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골다공증 치료제가 뼈를 녹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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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골다공증 치료제 부작용 예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1월은 1년 중 골절 환자가 가장 많은 달입니다. 특히 뼈가 약한 골다공증 환자는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골다공증이 있을 때 골절 위험은 정상인의 3배, 골절로 인한 사망률은 8배에 달합니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오래 사용하는 만큼 부작용 위험이 큰 편입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는 남녀 모두에게 중요한 골다공증 치료제의 종류와 부작용 예방법을 알아봅니다.
 

2013~15년 월별 골절 환자 평균 [단위 명,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골다공증 치료제는 크게 뼈가 흡수되는 것을 막거나(골흡수억제제) 뼈를 새로 만드는(골형성촉진제) 방식으로 골다공증을 치료합니다. 골다공증은 뼈를 만드는 조골(造骨)세포의 기능이 줄고, 뼈를 파괴하는 파골(破骨)세포의 기능이 강해지며 나타납니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이들 세포의 기능을 약물로 조절해 균형을 맞추는 원리로 골다공증을 치료합니다.
 

골흡수억제제로 가장 먼저 활용된 것은 여성 호르몬입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면 파골세포를 자극하는 ‘사이토카인’이란 물질이 억제되지 않아 뼈가 점점 약해집니다. 폐경 후 여성에게서 골다공증이 급증하는 이유입니다. 부족한 여성 호르몬을 보충하면 파골세포의 힘이 줄어 결과적으로 골다공증 진행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은 효과만큼 부작용의 위험이 큽니다. 뼈 외에 다른 장기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여성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자궁 등 생식기를 자극하면 자궁내막암·난소암 등 암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정맥 혈전증·천식 등이 악화하기도 합니다. 종전에 이런 질환을 앓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부작용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큽니다. 따라서 사전에 의사에게 자신의 병력과 건강 상태를 알리고,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면 최소 1년에 한번은 병원을 찾아 몸의 변화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골다공증 치료에는 전신이 아닌, 뼈에만 작용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란 약물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골다공증 환자에게 친숙한 ‘포사맥스’를 비롯해 현재 골다공증 치료제의 70~80%에 사용됩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위에서 흡수된 후 뼈로 들어가 파골세포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억제합니다. 호르몬 제제보다 부작용 위험이 덜합니다.
 

단,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쓸 때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점막 손상입니다. 주로 식후에 먹는 다른 약과 달리, 이 약은 음식물과 함께 들어가면 흡수가 덜 돼 식전에 먹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식도 등 소화기 점막을 자극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기 쉬운데요. 따라서 물을 충분히(200ml 이상) 마셔야 하고, 약을 먹은 뒤에는 30분~1시간은 눕지 말아야 합니다. 약을 입에 물고 굴리거나, 삼킨 후 트림하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또 드물지만 턱뼈 괴사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뼈는 흡수와 재생을 반복하며 튼튼해집니다. 약해진 뼈가 흡수되고, 건강한 뼈가 이를 대체해야 뼈의 양과 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장기간, 고(高)용량으로 쓰면 뼈 흡수가 억제되면서 결국 뼈가 형성되는 것까지 방해를 받게 됩니다. 턱은 말할 때, 음식을 먹을 때 사용되는 만큼 다른 뼈보다 ’흡수-재생’ 과정이 더욱 활발한데요. 이런 이유로 골흡수억제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괴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임플란트·발치 등 턱뼈에 부담을 주는 치과 치료 전에는 비스포스포네이트 복용 사실을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미국구강악안면외과에서는 4년 이상 비스포스포네이트를 먹은 사람은 치과 수술에 앞서 최소 2개월 이상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쓰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 치과 치료를 마치거나, 복용 중이라면 의사와 상의해 비스포스포네이트 사용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허벅지 뼈도 비스포스포네이트의 영향으로 미세 골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골다공증약을 먹는 데 알 수 없이 허벅지가 아프다면 X선 촬영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뼈를 만드는 ‘골형성촉진제’는 성 호르몬이 아닌 ‘부갑상선 호르몬’을 조절해 조골세포를 자극합니다. 주사제 ‘포스테오’와 ‘테리본’이 대표적입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등 골흡수억제제가 골다공증 진행을 막는 데 그친다면, 골형성촉진제는 실제 골다공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복부에 주사해야 하고, 또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시 6개월에 180만 원 가량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주사 후에는 근육통·현기증·어지럼증 등이 흔히 나타나는데요. 따라서 직접 주사할 경우 가정 등 안전한 장소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약만큼 효과적이면서 부작용 위험이 낮은 골다공증 예방·치료법은 바로 식생활습관 개선입니다. 가까이해야 할 영양소로 뼈를 만드는 칼슘과 비타민D가 꼽힙니다. 대한골다공증학회는 폐경 전 여성과 50대 미만 남성은 하루 800~1000mg,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은 하루 1000~1200mg 칼슘 섭취를 권장합니다. 칼슘은 우유·치즈 등 유제품과 두부·시금치에 풍부하죠. 가리지 말고 골고루 섭취해주는 게 좋습니다.
 

비타민D는 체내 칼슘 흡수를 돕습니다. 비타민D가 포함된 연어·고등어 등 지방이 많은 어류를 자주 먹고, 매일 30분 이상 햇볕을 쬐는 '해바라기' 생활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보충제로 하루 800IU(IU는 비타민량 효과 측정용 국제단위)를 섭취해주는 것이 뼈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도움말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 대한약사회 서기순 교육단장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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