약과 함께 물을 우유 한 팩(250mL) 이상은 마셔야 합니다.
 

삼투성완하제의 대표적인 성분은 ‘마그네슘염(구연산·수산화·황산 마그네슘)’ ’락툴로오스’ ‘폴리에틸렌글리콜(PEG)’입니다. 이 중에서 특히 PEG가 가장 효과가 큽니다. 대장 내시경을 하기 전에 장을 비우려 먹는 약도 고용량 PEG입니다. 대장은 음식 내 수분을 흡수하는 곳입니다. 수분 흡수를 억제하면 변이 물러져 대장을 미끄러지듯 쉽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삼투성완하제가 변비를 치료하는 원리입니다.

삼투성완하제는 장에 오래 머물러 딱딱하게 굳은 변(분변매복)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 장기 사용 시 안전성이 검증돼 락툴로오스·PEG는 임산부와 노인 변비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그네슘염 성분은 신장 기능이 약한 신부전증 환자나 아이, 노인이 먹었을 때 고마그네슘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삼투성완화제 역시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락툴로오스 성분은 2~3일, PEG는 12시간 이상 지나야 ‘신호’가 옵니다.
 

둘코락스S, 메이킨Q, 아락실 등은 광고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변비 약이죠. 대게 자극성완하제입니다. 이름처럼 장 점막 신경을 자극해 배변 활동을 돕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속도입니다. 빠르면 6시간 내 효과가 나타납니다. 인지도 높은 일반의약품이라 약국에서 구입하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죠.
 
하지만 자극성완하제는 변비 약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되도록 짧은 기간 써야 하는 약입니다. 남용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변비는 원인이 다양합니다. 음식을 적게 먹어도, 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항문 주위 근육이 과하게 조여져도 변비가 발생합니다. 특히 노인성 변비의 대부분은 만들어진 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는 ‘배변장애 형’ 변비입니다.
 
자극성완하제를 먹으면 배변 욕구가 생깁니다. 하지만 음식물이 적거나, 배출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엔 일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잔변감이 남습니다. 화장실에 앉아 힘을 주는 시간이 늘고, 이로 인해 항문조임근 등 배변과 관련된 근육이 수축해 변비가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자극성완하제는 효과가 빨라 환자 의존도가 높습니다. 원인을 찾기보다 되레 약 복용량을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탈수 증상과 이로 인한 신장 기능 손상 등으로 건강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변비 약,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자신의 증상에 따라, 단계별로 변비 약을 선택해야 합니다. 화장실에 갈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 변비가 있습니다. 과도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장에 음식물이 적어 이런 형태의 변비가 생기기 쉽죠. 이때는 부피형성완하제를 먹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큽니다. 자극성완하제를 먹으면 오히려 과도한 장 운동이 복통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배가 자주 딱딱해지고 아픈 사람, 잔변감이 자주 남는 사람은 변을 부드럽게 하는 삼투성완하제와 장 운동을 촉진하는 자극성완하제를 차례로 쓰는 게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둘째, 여러 성분이 포함된 약(혼합제제) 대신 성분이 하나인 단일제제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아직 혼합제제와 단일제제 변비 약 중 어느 것이 우수한지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반면 단일제제와 달리 혼합제제의 안전성은 담보되지 않았죠. 특히, 자극성완하제는 대부분 혼합제제입니다. 장 운동을 촉진하는 성분을 더하거나 변을 무르게 하는 성분, 부피를 키우는 성분 등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분을 함께 먹었을 때 장 운동이 얼마나 강해질지는 잘 모릅니다. 경련성 복통, 설사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의사들도 변비 약 처방 시 혼합제제보다 단일제제를 우선 권합니다.
 
셋째,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합니다. 변비 치료의 목표는 변비 약을 필요할 때만 먹거나 아예 끊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약에 기대지 않도록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아침 시간을 활용해야 합니다. 장 운동은 인간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심장처럼 알아서 움직이는 근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장 근육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이 바로 아침입니다. 일어나자 마자 차가운 물을 마시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장을 자극해주면 원활한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됩니다.
 

먹는 것도 중요하죠. 해조류·나물류·잡곡밥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가까이하고, 장내 유해균을 늘리는 가공식품·탄산음료 등은 멀리해야 합니다. 배변장애 형 변비는 배변 습관을 잡아야 합니다. 화장실에서 오래 힘을 주거나, 반대로 변의가 있는데 오래 참으면 배변 관련 근육·신경이 둔해져 변비가 심해집니다. 따라서 신호가 왔을 때 ‘10분 내’로 일을 마무리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권합니다. 센서를 이용해 항문 근육을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치료입니다. 2~3주 후 환자의 60~70%는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도움말 :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태희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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