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왜 약국마다 약값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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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의약품 판매자 가격 표시제' 바로 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같은 약인데 왜 여기가 더 비싸죠? 2000원 깎아 주세요.”

여러 약사에게 물었습니다. ‘약국 환자들의 주요 불만 사항’이 뭔지 알려 달라고요. 대부분 ‘약값’을 꼽았습니다. 옆 약국보다 약값이 비싼 이유를 묻는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전국 어디서나 가격이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 비급여 약이나 일반의약품은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죠.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약국마다 약값이 다른 이유,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똑똑한 환자의 행동 요령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999년 이전엔 약에도 표준소매가가 있었습니다. 모든 약국에서 약값이 같았죠. 현재의 판매자 가격표시제는 약 20년 전 보건복지부가 시장의 자율 경쟁을 통해 약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약국마다 약값은 천차만별이 됐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소화제인 베아제는 2000~4000원, 속쓰림 개선제인 잔탁은 3000~6000원, 항생제 연고 후시딘은 3200원~5500원 등 약 두 배씩 차이가 났습니다.
약국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화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약인데 약국을 일일이 돌며 가격을 비교한 뒤 살 수도 없고 그냥 지나치자니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심지어는 이렇게 약값이 다르다는 것조차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뒤늦게 알고 나서 ‘깎아달라’는 요구하는 경우도 잦다고 합니다.
 

약값 차이는 여러 요인에 의해 생깁니다. 지역(임대료)유통 구조 차이가 대표적입니다. 임대료 높은 중심 지역일수록 더 비싸고,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제약사와 거래하는 대형 약국일수록 더 쌀 가능성이 있죠. 도매상으로부터 약품을 구매할 때부터 가격차가 날 수도, 아니면 약사의 경영 방식에 따라 약값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처방 받는 전문의약품은 대학병원 인근의 문전 약국이나 동네 약국이나 가격차가 없습니다. 단, 규모가 작은 약국은 모든 약을 구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념해 두세요)
약마다 마진도 다르겠죠. 어떤 약은 이윤이 많이 남겠지만 TV광고 등으로 유명한 브랜드 약은 원가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전국에 약국 도매상이 2000여 개(2014년 기준), 약국 수는 2만2000여 곳(2017년 기준)이라고 하니 약값이 같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도 판매자 가격 표시제는 계속 유지된다고 합니다. 약값의 차이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의료 소비자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까요. 약국을 알차게 이용하는 법에 대해 고민해볼 때입니다.
 

먼저 ‘약국’이라는 곳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해 봅시다. 동네 마트는 과자 같은 유형의 재화를 팝니다. 같은 과자라면 싼 곳에서 구매할수록 이익이겠죠. 병원에선 무형의 서비스를 팝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가격보다 진단·상담을 하는 의사를 보고 병원을 선택하지요.
약국은 어떨까요. 유·무형의 상품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약이라는 유형의 물건을 사 가지만, 이와 함께 약사의 설명과 상담 서비스를 받아 가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바로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약값’은 과자 값과 달리 약사에게 지불하는 보건의료 상담 비용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약값 1000~2000원 차이보다 약사가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의 건강적 가치가 더 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건강 상담을 해 주는 유명 ‘상담 약국’을 방문하면 상담료로 시간당 5만원 정도를 지불합니다.
그래서 약국을 선택할 땐 마트와는 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바로 약국의 ‘질’을 더 철저하게 평가하는 것이죠. 약국을 질(Quality)을 평가하는 기준은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해결책1. 공부하는 약사 찾기
약사는 1년에 8시간 의무 교육을 받습니다. 의·약학 등 전문가에게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강의를 듣습니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엔 자발적으로 교육 강의를 듣습니다. 지역별 스터디를 하는 약사 모임도 있다고 하네요.
공부를 많이 하고 더 고민하는 약사가 더 좋은 상담을 해줄 것은 자명합니다.
더 많이 공부하는 약사를 가리는 방법은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구입한 약의 복용법이나 부작용 같은 기본 정보 외에도 평소 건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세요. 특히 약사는 영양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반응해 작용하는지 공부한 전문가인 만큼 약과 약, 약과 식품, 약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상호 작용 등에 대해서도 늘 공부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나의 이해 수준에 맞게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가까운 약국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국을 ‘단골’로 만들면 됩니다.
 

해결책2. 약사 명찰과 면허증 확인하기
면허가 있는 전문 약사가 내 약을 조제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약국 이용과 약물 안전의 기본입니다. 약값을 1000원 할인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요. 다음부터 약국을 방문할 때는 약사가 명찰을 차고 있는지, 명찰의 이름과 일치하는 면허증을 걸어 두었는지 유심히 살펴보세요.
실제로 국민신문고에는 ‘내 약을 처방한 사람이 알바생 같다’는 민원도 많습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약사 감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약사가 명찰을 패용했는지, 면허증을 잘 보이도록 걸었는지, 복약 지도를 잘 하는 지, 약값이 잘 보이게 진열했는지 등을 감시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건강과 안전은 내가 먼저 챙기는 것, 잊지 마세요.
 

택시비처럼 이용 시간에 따라 약값도 비싸지는 ‘야간조제할증제도’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평일 오후 6시 이후(다음 날 오전 9시까지)와 주말·공휴일 오후 1시부터(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약 조제료가 30% 정도 비싸져 약값도 함께 오릅니다. 직장인이 회사 근처 병원에서 낮 진료를 받고 약은 퇴근하면서 타가면 약값을 더 내야 합니다. 평균 몇 백원 정도의 차이지만 잘 알아두면 불필요한 돈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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