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활동량↑ 무병장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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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건강학

사진=김동하 기자


무술(戊戌)년 새해의 주인공은 ‘황금 개’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지난해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개는 인류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 중 하나다. 국내 가정의 반려견 수는 700만 마리로 전체 반려동물의 약 72%를 차지한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pet-family)족’들은 개와 슬픔과 기쁨, 아픔을 함께한다. 개와의 이런 상호 작용을 통해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의 심신은 더욱 건강해진다. 인간이 반려견과 함께 있을 때 건강에 어떤 이점을 갖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외로움·우울감 덜어줘
심리·정서적 안정 도움
심혈관 질환 발병률 뚝

 반려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좋다’ ‘즐겁다’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이렇게 반려견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가족들의 건강 상태도 더욱 좋아진다. 그 효과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의 최근 호에는 반려견이 주는 건강 효과에 대한 흥미로운 대규모 연구결과가 실렸다. 스웨덴 웁살라대 역학과 토브 폴 교수팀이 스웨덴 국민 340만 명의 정보가 담긴 국가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연구다. 반려견과 인간의 건강에 대한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연구팀은 2001년 기준으로 심혈관 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 40~80세 대상자를 선정해 2012년까지의 12년치 기록과 사망 원인을 모두 수집·분석했다.
 
그 결과 반려견과 함께 살았던 사람은 그렇지 않았던 이들에 비해 심부전·뇌졸중·뇌출혈 같은 심혈관 질환에 걸리거나 이런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 이유를 불문한 전체 사망률이 모두 낮았다. 가족 구성원이 여러 명인 경우 반려견 주인은 개를 키우지 않는 이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15%, 전체 사망률이 11% 낮았다. 혼자 사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36%, 전체 사망률이 33% 더 낮았다. 연구팀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서 심혈관 질환이나 사망 위험이 낮은 이유는 개와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감 같은 기분을 덜 느끼고 신체 활동을 더 활발히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개를 키우는 사람은 활동량이 많다. 10세가 넘은 슈나우저 두 마리를 키우는 강진경(41·여·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매일 두 번씩 개들과 함께 한강에 산책하러 나간다. 강씨는 “개를 키우지 않을 때보다 운동량이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성인 1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호주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충분히 걸은 비율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1.77배 였다.
  
반려견 주인 중 5분의 1은 일주일에 5회, 30분 이상 실외에서 운동을 했고 실내에서도 움직임이 훨씬 많았다. 윤영길 한국체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개와 같은 동물의 움직임은 예측이 어려워 같이 운동을 하면 단조롭거나 혼자 하는 운동보다 신선한 자극이 된다”며 “반려견과 함께 운동을 하면 ‘운동’ 목적뿐 아니라 즐거움을 쫓는 ‘레저 활동’의 장점까지 갖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려견 주인 사망률 33% 낮아
반려견으로 인해 매 순간 얻는 건강 효과도 다양하다. 가장 큰 장점으로 스트레스 수치를 낮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개가 곁에 있으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감정의 동요 없이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반려견이 도와주는 것이다. 다양한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분리불안 증상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친절한 사람과 있을 때보다 개와 함께 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더 낮았다.
  
일반 성인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성인 240명에게 2분간 차가운 얼음에 손을 넣는 스트레스를 주자 혼자보다 개와 함께 있을 때 심장박동과 혈압의 변화 폭이 더 작았다. 실험 후에는 모든 수치가 더 빠르게 회복됐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인간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율신경계가 관할한다. 우울증·조울증에 걸린 사람의 경우 만성적으로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반려견을 통한 스트레스 조절 효과가 우울증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개를 키울 때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이병재 교수는 “반려견을 키웠을 때 감기 등에 대응하는 면역글로불린A(IgA) 같은 항체가 생성된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며 “대신 아이가 어려서부터 반려견에게 노출되면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항체가 형성돼 나중에 오히려 개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풍성한 인간관계 만드는 매개 
개가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건강한 대인 관계를 촉진한다는 사실 또한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최근 전남대 심리학과 윤가현 교수팀은 성인 405명을 대상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의 건강 상태와 외로움 수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개를 키우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더 건강하다고 느끼고, 덜 외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김세영 박사는 “반려견이 있으면 공원에서 혼자 걷다가도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를 매개로 이웃과 더 많이 이야기하고 타인과 쉽게 관계를 형성해 인간관계가 더 풍성해진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들은 반려견을 통해 큰 정서적 지지를 얻기도 한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항암 치료 후 회복 중인 50~ 60세 여성이 남편보다 반려동물 덕분에 유방암 통증과 두려움을 더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반려견 앞에서 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고 항암 치료 후 ‘힘들지만 괜찮다’며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힘든 암 치료 과정을 겪는 동안 반려견과 감정을 나누며 힐링을 받았다.
  
반려견은 인간을 비판하지 않고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대한다. 누구보다 순종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은 이런 개의 모습에 심리적 안정과 행복을 느낀다. 인간이 받는 긍정적 경험만큼 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인간의 책임이자 의무다. 박희명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개가 활동 욕구를 채우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변 실수를 하거나 말썽을 부릴 수 있다”며 “하루 두 번, 30분씩 개와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테리어·웰시코기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견종일수록 이를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TIP 반려견이 주는 건강 효과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 
 * 개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15% 낮음(다인 가족) 
 * 개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36% 낮음(1인 가구)
  
운동량 개선
* 개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일상 활동 많이 할 확률 57% 높음 
 * 개 키우지 않는 사람 보다 많이 걸을 확률 77% 높음
 
스트레스·혈압 관리 
 * 개 옆에 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약 24% 강하 
 * 개 옆에 있을 때 혈압이 최대 10㎜Hg씩 낮음
 
정서적 지지 
 * 외로움 점수가 개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약 6% 낮음(낮을수록 덜 외로움) 
 * 암 환자는 통증과 두려움 극복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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