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육식 옹호 입씨름은 그만…영양 더하고 빼면 모두 건강식

인쇄

영양·입맛 다 잡는 식사법?

채식과 육식 중 어느 식단이 더 건강에 좋은지는 식품영양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채식을 하면 노폐물 배출이 용이한 반면 영양 불균형이 오기 쉽다. 육류는 맛이 좋고 필수아미노산이 많지만과하게 섭취하면 비만 발생의 위험이 크다. 물론 모든 식품군을 고루 먹는 균형식이 베스트 식단이다.하지만 취향과 입맛을 무작정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채식·육식도 식단 계획만 잘 세우면 건강식으로 즐길 수 있다.채식·육식의 영양학적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아봤다.


  
채식의 부족한 영양 채우기  
채식은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부터 육류·어패류·달걀·유제품을 선별해 먹는 채식까지 다양하다. 채식을 하면섭취 열량이 낮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비만으로 인한 만성질환이생길 위험이 작다.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 덕분에 노폐물 배출이잘 된다. 채소에는 미네랄이나 항산화 물질도 많이 들어 있다. 
  
이런 채식에도 약점은 있다. 신진대사에 꼭 필요한 열량을 충분히 얻지 못하면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섭취를 제한하는 식품이 많을수록 영양 결핍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고루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식을 할 때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는 단백질·철분·비타민B12·칼슘 등이다. 단백질은 근육·장기·피부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동물성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에는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콩류는 채식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단백질 급원 식품이다. 필수아미노산이 다른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많은 편이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콩의 단백질 함량은 조리법에 따라 달라진다. 삶은 콩, 볶은 콩, 생콩 순으로 단백질이 많이들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도움이 된다.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철분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철분이 부족하면 피로감을 자주 호소하고 빈혈 증상이 나타난다. 채소류에도 철분이 들어 있지만 동물성 식품보다 체내 흡수율이 낮다. 녹색 채소와 콩류, 건포도에 철분이 많다. 식물성 식품의철분 흡수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양을 먹도록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비타민C는 철분 흡수를 돕는다”며 “철분 식품을 먹을 때 귤·딸기 등 과일을 함께 챙겨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철분이 제대로 흡수될 수 있는 체내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차나 커피의 타닌 성분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철분 식품을 섭취하기 전후에는 피하는 게 좋다. 
  
유제품 빈자리, 해조류·버섯으로 채워  
비타민B12는 동물성 식품에 주로 들어 있다. 부족하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과도하게 쌓인다. 식욕 저하, 손발 저림 같은 증상이나타날 수 있다.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조개·우유·달걀로 보충하면 된다. 그러나 육류·어패류·유제품을 일절 먹지 않는 사람은 비타민B12 보충이 쉽지 않다. 이때는 비타민B12가 강화된 식품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강재헌 교수는 “비타민B12가보충된 두유나 시리얼 등이 대표적”이라며 “비타민 강화식품을꾸준히 섭취하지 못할 때는 영양제로 보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제품은 주요 칼슘 공급원이다.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호르몬 분비와 근육의 수축·이완 작용에 도움을 준다. 유제품을먹지 않아 칼슘이 부족해지면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나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양배추·브로콜리 같은 녹황색 채소나 두부, 아몬드 같은 견과류, 해조류는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는 데 효과적이다. 비타민D는 칼슘 흡수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버섯류에는비타민D가 많이 들어 있다. 버섯을 충분히 섭취하고 햇볕을 쬐어체내에서 비타민D 생성을 활성화한다.


  
육식의 넘치는 영양 덜어내기 
육류는 특유의 맛과 풍미가 있어 식욕을 돋운다. 열량이 높아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도 장점이다. 육류는 질 좋은 필수아미노산과 칼슘이 풍부해 성장과 노화 예방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은 성장호르몬을 분비시키는 데 꼭 필요한영양소다. 성장호르몬은 성장기 어린이·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데, 이는노화 촉진과 복부 비만 악화의 원인이다. 그러나 과하게 먹으면육류에 많은 지방 탓에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농도가 높아진다. 박경희 교수는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면 성인병 발생 위험이 크고 섬유질 섭취가 없어 변비가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육식을 건강식으로 즐기려면 고기 부위를 골라 먹는 요령이 필요하다. 육류를 즐기는 사람은 ‘마블링(근 내 지방도)이 많을수록 좋은 고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를 먹는 게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등심·갈빗살보다 안심·목살이나 닭 가슴살을 먹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비계도 웬만하면 떼어내고 살코기만 먹는다. 육류에 많은 지방을 덜어내려면 껍질은 먹지 않는 편이 낫다. 닭고기·오리고기는 껍질에건강에 유해한 지방이 몰려 있어 반드시 벗겨내고 먹는다.
  
쌈채소·현미·잡곡으로 섬유질 보충 


고기를 먹을 때는 원재료 상태를 그대로 굽거나 삶아 먹는 걸 권한다. 박 교수는 “양념이 추가될수록 첨가물과 나트륨, 당분의 섭취가 늘어난다”며 “수육이나 생고기 구이가 양념 구이, 고기 전,닭튀김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기를 구울 때에는 태우지 말아야 한다. 고기를 태우거나 고온에서 조리하면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훈제육도 연기에 그을리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어 과다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햄·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은 값싸고 먹기 편해 즐기는 사람이 많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매일 가공육을50g 이상 먹으면 암 발생률이 18% 높아진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은 6g 정도다. 우려할 만한수준은 아니지만 평소 가공육을 많이 먹는 사람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가공육 50g은 핫도그용 소시지 1개, 베이컨 2장 정도에해당하는 양이다. 강재헌 교수는 “가공육은 가공하지 않은 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적은 대신 열량이 높고 지방과 나트륨 함량은 많다”며 “가공육 보존제로 사용되는 아질산염은 육류에 있는아민 성분과 결합했을 때 발암 촉진 물질을 생성해 과다 섭취에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류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섬유질이 부족해지기 쉽다.섬유질이 부족하면 고지혈증·비만·대장암·심혈관 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기를 먹을 때 쌈이나 샐러드를 곁들여 먹어 수분과 식이섬유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도정을 덜한 통곡물 섭취를 늘리고 밥은 흰쌀 대신 현미·잡곡으로 지어 먹는 게 좋다. 박경희 교수는 “통곡물을 먹으면 식이섬유뿐 아니라 다른 미세 영양소까지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