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이 2014년부터 활용해 온 ‘공감증진 기반 분노 및 충동조절 장애 청소년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은 “폭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한다” 등 학교폭력 가해자의 왜곡된 인지를 ‘공감(타인의 고통 이해)'에 바탕을 두고 바로잡는 프로그램이다. 본인의 충동성과 공격성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의사소통 기술 등도 훈련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전국 400여 명의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중 연구 대상자로 선정된 24명의 중고등 학생에게는 매주 2회씩 8주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시행 전 후 임상 및 신경심리 검사와 뇌 영상 촬영(fMRI)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모평가척도(부모가 자녀를 평가)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4개 항목 ▶ 비행 ▶ 공격성 ▶ 내재화(불안·우울 등이 내면에 잠재화) ▶ 외현화(과잉 충동 행동 등을 밖으로 표출) 의 점수가 치료 전보다 모두 유의미하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결과는 비행 성향이 강한 청소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비행 행동을 많이 한 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모든 항목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개선됐다.
연구팀은 “이들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충동과 공격성은 줄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붕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체 개발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학교폭력 가해자의 공감능력 향상, 충동 조절에 효과적이고, 특히 관련된 뇌 기능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청소년 치료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성 검증 연구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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