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도 숙면 방해…잠들 땐 '예약 꺼짐' 활용하세요

인쇄

여름철 '꿀잠'을 위한 에어컨 사용법

열대야는 '여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다. 밤이 돼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기도, 수면의 질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열대야를 이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 중 일상생활에서 가장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컨의 사용에도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중 교수는 "에어컨은 열대야를 이기도록 돕는 고마운 장치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여름철 '꿀잠'을 위한 에어컨의 올바른 사용법을 소개한다.

 
희망 온도는 수면 적정 온도보다 약간 높게
잠들기 전 에어컨 온도는 자신의 적정 수면 온도보다 약간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보통 에어컨은 잠을 자는 곳보다 높게 설치돼 있는데, 대류 현상으로 상층 온도는 하층 온도보다 높아 센서가 감지하는 온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적정 수면 온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에어컨 희망 온도를 24도 전후로 맞추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부경대와 삼성전자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05년 20대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여름철(7~8월) 스탠드형 에어컨의 희망온도를 각각 24도, 26도로 설정한 후 이마부터 다리까지 총 7곳의 피부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희망온도를 24도로 설정한 경우 평균 피부온도는 입면과 거의 동시에 수면 시 쾌적함을 느끼는 영역(피부 온도 34.5~35.5도)에 도달했다. 반면 26도로 설정했을 때는 쾌적영역에 도달하는 시간이 24도로 설정할 때 보다 15분 정도 늦었다(한국유체기계학회, 2006년).

'예약 꺼짐' 활용해야 숙면에 더 좋아
수면을 ‘유도’하는 온도와 ‘유지’하는 온도는 차이가 있다. 보통 체온은 수면 후 4시간까지 내려가다 이후 유지되고, 일어나기 전 상승하는 일주기 리듬을 갖는다. 인체가 스스로 수면을 위해 체온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에어컨을 켠 채 잠들면 주변 기온이 떨어지면서 체온도 함께 떨어져 추위를 느끼고 잠에서 깰 수가 있다.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중 교수

김의중 교수는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은 내 몸의 온도를 낮추는 것보단 그 방의 공기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면 혈관이 수축돼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경대 등의 연구에서도 취침 후 1시간 내에는 에어컨 희망온도가 24도일 때 26도일 때보다 피부의 쾌적영역의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잠든 후 1~2시간에는 이 비율이 24도일 때 1.1%, 26도일 때 78.2%로 역전됐다. 수면 중에는 온도가 다소 높은 것이 오히려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전 에어컨을 가동해도 이를 유지하는 것보다 ‘예약 꺼짐’ 을 활용해 일정 시간 후 운전을 멈추는 것이 좋다. 최근 에어컨에는 '취침 운전', '열대야 운전' 등 수면 시간에 따라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에어컨만으로 적정 수면 온도를 맞추기 어렵다면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삼베·마 재질의 이불은 얇고 가벼운 데다 흡수성·통기성이 좋아 열이 잘 빠져 나간다. 김의중 교수는 "차가운 수건을 베게로 삼거나 발 아래 놓아두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관련 기사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