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제도와 4차 산업혁명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이 날 '건강보험제도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건강보험제도의 과제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가치 충돌'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했다. 예컨대 건강보험제도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 보편성을 띄지만 4차 산업혁명은 차별성·툭수성을 인정한다. 또 건강보험은 규제적 성격이 강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장의 신속한 도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충돌이 의료행위, 치료재료, 약제 등 건강보험 등재와 가격 결정에 있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게 윤 교수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것이 치료 재료가 별도산정불가로 결정되는 사례다. 예를 들어, 벤처기업이 기존에 없던 신개념 주사기를 개발해도, 별도 가격이 선정되지 않아 주사를 놓는 의료 행위에 이 가격이 포함되면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건강보험제도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윤 교수는"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규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혁신기술의 급여화 완화와 우선 평가(패스트 트랙) 제도 운영, 공익 목적의 임상연구에 건강보험 확대 적용 등 규제 완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초기 단계부터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컨설팅 받는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윤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한쪽에서는 예산을 투입해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다른 쪽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을 규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보건의료부분 연구개발과 관련된 전 부서가 통합적 R&D 시스템을 갖춘다면 예산 효율화 측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강도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의 '4차 산업혁명과 보건의료 정책', 김주한 서울대 의대 의료정보학 교수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병원정보의 미래' 등 특강과 함께 김열홍 고대의료원 정밀의료사업단장,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주제 발표 등 4차 산업혁명이 보건의료시스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공유됐다.
고려대 의대는 개교 90주년을 맞아 ‘의학과 법’, ‘의학과 교육’ 심포지엄을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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