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치매 쥐가 곶감 먹고 기억력 좋아졌다는데 나도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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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임상시험 결과를 대하는 자세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신문이나 TV를 보면 새로운 연구결과가 쏟아집니다. 동물실험 결과 천마가 피부상처 치유에 효과적이라든가 곶감이 인지·기억력 회복에 긍정적이었다는 식입니다. 넘어져서 다치면 천마를 먹어야 할 것 같고,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 곶감을 쌓아두고 먹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동물은 사람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연구결과의 의미 역시 매우 제한적입니다. 물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갈 길은 멉니다.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의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검증해야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결과 해석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동물실험은 인체 임상시험을 위한 준비작업
약과 독은 한 끗 차이입니다. 모든 약은 약리학적으로 약효와 부작용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성’입니다. 몸이 심하게 붓거나 혈전을 만드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질병 치료 효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부작용이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면 어떨까요? 이는 약이 아닌 독입니다. 차라리 먹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서 신약 후보물질을 약(藥)으로 인정하지 않는 배경입니다. 온전하게 신약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통과해야 합니다. 만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이를 하나씩 찾아내 걸러냅니다. 부작용은 적으면서 약효는 높은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을 신약 개발이라고 부릅니다. 
 

신약 개발은 약을 투약하는 대상에 따라 비임상과 임상으로 구분합니다. 비임상신약개발의 첫 관문입니다. 세포·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약효는 물론 적정 투여량은 어느 정도인지, 약의 유효성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배출되는지, 생식·유전 독성은 없는지, 약물 오남용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장기 투약했을 때 암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비임상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이전’에 이뤄지는 실험입니다. 이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약효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만일 동물실험을 마쳤다면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완료한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동물과 사람은 신체 반응이 다릅니다. 쥐·토끼 같은 동물실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사람도 동일한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에서 2016년 개발포기를 선언한 치매 치료 후보물질인 ‘솔라네주맙’이 대표적입니다. 27년간 약 3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신약개발에 매진했지만 결국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다고 곧바로 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신약 탄생 좁은문…임상 1상부터 신약허가 성공률은 9.6%
비임상 시험을 마치면 본격적인 신약 개발이 이뤄집니다. 바로 임상시험(Clinical Trial)입니다. 근거 기반 의학의 토대 역할을 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단계적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투약해도 인체에 해가 없고, 치료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검증합니다.

임상시험은 크게 신약 시판허가 전 3단계와 시판 후 임상시험으로 구분해 진행합니다. 시판 전에는 의도된 임상적 조건에서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합니다. 이를 통해 단계별로 예상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진 신약 후보물질을 걸러냅니다. 최근에는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 검증이 철저해지면서 임상 1상에서부터 최종적으로 신약허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9.6%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수행했던 임상시험 분석결과입니다.
 

임상1상은 약효보다는 독성 테스트 
임상 1상은 사람에게 신약 후보물질을 투여해도 부작용이 없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연구입니다. 일종의 약물 독성 테스트입니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18~45세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신약 후보물질 노출에 따른 독성·안전성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비임상에서 안전하다고 확인된 가장 작은 용량부터 바람직하지 않은 소견이 나타났던 용량까지 점차 늘려가면서 신체 이상반응을 면밀하게 관찰합니다. 또 신약 후보물질을 한 번 혹은 여러 번 먹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음식 혹은 약물 간 상호작용은 없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임상 1상은 약효보다는 신약 후보물질을 투약했을 때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없는지를 확인한 정도입니다. 

신약 후보물질의 실질적인 질병 치료효과임상 2상에서 확인합니다. 신약 개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임상시험 연구 단계입니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단기적 약리효과와 부작용 등을 확인하고, 최적 용량·용법을 결정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신약 후보물질은 용량이나 복용 주기, 투약 방법에 따라 치료 효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의 표준 치료법과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의 치료효과를 비교합니다. 예컨대 고혈압 치료를 목표로 한다면 뇌졸중 발생 비율을 분석해 어느 치료제의 약효가 우수하고 안전한지를 비교·평가합니다. 이런 이유로 임상 2상은 모든 임상시험 단계 중 성공률이 가장 낮습니다. 만일 임상 2상을 통과했다면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입니다. 

임상 3상은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입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의 규모와 기간을 늘려 신약 후보물질의 치료효과를 최종적으로 분석합니다. 대규모·장기 임상 연구를 통해 다시 한 번 치료 효과를 확증하기 위한 임상시험 연구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때 효능과 효과, 용법, 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결정합니다. 임상 3상은 특정 적응증에 권장 용법·용량을 준수하면 치료효과를 충분히 얻으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관련 데이터를 허가당국에 제출해 신약 시판을 위한 승인을 요청합니다. 이를 통과해야 비로소 신약으로 인정받아 처방·판매가 가능해집니다.
 

시판 중인 약도 안전성 검증…치료효과 고려해야
일반적으로 시판 허가된 약은 임상시험을 통해 치명적인 부작용을 걸러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편입니다. 하지만 언제 어느 만큼 약을 복용하는지 철저히 통제·관리하는 임상시험 환경과 현실은 다릅니다. 약 복용 시간을 잊어서 거르거나 한꺼번에 여러 알을 먹기도 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약효가 떨어지거나 뒤늦게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바로 임상 4상입니다. 시판 후 임상시험이라고도 부릅니다. 대개 4~6년동안 추적·관찰해 추가적인 안전성을 검증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물지만 안전성 문제로 시판 중인 약이 퇴출되기도 합니다. 2010년 유럽 의약품청(EMEA)과 미국 FDA는 비만치료제로 유명했던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이 심혈관계 질병 유발 위험이 비만 치료 효과보다 높다는 이유로 시판중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당시 리덕틸은 높은 안전성을 근거로 비만치료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약을 판매하던 애보트가 당뇨·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리덕틸의 체중감량이 심혈관계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임상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애보트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6년 간 심혈관계 질환자 9804명을 대상으로 리덕틸의 안전성을 실험한 결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이 11.4%로 가짜약을 복용한 그룹(10.0%) 1.4%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체중감량 효과는 평균 2~4㎏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비만치료 효과는 낮고 부작용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리덕틸 처방은 금지됐고 결국 회수·퇴출 됐습니다. 최근에는 스타틴 성분의 고지혈증 치료제가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콜레스테롤 관리를 통한 치료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 여전히 약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든 약은 부작용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100% 안전한 약이란 없습니다. 따라서 약을 복용한다면 항상 득(得) 실(失)을 따져야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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