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공격성 짙은 학교폭력 학생 분노 조절 프로그램으로 뇌까지 변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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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개발 '분노충동 조절 프로그램' 전두엽 활성화에도 기여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분노충동 조절 치료 프로그램이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의 행동과 정서는 물론 뇌 기능까지 개선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팀(김인향·강윤형·권국주·최지현·이고은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최근 국제 학술지 ‘신경정신약물학 &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진보’에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이 2014년부터 활용해 온 ‘공감증진 기반 분노 및 충동조절 장애 청소년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은 “폭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한다” 등 학교폭력 가해자의 왜곡된 인지를 ‘공감(타인의 고통 이해)'에 바탕을 두고 바로잡는 프로그램이다. 본인의 충동성과 공격성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의사소통 기술 등도 훈련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전국 400여 명의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중 연구 대상자로 선정된 24명의 중고등 학생에게는 매주 2회씩 8주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시행 전 후 임상 및 신경심리 검사와 뇌 영상 촬영(fMRI)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모평가척도(부모가 자녀를 평가)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4개 항목 ▶ 비행 ▶ 공격성 ▶ 내재화(불안·우울 등이 내면에 잠재화) ▶ 외현화(과잉 충동 행동 등을 밖으로 표출) 의 점수가 치료 전보다 모두 유의미하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결과는 비행 성향이 강한 청소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비행 행동을 많이 한 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모든 항목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개선됐다.

뇌의 앞쪽인 전두엽(사진 윗줄)과 측면인 두정엽 부위가 치료 후 노란색으로 변하며 뚜렷한 뇌기능 향상을 보였다. [사진 서울대병원]

 나아가 치료 프로그램은 뇌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었다. 연구팀은 “뇌영상 촬영 결과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의 전두엽과 두정엽 신경회로가 활성화됐다”고 밝혔다. 전두엽은 뇌에서 충동과 공격성을 조절하고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부위다. 두정엽은 상대방의 표정과 관련된 감정을 해석한다. 두정엽의 기능이 저하되면 상대방의 표정을 나쁜 쪽으로 해석하게 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들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충동과 공격성은 줄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붕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체 개발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학교폭력 가해자의 공감능력 향상, 충동 조절에 효과적이고, 특히 관련된 뇌 기능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청소년 치료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성 검증 연구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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