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돌려쓰는 어린이들…키즈카페 위생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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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화장품 체험시설 성행, 정춘숙 의원 “면역력 약한 어린이 감염 우려”

 "거기 드레스룸이 사람이 붐비는데 화장품은 안좋아보이더라구요. 여러 애들이 막 쓰는거라 위생관리 안되는거 같은데 여자아이들이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제 딸도 발랐는데 좀 시간이 지나니까 트러블 올라왔어요- 네이버 '강동맘 카페' 게시글 중 


어린이가 어른처럼 옷을 입고 화장 하는 이른바 '어덜키즈(Adulkids)' 문화가 확산하면서 어린이 체험시설도 변화하고 있다. 파우더·립스틱 등 실제 화장품을 발라볼 수 있는 키즈카페가 들어서는가 하면, 어린이 전용족욕, 마스크팩, 네일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 전용 스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파우더룸을 운영하는 키즈카페는 여자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차용하고 공주풍 드레스도 입어볼 수 있어 3~4시간의 대기 끝에 입장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기인원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어덜키즈' 문화를 타고 파우더·립스틱 등 실제 화장품을 발라볼 수 있는 키즈카페와 족욕·마스크팩·네일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 전용 스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정춘숙의원실 재구성]

하지만 이런 키즈카페의 어린이 체험용 화장품과 유사한 '테스터 화장품(화장품 매장에서 제품 구입 전 미리 써볼수 있게 제공하는 화장품)'의 경우, 황색포도상구균 등에 오염된 점이 적발되기도 한 만큼 면역력이 약한 아이의 감염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 방안이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립스틱 돌려쓰는 모습 비위생적" 후기 잇따라  
키즈카페의 어린이 체험용 화장품은 개봉된 상태로 장시간 노출되어 있고,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다는 점에서 화장품 판매업소의 ‘테스터 화장품’과 유사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소비자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테스터 화장품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장품 매장 16곳, 42개 테스터 화장품 중 14개 제품(33.3%)이 황색포도상구균 등 미생물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소비자원 보도자료를 통해 “테스터 화장품은 뚜껑 없이 개봉된 상태로 장시간 노출될 경우 공기 중의 먼지·습기, 사용자간 교차오염 등으로 위해 미생물에 쉽게 오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키즈카페를 방문한 뒤 부모들이 적은 후기에는 "립스틱, 파우더를 발랐는데 트러블이 생겼다"거나 "립스틱을 돌려가며 쓰는 모습을 보니 위생이 걱정된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어린이 화장품 체험시설에 대한 위생 관리는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키즈카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눠 관리하고 있다. 키즈카페 내 음식을 파는 식당은 지자체에 일반 또는 휴게음식점으로 신고돼 식약처의 위생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놀이기구가 위치한 공간은 관광진흥법상 기타유원시설업에 해당하여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한다.

하지만 놀이시설 점검의 경우 대상 놀이기구가 한정돼 있고, 안전성 검사에 국한돼 위생관리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정춘숙 의원은 “현재 어린이 화장품 체험시설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은 개봉된 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불특정 다수가 사용해 세균 감염이 우려된다"며 "이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보건당국이 관계부처와 협의해 조속히 어린이 체험시설에 대한 실태조사 및 위생관리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업체와 소비자에 해당 시설 이용 시 주의사항을 안내·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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