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 알약은 혀 뒤쪽 3분의 2에, 약 먹고 토하면 바로 다시 먹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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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우리 아이 약 잘 먹이는 똑똑한 대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약을 잘 먹지 않으려는 아이 때문에 고민인 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가루약이 쓰다며 거부하고 알약은 삼키기 힘들어 잘 못 먹는 경우가 많지요. 이럴 때 억지로 약을 먹이면 오히려 사레가 들리거나 약 먹기를 더 거부할 수 있습니다. 연령과 약 종류에 따라 아이에게 약을 잘 먹이는 방법과 돌발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자세를 5가지 항목별로 짚어봅니다.
 

1. 연령에 따라 도구 활용하기
생후 12개월 이전에는 엄마의 손가락으로 약을 먹이면 거부감이 적고 효과적입니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손끝에 약을 묻혀 아이에게 빨리면 됩니다.
개월 수가 적은 아이는 스포이트나 주사기를 사용해 약을 먹이는 게 좋습니다. 스포이트·주사기로 약을 빨아들인 뒤 볼 안쪽에 조금 흘려 넣어주면 됩니다. 눈금으로 미세한 양까지 조절해 순식간에 약을 먹일 수 있습니다. 단, 실수로 약이 흘리더라도 급하게 서두르지 않습니다. 젖병을 사용하는 아이는 빈 젖꼭지를 빨게 한 후 약을 흘려 보내면 됩니다. 이유식을 먹는다면 스푼을 활용합니다. 스푼에 약을 담아 안쪽 볼에 넣어 삼키게 합니다.
 

2. 물약·알약·가루약 잘 먹이려면
물약은 용기 안에 약 성분이 잘 섞이도록 흔듭니다. 그런 다음 지시된 양에 따라 스푼이나 주사기 등을 이용해 먹입니다. 소량일 땐 주사기로 양을 조절해 먹이는 게 좋습니다. 단맛이 강한 시럽을 먹일 땐 아이가 한번에 많이 먹으려고 하므로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합니다.

가루약은 완전히 녹여서 먹여야 목에 사레가 들거나 기침하다 토하는 것을 예방합니다. 약의 맛을 느낄 수 없게 꿀·잼·요구르트 등을 넣어서 먹입니다. 단 12개월 미만 아기는 꿀을 먹으면 '영아 보툴리누스증'이란 치명적인 식중독에 걸릴 수 있으므로 꿀에 타서 먹이지 않습니다. 물에 녹여 먹일 땐 아이의 볼 안쪽이나 입 천장에 발라주는 것도 좋습니다. 너무 묽게 하는 것보단 풀처럼 갠 후 먹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루약의 쓴맛을 잘 못 느껴 수월하게 먹일 수 있습니다.

알약을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게 하면 질식할 위험이 있습니다. 혀의 뒤쪽 3분의 2 이상 깊숙이 놓으면 쉽게 삼킬 수 있습니다.
 

3. 약 먹일 때 기억해야 할 주의점
약을 먹일 때 유제품·과일 주스를 주면 안 됩니다. 유제품에 있는 칼슘이 약 흡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죠. 유제품은 약 먹기 전후 2시간 동안 먹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과일 주스는 산성이 일부 약물의 간 대사를 방해해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콧물감기나 알레르기에 산성과일 주스를 섞으면 약물의 간대사를 방해해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전에 비슷한 증상으로 복용하다 남은 약을 임의로 먹이거나 형제·자매에게 약을 나눠 먹이지 않도록 합니다.
아이가 열이 난다고 해서 해열제를 정해진 복용량보다 많이 먹이지 않습니다.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젖은 수건을 이용해서 체온을 내려주면 됩니다.
잠자고 있는 아이를 굳이 깨워서 약을 먹이지 않습니다. 해열제가 주성분인 약이 아니라면 아이가 숙면을 통해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약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약을 '사탕'이라고 말하고 먹이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가 혼동할 수 있는 정보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약을 복용하는 동안 의사·약사와 상의하지 않고 다른 약(비타민·한약 포함)을 함께 먹이지 않도록 합니다. 상호작용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4. 당황하지 마세요, 이럴 땐 이렇게
아이가 약을 먹자마자 토했다면 바로 다시 먹여도 됩니다. 토를 하고 나면 중추를 자극해서 구토를 일으키는 구토중추도 지칩니다. 이 때문에 바로 다시 토하지는 않습니다. 구토중추가 회복되기 전에 약을 먹이는 것을 권합니다. 약을 먹고 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토했다면 약이 이미 흡수가 된 상황이므로 다시 먹이지 않아도 됩니다. 약이 위에 부담을 주는 경우에도 토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약을 먹고 자꾸 토를 한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약을 바꿔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약 복용 시간을 잊었다면 생각난 즉시 먹입니다. 다음 복용 시간이 다 되어 생각났다면 다음번 용량만 먹이면 됩니다.
아이가 약물 복용 후 발진·두드러기·구토·설사가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항생제를 먹었을 때 부작용이 가장 흔합니다. 쌕쌕거림이나 호흡곤란, 음식이나 물을 삼키지 못하는 상태를 호소하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응급실을 권합니다.
장기간 약을 먹일 때는 의약사와 상의해 제형을 아이가 잘 먹는 형태로 바꿔봅니다. 가루약을 잘 먹지 못하지만 알약·물약을 잘 먹는다면 알약이나 물약으로 먹이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아이가 알약을 먹기 힘들어 하거나 싫어할 경우, 약을 쪼개거나 갈아서 먹이지 않도록 합니다. 특정 약의 경우, 쪼개거나 갈면 약의 성질이 변할 수 있습니다.
 

5. 의사·약사에게 이런 질문 하세요
아이에게 주는 약에 대해 부모가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을 먹이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기를 권합니다.
-이 약은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나요?
-우리 아이가 지금 먹고 있는 다른 약과 함께 먹여도 상관없나요?
-얼마나 자주, 얼마만큼 약을 주어야 하나요?
-만일 약을 먹는 것을 잊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이상반응(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고, 그때 어떻게 대처하나요?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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