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먹고 흘린 땀 ‘유익’···사우나에서 뺀 땀 ‘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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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건강학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이런 날씨에 ‘이열치열’로 맞서려는 사람도 많다. 머리와 이마에 땀이 맺히는 매운 음식을 먹거나 사우나를 즐기고 ‘땀복’을 입고 운동하기도 한다. 땀을 쏟아 내면 살이 빠지고 에너지가 충전돼 더 건강해진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과연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일까. 같은 듯 조금씩 다른 땀의 성질과 땀과 관련된 여름철 건강 유의점을 짚어봤다.
  

사람은 200만~400만 개의 땀샘을 갖고 태어난다. 이곳에서 하루 최고 약 10L의 땀이 분비·배출된다. 땀이 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체온 조절’을 위해서다. 땀을 통해 열을 방출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땀은 ‘체액’이다. 성분은 혈액과 비슷하고 농도만 훨씬 묽다. 99%가 물이고 그 외에 나트륨·염소·칼륨·마그네슘·젖산 등으로 구성된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는 “사람마다 땀 성분에 차이가 있지만 같은 사람이라면 흘리는 땀의 성질은 비슷하다”며 “특별히 더 건강한 땀이 있다기보다는 땀이 나는 상황에 따라 지방 연소가 동반되거나 엔도르핀이 나오는 등 건강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땀 나오는 상황 따라 건강 효과 차이 
무더위로 땀이 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바깥 기온이 높아지면 체온도 함께 오른다. 그러면 뇌가 시상하부에 ‘체온을 조절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교감신경이 작동해 전신의 수백만 개 땀샘에서 땀이 나온다. 땀이 증발해 피부가 열을 뺏기면 체온이 내려간다. 사우나실에 앉아 있을 때 땀이 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근데 운동해 흘리는 땀은 조금 다르다. 운동으로 체온이 올라가 땀을 흘리게 되는 기전은 같지만 근육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소비하며 생긴 땀이라 건강 효과가 더 크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걷고 뛰는 활동으로 땀이 나면 지방이 연소되고 체력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땡볕이나 사우나의 열기만으로 흘린 땀은 이득 없이 체력 손실만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오직 체온 조절만을 위해 흘린 땀은 체내 수분만 고갈시켜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땀이 나면서 지방이 연소되는 경우도 있다. ‘캡사이신’ 성분의 매운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때다. 캡사이신이 입안에서 감지되면 뇌가 ‘땀 분비’를 지시한다. 이는 체온 조절을 위한 생리적 현상이 아닌 반사적인 반응이다. 고온·운동으로 흘린 땀보다 양이 훨씬 적고 전신이 아닌 얼굴과 머리에서 주로 땀이 난다. 
  
이렇게 흘린 땀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이 성분이 지방을 연소시키고 대사를 활성화해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최근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의 연구팀이 캡사이신 2.56㎎(고추 1.03g)을 끼니마다 넣은 식단을 기준으로 약 3일간 실험한 결과, 캡사이신이 지방 산화를 돕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청양고추보다 약 2~3배 매운 고추를 사용했다. 또한 캡사이신은 체내에서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생성시킨다. 매콤한 볶음면을 먹고 시원하게 땀을 흘리면 지방 연소와 일시적인 행복감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단 너무 매워 많이 먹기가 어렵고 위장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요리에 캡사이신 넣어 매운맛 나게 
그런데 건강 효과가 있는 땀도 너무 많이 흘리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될 때는 당뇨와 심혈관 질환자, 노인이 주의 대상이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이 부족해진다. 혈액량이 줄고 더위로 혈관이 확장되면서 기립성 저혈압이 올 수 있다. 실신하기도 한다. 당뇨가 있다면 합병증의 위험이 더 커진다. 고온으로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혈당 조절에 실패해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평소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면 하루에 물을 최소 2L씩 마시기를 권한다”며 “목이 마르지 않아도 30분마다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쏟아낸 땀을 빠르게 보상하려면 이온 음료가 가장 좋다. 이온 음료에는 물·포도당 외에 나트륨·염소·마그네슘·칼륨 같은 전해질이 들어 있다. 포도당은 신속한 수분 흡수를 돕는 데다 빠져나간 영양소도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온 음료만 마시면 단맛 때문에 더 목이 탈 수 있다. 이때 음료와 물을 반씩 섞어 마시면 갈증 해소에 더 효과적이다. 

이온 음료, 물 반반 섞어 마시면 좋아 
체온 조절이 안 돼 땀이 나지 않으면 문제가 더 커진다. 사람은 노화할수록 땀 배출량이 줄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폭염이 심한 날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례는 대부분 65세 이상이다. 장시간 외부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난다. 을지병원 응급의학과 양희범 교수는 “무더위에 땀 배출이 안 돼 고체온 상태가 지속되면 경련을 일으키거나 실신할 수 있다”며 “더위가 심한 날 낮 12시부터 오후 5시에는 그늘진 곳이나 실내에 머물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하게 땀을 흘리려면 땀이 난 뒤 잘 증발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넉넉한 옷을 입고 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고 느껴지면 선풍기·에어컨 바람을 이용해 체온을 인위적으로 낮춰준다. 
  
덥고 습한데 환기가 잘 안 되면 땀띠 같은 피부 가려움증도 쉽게 생긴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다면 땀이 나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아토피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늘 통풍에 신경 쓰고 접히는 팔다리 부분은 시원하게 유지한다. 
  
땀이 너무 많고 냄새가 나 일상에 불편을 겪는다면 의학적 치료도 가능하다. 약국에서 일반의악품으로 판매하는 땀 억제제를 겨드랑이 등에 바르거나 ‘항콜린제’를 처방받아 먹을 수 있다. 증상이 아주 심하면 땀이 많은 부분에 보톡스 주사를 맞거나 흉부 교감신경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한다.  
  
Tip 땀의 원인과 건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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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땀에 대한 오해
땀으로 노폐물이 배출된다  X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디톡스’ 효과는 거의 없다. 체내에 들어온 노폐물은 대부분 소변·대변·가래로 배출된다. 
  
더우면 땀구멍 넓어져 오염물질이 쌓인다  X
땀이 배출되는 땀구멍과 피지가 나오는 모공은 다르다. 오염물질은 땀구멍보다 크기가 훨씬 큰 모공에 쉽게 쌓인다. 
  
운동할 때 땀 많이 날수록 효과가 크다  X
오히려 옷을 껴 입고 무리하게 운동하면 체온 조절에 실패해 40도 이상의 고열과 경련, 의식 장애가 올 수 있다. 
  
땀띠에 파우더 바르면 악화한다  
땀띠용 파우더를 바른 뒤 잘 씻어내면 괜찮지만 잔여물이 남을 경우 서로 엉겨 붙어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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