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환자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남렬(중환자외상외과) 중환자실장은 “심정지 환자가 나중에 걸어서 퇴원할 확률은 10% 미만”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연구자들의 통계 결과”라며 “보고에 따르면 2년 후 살아 있을 확률은 4%도 안 된다”고 말했다.
20여 년 동안 생존율엔 변함이 없었다. 전 세계 의료진이 RRS를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 이유다. 10% 미만의 생존율을 30~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로 평가된다.
징후 발견 즉시 신속대응팀 출동
RRS가 기존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전 조치’다. 이미 ‘심정지’가 발생한 후에는 의료진이 손쓸 것도 많지 않고 소생 가능성도 낮다.
RRS는 ‘코드 블루’ 자체를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김 실장은 “미국·영국 등에서 후향적으로 데이터를 보니 심정지가 오는 환자의 50~60%는 빠르면 이틀 전, 늦어도 8시간 전에는 어떤 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때 미리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심정지와 그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RRS는 사전 징후를 빨리 ‘인지’하고 ‘조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화재가 일어나기 전 불씨를 찾아서 끈다는 취지다.
인지는 두 가지 트랙으로 가동한다. 하나는 징후 발견 즉시 ‘신속대응팀(RRT)’ 호출이다.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병동 간호사·주치의, 필요시 보호자도 주체가 된다. 이들이 징후를 발견하면 119에 신고하듯 RRT를 부른다. 호출 기준은 명료하다. 김 실장은 “비교적 명확하고 간단해야 누구나 징후를 쉽게 찾아낸다”고 했다. ▶체온 ▶맥박 수 ▶호흡수 ▶통증 ▶의식 저하 중 하나라도 기준치에서 벗어나면 ▶경피적 산소 포화도 ▶혈압 ▶소변량 ▶젖산 수치 ▶말초 혈관 재충만 시간을 살핀다. 이들 10개 중 총 3개 이상 비정상이면 호출한다. 이 기준에 맞지 않아도 환자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바로 호출한다. 이들 항목과 연락처는 근무자 패용증에 적혀 있다.
또 하나의 트랙은 전자차트 실시간 모니터링에 근거한 호출이다. 전자차트에 기입된 항목에 이상이 있다고 경고창이 뜨면 팀 전담 간호사가 수치 판단 후 RRT를 호출한다. 전자차트는 각종 검사치 등을 분석해 점수화하고 위험 전단계(5점 이상)를 판단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한 가지 트랙만 운영하는 병원도 있지만 고대구로병원은 보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투 트랙을 택했다.
호출을 받으면 중환자 전담 전문의 경험이 있는 의료진으로 구성된 RRT가 출동한다. 환자 상태를 판단하고 혈압상승제·항생제 투여, 혈액배양 검사 등 합당한 초동 조치에 들어간다. 조치 후 추가 검사 및 중환자실 이송 여부 판단까지도 RRT의 권한이다. 상황이 종료되면 해당 과 의료진에게 인계한다. RRT는 하루 24시간 돌아간다.
RRS 도입 후 심폐소생술 상황 전무
RRT 도입 효과는 긍정적이다. 도입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6개월간 징후 발견에 따른 호출은 12건, 차트상 경고(1073건) 중 실제 출동 호출은 86건 있었다. 도입 전 6개월간 CPR 시행은 5건 있었지만 도입(외과계 총 9개과) 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RRS를 도입하지 않은 과는 같은 기간 24건에서 35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김 실장은 “시스템에서 중요한 지표는 CPR이 필요한 상황이 얼마나 줄어드느냐”라며 “RRT가 잘 가동될수록 CPR 건수가 줄고 결국 원내 사망률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RRS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악화나 사망이 발생할 수 있는 일반병동 환자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줄일 수 있는 사망은 최대한 줄이겠다는 병원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김 실장은 RRS의 보편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그는 “RRS는 인력·장비 등 비용 때문에 병원이 선뜻 도입하기 쉽진 않지만 징후를 보인 환자를 그냥 놔두면 100% 중환자실에 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도해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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