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고혈압, 당뇨병 있으면 아스피린 먹는 게 좋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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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저용량 아스피린의 올바른 이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일반의약품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혈전(피떡) 생성을 예방하는 저용량(100mg) 아스피린입니다. 심장병·뇌졸중 환자부터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까지 많은 사람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찾습니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모두에게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오히려 학계에서는 ‘득(약효)’보다 ‘실(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만성질환자에게 엄격한 사용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아스피린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 안 먹어도 되는 사람을 알아봅니다.
 

아스피린은 고용량과 저용량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모두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죠. 두 약물은 치료 목적이 다릅니다. 고용량열을 내리고(해열) 염증을 가라앉히는(소염) 진통제로 쓰이고, 저용량혈전 생성을 예방하는 데 사용됩니다.

용량이 다를 뿐인데 쓰는 목적이 차이 나는 이유가 궁금하실 텐데요, 이는 약효와 부작용을 저울질한 결과입니다. 즉, 효과는 최대로, 부작용은 최소로 할 수 있는 용량을 설정한 것입니다. 아스피린은 몸 곳곳에 존재하는 ‘사이클로옥시게나제-1,2(COX-1,  COX-2)’란 물질을 억제합니다. COX-1과 2는 체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요, 염증·통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만드는 데 쓰이는가 하면 혈액 내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는 역할도 합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한편으로 위장관 점막을 보호하는 데도 쓰이죠.
 

아스피린은 위장을 통해 흡수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나의 성분이 어느 곳에는 좋은 쪽으로, 다른 곳에서는 나쁜 쪽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염증과 통증 억제, 그리고 혈소판이 뭉쳐 생기는 혈전을 예방하는 것은 장점에 속합니다. 반면 복용 시 위장 점막이 손상을 받아 궤양과 출혈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혈소판이 뭉치지 않으면 혈전도 안 만들어지지만, 한편으로는 혈관에 문제가 생겨도 이를 제대로 보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혈소판은 혈관 손상 시 혈액이 새는 것을 막는 지혈 작용을 담당합니다. 혈전도 다친 혈관 부위를 막기 위해 달라붙은 혈소판이 덩어리져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스피린은 혈관 손상을 막는 혈소판과 혈전을 만드는 혈소판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억제합니다. 다만, 고용량은 위장관 출혈이라는 부작용이 더 큰 반면, 저용량은 혈소판에만 작용해 이 부작용이 더 적어 혈전 예방 목적의 저용량 아스피린이 개발된 것입니다.
 

아스피린을 포함해 모든 약은 효과와 부작용이라는 동전의 양면이 존재합니다. 어떤 약이건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기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용량 아스피린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의사들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는 환자에게 아스피린 복용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장 출혈 등 부작용을 감안해도 혈전이 뇌나 심장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병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아스피린의 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일관되지 않은 반면 위장이나 뇌의 출혈 등 부작용 위험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연구가 2009년, 미국당뇨병학회·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등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입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의 효과와 부작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각 학회의 전문가가 모여 ‘메타분석’ 방식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메타분석은 동일한 연구 주제를 다룬 임상 연구를 통계적으로 통합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신뢰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종전에 저용량 아스피린의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다룬 6개의 논문이 검토됐는데요, 분석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사용하면 심각한 혈관질환 위험은 12%, 심근경색 위험은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별 차이가 없었고, 위장관 출혈 등 주요 출혈 위험은 54%, 뇌출혈 위험은 32%나 컸습니다.
 
2014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이보다 더 많은 14개 임상연구를 종합 분석했습니다. 역시 결과는 비슷합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근경색 위험은 14%, 뇌경색 위험은 14%, 사망률은 6% 감소시켰지만 뇌출혈은 34%, 위장관 출혈 등 주요 출혈 위험은 55%나 컸죠.
 

2014년에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 효과를 분석한 연구도 나왔습니다. 서양인이 아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연구팀은 60~85세 일본인 중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하나라도 앓는 1만4464명을 무작위로 나눠 대략 절반에게 아스피린을 복용하게 한 뒤 5년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률을 합산해 두 집단을 비교했는데요, 총 발생률은 아스피린을 먹은 쪽은 2.77%, 안 먹은 쪽은 2.96%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부작용인 위장관 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을 먹은 쪽이 1.41%로 안 먹은 쪽(0.42%)보다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요약하면, 기존에 기대했던 혈소판이 뭉쳐서 혈관을 막는 문제(심뇌혈관질환)를 줄이는 효과는 적은 반면, 오히려 피가 묽어지거나 멈추지 않아 초래되는 부작용(위장관 출혈, 뇌출혈)이 뚜렷하게 확인됐다는 겁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이해득실을 따져 복용을 권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배경입니다. 실제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등 국내 주요 학회의 진료지침을 보면, 모두 단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앓는다는 이유만으로 아스피린 복용을 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아스피린은 어떤 사람이 먹어야 할까요?
 
첫째.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환자입니다. 혈관이 막혀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도 저용량 아스피린을 먹어야 합니다. 심뇌혈관질환은 그 자체가 혈관 건강이 나빠졌다는 ’증거’입니다. 하나의 질환으로 드러난 것일 뿐, 실제 몸 전체의 혈관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뇌출혈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뇌출혈의 75% 가량은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혈관이 약하고 딱딱해지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지는 겁니다. 뇌뿐 아니라 다른 곳의 혈관도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뇌출혈은 뇌 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혀 발생하기도 하죠. 이렇듯 심뇌혈관계질환을 한 번 앓은 환자는 혈관이 이미 손상돼 혈전이 생길 위험도,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큽니다.
 
이 때 저용량 아스피린만큼 효과적인 약이 없습니다. 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 아스피린을 1일 1회 복용하면 사망률은 6분의 1, 각종 혈관질환 위험은 22%,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위험은 각각 34%, 25%나 줄일 수 있습니다(대한내과학회, 2018년). 약의 효과가 부작용 위험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죠.
 
둘째,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큰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당뇨병·흡연·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가족력 중 두 개 이상을 갖고 있는 환자가 해당됩니다. 예컨대 만성질환을 두 개 이상 앓거나, 하나를 앓지만 흡연하거나 가족 중에 심혈관 질환을 앓은 사람이라면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10년 내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 알려주는 이른바 ‘10년 위험도’입니다. 뇌졸중학회는 10년 위험도가 6% 이상, 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10년 위험도가 10% 이상일 때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개인도 나이, 성별,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 등 건강검진 결과로 집에서 쉽게 ‘10년 위험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가 개발한 계산기(http://www.cvriskcalculator.com)와 대한뇌졸중학회의 계산기(뇌졸중 이야기 → 내가 뇌졸중에 걸릴 위험도는?(http://www.stroke.or.kr/diagnosis/index.php?mode=f)를 활용하면 됩니다. 단, 이런 계산기는 모두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무조건 저용량 아스피린을 먹지 말고 의사와 상담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도움말: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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