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구충제, 이땐 온 가족이 꼭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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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구충제를 꼭 챙겨 먹어야 할 때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봄이 되면 구충제를 먹어야하는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봄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구충제약을 먹는 것이 연례행사였죠. 기생충 감염률이 40%일 때 얘기입니다. 현재는 생활환경이 달라지고 위생 수준이 높아져 기생충 감염이 확연히 줄면서 구충제를 찾는 일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유기농 채소 소비가 늘고 해외 여행이 잦아지면서 구충제를 챙겨 먹어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입니다. 또 자연산 민물고기회 등을 먹을 때 걸리는 간디스토마 감염률은 여전히 높습니다. 구충제 복용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건강하면 감염돼도 별 문제 없이 기생충과 공생
예전엔 인분 비료를 써서 채소를 길렀습니다. 이 때문에 토양을 매개로 한 기생충 전파가 많았습니다. 구충제 복용은 토양을 매개로 한 회충·편충·구충 등을 없애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화학 비료를 써 감염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내 선충류 감염률은 0.01% 이하입니다. 구충제를 필수로 챙겨먹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기생충 감염에 의한 질병의 빈도도 많이 감소했습니다.
기생충에 감염되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또 대부분의 기생충 감염은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기생충에 감염돼 간·폐에 염증이 조금 생겼더라도 별문제 없습니다. 다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항암 치료 환자, 영양이 부족한 사람은 기생충에 감염되면 소화불량·복통·고열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기농 식품과 날생선·날고기를 자주 먹거나 동남아시아 등지로 해외 여행을 다녀와 기생충 감염이 걱정되면 구충제를 챙겨먹는것도 좋습니다.
기생충 양이 많으면 항문 가려움이나 식욕부진·설사·빈혈·현기증·붉은 반점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럴땐 진료를 받아보고 치료하면 됩니다.
회충·간디스토마처럼 사람의 방광 안에서 알을 낳는 기생충은 대변 검사로, 섬모충·폐디스토마는 피검사로 진단합니다.
 

어린이 요충 감염땐 온가족 검사한 뒤 구충제 복용
10세 이하 어린이에게선 요충 감염 위험이 있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면서 손가락을 입에 물고, 손을 잡고 노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감염된 어린이와 접촉하면서 전염이 잘 됩니다. 요충에 감염되면 항문이 가렵다고 하거나 변비·식욕부진·불면증 같은 증상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호소하면 검사를 해봐야합니다.
요충은 전염성이 강하므로 환자와 함께 생활한 사람이 모두 대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감염됐을 땐 온 가족이 함께 구충제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요충의 경우 구충제를 일주일 간격으로 두번 먹어야 합니다. 성충이 죽을 때 항문 주위에 알을 까놓고 죽기 때문입니다. 부화한 기생충까지 모두 없애기 위해 두번 먹습니다.
 

간디스토마 치료약은 의사 처방 필요
자연산 민물고기를 회로 즐겨 먹거나 바다 생선의 내장을 먹다 디스토마라는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디스토마 감염은 꼭 치료를 해야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00명 중 4명은 간디스토마 감염자입니다. 간디스토마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담관암 발병 1급 발암물질입니다. 일반 구충제로 낫지 않습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어 치료합니다. 민물 게를 날 것으로 먹으면 폐디스토마에, 바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으면 고래 회충에, 익히지 않은 간을 먹으면 개회충·섬모충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간디스토마 감염을 예방하려면 ▶자연산 민물고기, 생간, 어패류 등을 날 것으로 먹지 말고 ▶날생선을 손질할 때 쓴 도마·칼은 끓는 물에 소독해 쓰는 게 좋습니다.
회를 먹을 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같이 마시면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건 속설입니다. 기생충이 죽을 정도의 알코올 농도면 사람의 식도도 같이 상한다고 합니다.
 

구충제는 기생충을 굶겨 죽이는 원리입니다.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죽은 기생충은 사람의 소화액에 녹아 없어집니다.
종합구충제 성분으로는 알벤다졸·플루벤다졸이 있습니다. 알벤다졸 구충제에는 대웅 알벤다졸 정 (대웅제약), 보령 알벤다졸 정(보령제약), 제니텔 정(테라젠이텍스) 등이 있습니다. 플루벤다졸 구충제에는 젤콤 정(종근당) 및 젤콤 현탁액(소아용 시럽, 종근당), 알콤 정(일양약품), 훌벤 현탁액(태극제약) 등이 있습니다. 알약을 먹을수 없는 아이들의 경우 훌벤 현탁액, 젤콤 현탁액 등 물약을 먹으면 됩니다.
 

구충제는 식사와 상관없이, 잠들기 전 30분 전에 1회 1정 복용합니다. 플루벤다졸은 12개월 이상, 알벤다졸은 24개월 이상 유·소아가 복용할 수 있습니다.
단, 임산부는 구충제를 먹어선 안 됩니다. 기생충 질환엔 면역이 따로 없습니다. 원인에 노출되면 늘 재감염 위험이 있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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