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어른에게 더 중요한 '백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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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겨울에 꼭 맞아야 하는 3대 성인 백신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맞으셨나요?"
매서운 추위에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120명이 한꺼번에 독감에 걸리기도 했죠.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 최근 6년 새 가장 이른 시기 '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독감은 '독한 감기'의 준말이 아닙니다. 감기와 달리 자연히 낫지 않고, 폐렴·뇌염 등 합병증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다행히 독감은 감기와 달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돼 있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와 만성질환자, 암 환자, 65세 이상은 지금이라도 꼭 백신을 맞는 게 좋습니다.
 

건강을 지키고, 병으로 인한 의료비를 줄이는 데 백신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습니다. 독감처럼 아이는 물론 성인이 맞아야 할 백신도 많은데요. 성인은 국내에 백신이 도입되기 전 태어나서 병에 대한 면역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에 노화가 겹쳐 병에 취약한 상태가 되죠. 성인 예방 접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는 겨울철, 성인이 맞아야 하는 백신을 소개하려 합니다. 대상포진, B형 간염, 폐렴구균 등 3가지인데요. 모두 성인에게서 발생률이 높고, 백신을 통해 합병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질환입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5년 기준]

대상포진(帶狀疱疹)은 한자로 띠 모양(대상)의 발진(포진)이라는 뜻입니다. 빨간 줄처럼 수포가 생기면서 심각한 통증을 느낍니다. 주로 몸통, 얼굴에 많이 나타나는데요. 통증이 얼마나 센지 분만통, 수술 후 통증과 비견될 정도입니다. 통증만큼 합병증도 무서운데요.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해 뇌수막염을 일으키면 환자의 약 9%가 사망할 만큼 치명적입니다.
 
대상포진의 원인은 어릴 적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똑같습니다.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고개를 들며 나타나는 게 대상포진입니다. 즉, 어릴 때 수두를 앓았다면 누구나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는 것이죠.
 

성인에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중년 이후 환자가 급증하는데요. 이 연령대는 어릴 적 수두 백신을 맞지 못한, 이른바 ‘백신 공백기’ 세대입니다. 수두 백신은 1988년 국내 처음 도입됐습니다. 그 이전에 태어난 30세(만 29세) 이상 성인은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많습니다. ‘수두 경험’과 ‘면역력 저하’가 맞물리면서 중년부터 대상포진 환자가 급증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조스타박스)이 허가받아 시판되고 있습니다. 1회 접종하면 대상포진을 51~70% 예방할 수 있고, 통증 등 합병증은 60%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수두를 앓았거나 ▶가족 중에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이 있는 경우 백신을 맞는 게 좋습니다. 단, 접종 비용은 지원되지 않아 개인이 15만~19만원을 내고 맞아야 합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16년 기준]

모임이 많은 겨울은 그만큼 술도 많이 마시게 되는데요. 술에 가장 타격 받기 쉬운 장기가 알코올 해독을 담당하는 ‘간’입니다. 술을 많이, 자주 마시면 간암의 위험이 커진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실은 술보다 ‘이것’ 때문에 암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바로 ‘B형 간염’입니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간암의 65~70%가 만성 B형 간염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B형 간염은 A·B·C·E 등 바이러스성 간염 가운데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주로 어머니에게서 아이로 모자(母子)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혈액, 성관계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B형 간염은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만성화되면 평생 항바이러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백신 접종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대 초반 B형 간염 예방 백신이 도입됐고, 1995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됐습니다. 종전에 전 인구의 7~8%에 달하던 B형 간염 표면 항원 양성률(바이러스에 감염된 비율)은 지금은 3%대로 크게 줄었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연령대 별로 차이가 큽니다. 20대 표면 항원 양성률이 1%대지만, 그 이후 태어난 30~50대는 3~5%정도로 훨씬 높습니다. 실제 지난해 급성 B형 간염 환자 중 30세 이상은 10명 중 8명(78%)으로 대부분이 성인이었습니다.
 
성인의 B형 간염 백신 접종은 본인은 물론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가족 중 B형 간염 환자가 있거나, 자주 수혈을 받는 경우,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등은 꼭 맞는 게 좋습니다. 성인 B형 간염 백신은 총 3차례 맞아야 하는데요. 처음 접종한 후 1개월 뒤, 그 이후로 4~6개월 뒤에 맞으면 됩니다. B형 간염 백신은 보건소와 병 의원에서 맞을 수 있지만 비용에 차이가 큽니다. 서울시 동대문구를 기준으로 보건소 1회 접종 비용은 3000원 대, 병 의원은 2~3만원에 백신을 접종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폐렴구균 백신입니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비롯한 뇌수막염, 균혈증 등을 일으키는 세균입니다. 이를 예방하는 백신이 바로 폐렴구균 백신인데요. 65세 이상 고령층은 꼭 폐렴구균 백신을 맞는 게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폐렴에 쉽게 걸리고 낫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90% 이상이 60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층에 치명적인 병이 폐렴과 폐렴 합병증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한감염학회는 65세 이상은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2013년부터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폐렴구균 백신 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폐렴구균의 종류는 90가지 정도입니다. 백신은 크게 이 중 23가지 종류를 막는 ‘23가 다당질 백신’과 13가지 종류를 막는 ‘13가 단백결합백신’이 있는데요.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는 건 ‘23가 백신’입니다. ‘13가 백신’은 병 의원에서 개인이 10만~15만원을 내고 맞아야 합니다.
 
왜 백신 종류가 두 가지인지, 무엇부터 맞아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무료로 맞을 수 있는 23가 다당질 백신은 비교적 다양한 폐렴구균을 예방할 수 있지만, 효과가 일관되지 않습니다. 백신을 접종해도 폐렴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신 뇌수막염·패혈증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 합병증을 50~80%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부 폐렴을 예방하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어 정부가 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죠. 13가 단백결합백신은 예방할 수 있는 폐렴 종류가 적지만, 예방 효과가 75% 정도로 높고 효과가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백신을 접종 받는 게 좋을까요? 대한감염학회는 만 65세 이상이면서 ▶심혈관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병 ▶만성 간질환 ▶알코올 중독을 앓는 경우 이 두 가지 백신을 모두 맞으라고 권고합니다. 아직 하나도 안 맞았다면 13가 백신을 먼저 맞는 게 효과가 큽니다. 이후 1년 이상 간격을 두고 23가 백신을 맞으면 됩니다.
 
이미 23가 백신을 맞았다면 1년 이상 지난 뒤 13가 백신을 맞습니다. 만약 23가 백신을 맞은 시점이 65세 이전이라면 1년 이상 지나 13가 백신을 맞고 이로부터 4년 이상 뒤에 23가 백신을 한 번 더 맞으면 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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