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하며 숨 찬 할아버지·할머니, 무조건 천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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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환자가 잘못 진단된 경우 최대 30%나 돼. 약 먹어도 조절 안되면 정밀진단 필수

지난 1일은 '세계천식기구(Global Initiative for Asthma)'가 지정한 천식의 날이었다. 천식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약 12%가 앓을 만큼 고령층에 특히 자주 발생한다. 문제는 천식의 3대 증상으로 꼽히는 호흡곤란·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기침 등이 다른 질환과 증상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꾸준히 약을 먹는데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한번쯤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은 천식 
천식은 노인과 소아청소년에게 흔한 병이다. 이들 연령대의 주요 발병 원인은 소아의 경우 집 먼지 진드기·꽃가루·반려 동물로 인한 아토피, 노인은 흡연·대기오염·폐 기능 감소 등으로 약간 차이가 있다.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손경희 교수는 “최근 황사,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있어 특히 노인 천식 환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천식 치료의 관건은 올바른 진단이다. 환자가 많은 소아청소년·노인은 모두 면역력이 약해 천식과 유사한 증상이 다른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은 천식 치료를 받는 데도 증상이나 폐 기능 개선 정도가 미비하다면 자신이 천식인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자칫 ▶기관지결핵 ▶기도의 종양성 질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심부전 및 폐색전증 등 치명적 질환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올해 대한내과학회지에 실린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주희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종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조절되지 않는 천식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잘못 진단된 경우가 최대 30%에 달한다.김주희 교수는 "이 경우 가급적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천식을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며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제를 일정 기간 중단하고, 기관지확장제 반응 검사를 시행해 기도가역성을 증명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이 밖에 증상이 잘 낫지 않으면 천식을 악화하는 다른 질환이 있는지도 파악해봐야 한다. 천식은 ▶비염 ▶만성 비부비동염 ▶위식도역류 ▶비만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등을 동반할 때 증상이 심해진다.흡연·곰팡이·집먼지 진드기 등 환경적 요인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천식 치료에서 흡입기 사용이 매우 중요한데 사용법이 미숙해 약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기만 해도 천식 증상을 잘 조절할 수 있다. 환자의 흡입능력, 인지 기능, 동반 질환과 선호도 등을 고려해 흡입기 종류를 결정하고 제대로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세 미만 소아는 바이러스 감염도 잦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등의 '한국 천식 진료 지침'에 따르면 2세 미만 소아는 천식과 관계없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천명이 유발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5세 이하 소아에게는 일반적으로 폐 기능 검사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 연령대 환자에 천식 진단을 어렵게 만든다. 

지침에 따르면 ▶부모 중 최소한 1명이 천식의 진단을 받은 경우 ▶알레르겐 특이 IgE 양성 ▶아토피피부염의 과거력이나 동반력 ▶높은 혈청 총 IgE 수치 ▶호흡기 감염을 동반하지 않은 천명 ▶기관지확장제나 전신 스테로이드제에 의해 천명이나 호흡곤란이 호전된 경우는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증상이 있는데 ▶성장 또는 발육 장애가 있고 ▶신생아 또는 영아 초기에 증상이 발생했으며 ▶지속적인 천명 ▶천식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는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다행히 5세 이하의 소아는 천식에 약물치료 효과가 큰 편이다. 반면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폐 기능을 최대한 높이려면 3~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약물 치료를 지속할지를 의사와 상담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가 저용량 흡입 스테로이드제, 류코트리엔 조절제, 테오필린 등 강한 약물을 썼다면 이를 중단한 뒤 3~6주 내에 병원을 찾아 증상 정도를 재평가 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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