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많이 자는 여성, 정상보다 뇌졸중 유병률 3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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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한방병원 1만7601명 분석, 남성은 수면시간과 뇌졸중 연관성 적어

하루 9시간 이상 자는 여성은 7~8시간 자는 여성보다 뇌졸중 유병률이 3배 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수면시간과 뇌졸중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여성의 경우 수면이 호르몬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민영 한의사 연구팀은 "7~8시간 수면하는 여성에 비해 9시간 이상 수면하는 여성의 뇌졸중 유병률이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지난달 게재됐다.

‘BMJ Open’ 6월호에 게재된 해당 연구 논문 [사진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의 5?6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4년) 자료를 토대로 자가 설문지를 통해 뇌졸중의 진단 여부와 수면시간에 응답한 1만7601명의 자료를 수집했다. 그 뒤 대상자를 수면시간에 따라 ▶6시간 이하 ▶7~8시간 ▶9시간 이상 등 세 그룹으로 나눈 후 뇌졸중 유병률을 비교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7~8시간(8,918명·51%)이 가장 많았고 다음 6시간 이하(7369명·42%), 9시간 이상(1314명·7%) 순이었다. 연구팀이 연령, 성별 등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생활습관, 질환유무 등을 보정한 뒤 뇌졸중과 수면시간의 연관성을 비교한 결과 9시간 이상 수면하는 그룹이 7~8시간 수면하는 그룹에 비해 뇌졸중 위험도가 2배가량 높았다.

특히, 여성에게서 수면시간에 따른 뇌졸중 유병률의 변화가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이 ▶사회인구학적 특성 ▶생활습관을 보정한 뒤 수면시간과 뇌졸중의 연관성을 비교한 결과 7~8시간 수면하는 여성보다 9시간 이상 수면하는 여성은 약 3배 높은 뇌졸중 유병률을 보였다.

나아가 ▶사회인구학적 특성 ▶생활습관 ▶질병력 ▶정신건강 요인을 조정한 그룹에서는 9시간 이상 수면하는 여성 그룹이 약 2.3배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반면 남성의 경우 뇌졸중을 일으키는 다른 위험 요인을 보정하더라도 수면시간에 따른 뇌졸중 상대위험도의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정서적 취약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난소 호르몬이 시상하부-뇌하수체 부신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HPA축)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반응 조정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난소호르몬의 영향으로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과도한 수면이라는 수면 장애가 유발되고 결국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해석이다. 종전에도 과도하게 수면시간이 긴 사람은 정상 수면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5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김민영 한의사는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의 수면시간과 뇌졸중 위험의 관계를 성별에 따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뇌졸중에 취약한 중장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수면 상태와 생활요인이 뇌졸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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