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약발' 잘 받는 발기부전치료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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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의사가 말하는 발기부전치료제 처방공식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일반적으로 약에 대한 이야기는 웬만해선 일상 대화에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진통제·두통약 같은 일반약에 대한 얘기가 고작이죠. 아마도 약이 일반적인 관심사도 아닌 데다 약 자체가 앓고 있는 질환을 의미하기 때문에 노출을 꺼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발기부전치료제는 경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지극히 숨기고 싶어하는 질환이지만 오히려 은밀하게 이야깃거리가 되곤 하죠. 진료실보다 진료실 밖에서 더 많이 처방(?)받고 이야기하는 약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지고 보니 올해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가 출신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많습니다. 그래서 약 이야기 이번 주제는 의사들이 말하는 발기부전치료제 처방공식과 관련 상식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성분에 따라서는 6가지 정도가 있지만 같은 성분의 제네릭(복제약)까지 합치면 200가지가 넘습니다. 처방하려면 이 중에서 고르는 것도 일이겠죠.
 
근데 사실상 이들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데나필(비아그라·팔팔·센글라·누리그라 등)' 계열과 '타다라필(시알리스·구구·센돔·타오르 등)' 계열입니다. 레비트라로 유명했던 '바데나필'의 경우엔 성분은 다르지만 약물의 구조가 실데나필과 비슷해서 서로 같은 계열로 봅니다.
 
아마도 환자가 가장 궁금한 것은 '그래서 이 중에서 가장 약발이 센 약은 뭔데?'일 겁니다. '약발'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복용 후 발기까지 걸리는 시간(이하 약효시간)과 약효 지속시간(이하 지속시간)입니다.
 

먼저 지표로 나온 약효시간을 보면, 실데나필은 30~60분, 타다라필은 30~40분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는 성관계 전 약 복용 시점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근데 처방하는 의사의 말을 들어보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처방 시엔 실데나필은 성관계 15~40분 전에, 타다라필은 1~2시간 전에 먹을 것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이건 지속시간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실데나필은 지속시간이 4시간, 타다라필은 최대 36시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실데나필은 불이 잘 붙지만 오래가진 않는 장작불, 타다라필은 불이 붙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오래 타는 연탄불 같은 개념으로 보는 듯합니다. (※약효시간이 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발기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 자극이 있을 때만 발기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럼 화력의 차이는 클까요? 의사들은 이들 치료제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일단 (환자에게) 써봐야 압니다. 간혹 약효와 관련해 생기는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약마다 다른 용량인데요. 실데나필은 보통 50mg이 처방되고 타다라필은 10mg이 처방됩니다. 이를 두고 실데나필이 더 센 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등가성을 생각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오해입니다. 실데나필 25mg, 50mg, 100mg은 각각 타다라필 5mg, 10mg, 20mg과 효과가 같은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의사들은 오히려 약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부작용 때문입니다.
 

약효보다 부작용이 중요한 이유는 약을 바꾸는 기준이 바로 부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어떤 약을 처방하는 이유는 부작용(우려)에도 불구하고 약효에 따른 이득이 부작용에 따른 손해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근데 발기부전치료제는 좀 다릅니다. 부작용이 우선입니다. 실데나필은 안면홍조(31.8%), 두통(25.8%), 소화불량·코막힘·시야흐림(4.5%) 등의 부작용이 국내 임상시험에서 보고됐습니다. 타다라필의 경우엔 두통(23%), 소화불량(11%), 요통(4.7%), 근육통(4.1%) 등이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공통적으로 눈이 충혈되거나 귓볼이 붉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의사는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부작용이 있으면 약을 줄이거나 바꿉니다. 실제로 부작용이 있으면 환자가 먼저 약을 바꿔달라고 한답니다. 아무래도 겉으로 드러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한번 먹어봤는데 효과 없던데…
발기부전치료제를 한번 먹어봤는데 효과가 없으면 누구나 당장 약을 바꾸고 싶어할 겁니다. 근데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약효를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6번 정도는 먹어보고 부작용과 함께 약효를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심리적 요인 등 다른 이유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음주 후에는 약물 흡수에 영향을 줘 약효가 떨어집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약을 먹었을 때 효과가 없다고 현장(?)에서 연달아 추가로 복용하는 것인데요, 만회하려는 마음에 누구나 하기 쉬운 행동입니다. 근데 모든 발기부전치료제는 1일 1회 복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한번 복용한 후에는 24시간 이내에 절대로 추가로 복용하지 말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령 의사는 환자가 찾아오면, 실데나필의 경우 적어도 성행위 30분 전에 50mg을 먹으라고 처방합니다. 환자가 사용 후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없으면 계속 처방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면 25mg으로 용량을 낮춥니다. 25mg에서 효과가 있으면 계속 복용, 효과가 없으면 복용을 중단하게 합니다. 반면 50mg(6회)에서 효과가 없으면 100mg으로 용량을 늘립니다 .여기서 효과가 있으면 계속 복용하게 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복용을 중단합니다. 다른 성분의 약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단, 용량을 늘린다고 약효시간, 즉 발기되기까지의 시간이 짧아지진 않습니다.)
 

이런 처방도 있습니다. 발기부전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일반용량보다 적은 소량을 매일 먹는 것입니다. 보통 발기부전치료제는 성관계 직전, 필요 시에만 먹는데요, 이건 성관계 유무와 관계 없이 자주 소량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실데나필 25mg, 타다라필 5mg이 이 용도로 사용됩니다.
 
바로 필요 시에 발기가 잘 될 수 있도록 바탕을 다지는 개념입니다. 평소에 좋은 환경을 유지하도록 약 기운을 깔아놓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저용량 용법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오히려 이런 방식이 그때 그때 먹는 것보다 효과가 낫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타다라필 10mg 짜리를 반으로 잘라서 먹어도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다만 약 남용 우려가 있어 의사들이 추천하진 않습니다.
 

발기부전은 심리적인 요인이 큰 질환입니다. 불안하면 약발이 잘 안받습니다. 처방 하에 약을 복용하되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협심증약(혈관확장제), 고혈압약, 전립선비대증약과 같이 복용하는 것은 저혈압 쇼크를 부를 수 있어 사전에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움말: 대한남성과학회,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박흥재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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