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어린이·노인 있는 가정의 상비약 관리, '이것' 점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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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상비 약품 구비·관리 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늦은 밤이나 병원이 문을 닫은 주말, 어린 자녀가 배탈이 나 우는 등 응급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기 쉽습니다. 이럴 때 가정용 상비약이 큰 도움이 되지요. 각 가정마다 상비약 상자 하나쯤은 마련해 두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비약을 구비해 두기만 하고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응급 상황에서 정작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잘못 관리한 약을 먹고 배탈이 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열 번째 약 이야기의 주제는 ‘가정용 상비약 활용 및 관리법’ 입니다. 특히 약물 사용에 주의해야 할 어린이와 어르신이 있는 집에서 상비 약품을 구비하는 요령과 관리할 때 유의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의점 1. 시럽 약은 개봉 후 2~3개월 후 무조건 폐기
어린이나 어르신은 목 넘김이 불편한 알약 대신 액체 시럽 약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액체 형태의 시럽 약은 뜯은 지 2~3개월이 지나면 즉시 폐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상비약에 약간의 보존제가 들어 있지만 특히 액체 약물은 공기와 접촉해 변질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색이 뿌옇게 변하고 약효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배탈이 나는 등 부작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약품 포장지 겉면에 적힌 유효기간은 ‘뜯지 않았을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유의점 2. 남은 처방약을 상비약처럼 놔두지 않는다
처방약 중 복용하고 남은 약을 잘 보관했다 나중에 같은 증상이 찾아왔을 때 재사용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행성 결막염으로 항생제 안약을 처방 받은 뒤 나중에 다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똑같은 증상이니 다시 병원에 가지 않고 보관했던 약을 사용하는 게 편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방 항생제는 1개월 내 냉장 보관이 원칙입니다.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폐기 처분’ 해야 합니다. 변질의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르신 중에는 병원에서 처방 받은 감기 약 중 남은 며칠 치를 잘 보관했다 다시 꺼내 드시는 경우가 잦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부부끼리 함께 먹기도 하고 친구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처방약은 당시 증상에 따라 조제하므로 현재 증상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러지 반응 등의 개인차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복용 후 남은 처방약은 버리기를 권장합니다.
 

유의점 3. 졸음 오는 약을 잘 알아둔다
콧물·재채기·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증상을 대비해 항히스타민제를 구비해 둡니다. 그런데 항히스타민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졸림’ 증상이 있습니다. 같은 항히스타민제라도 조금씩 졸린 정도가 다르니 이를 잘 알아두기를 권합니다.
콧물 알레르기에 주로 쓰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콘택 골드’나 ‘액티피드’는 가장 졸린 약에 속합니다. 이 약에서 졸림을 유발하는 성분은 트리프롤리딘·클로르페니라민입니다. 가려움증과 두드러기,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사용하는 세르티진 성분의 ‘지르텍’은 이보다는 조금 덜 졸립니다. 콧물과 재채기에 쓰는 로라타딘 성분의 ‘클라리틴’은 나머지 약들에 비해 가장 덜 졸립습니다. 만약 알레르기가 심한 상황에서 약을 먹고 운전을 하는 등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면 덜 졸린 약을 골라서 먹기를 권합니다. 특히 노인들은 이런 약을 복용한 뒤 어지러움 때문에 낙상 사고의 위험도 커져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의점 4. 두 가지 어린이 해열제를 모두 구비한다
열이 나거나 두통이 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 같은 해열진통제나 ‘부루펜·이지엔6’ 같은 NSAIDs(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 소염진통제를 복용합니다. (☞두통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약 이야기 첫 번째 편을 참고합니다)
보통 이 약들은 4~6시간마다 먹어야 안전합니다. 하지만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자녀가 한 가지 약을 먹고 두 시간이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다른 성분의 약을 다시 먹일 수 있습니다. 영유아의 경우 고열이 지속되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아 열성 경련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열을 떨어뜨리는 게 가장 급하고 중요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부프로펜 성분의 해열제를 모두 구비해 응급 상황 시 두 가지를 교차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유의점 5. 소독약은 목적에 따라 구비한다
상처 소독과 살균 작용을 돕는 소독약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런데 각 소독약은 사용 목적이 조금씩 다릅니다.
주사를 맞기 전처럼 상처가 나지 않은 곳을 가볍게 알코올로 닦아줄 때나 바늘·가위 등을 소독할 때 에탄올을 사용합니다. 피부가 벗겨진 상처 근처는 과산화수소로 소독할 수 있습니다. 과산화수소는 산화되기 쉬우므로 직사광선이나 열에 노출되지 않은 그늘에서 잘 관리하고 사용 후 뚜껑을 꼭 닫아 놓습니다.
과산화수소로 소독을 하면 상처 부위가 매우 따가울 수 있어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는 덜 따가운 소독약으로 염화 벤젠토늄 성분의 ‘세네풀’을 추천합니다. 항균 작용과 더불어 약간의 국소 마취제와 혈관 수축제가 들어 있어 자극이 덜하고 지혈 효과도 있습니다. (☞상처가 났을 때 소독 및 상처 치료 방법은 약 이야기 아홉 번째 편을 참고하세요)
 

유의점 6. 어린이 배탈 약은 따로 구비한다
어린이들은 배탈이 나도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합니다. 0~4세 영유아가 배가 아파 자지러질 듯 운다면 변비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린이가 복통이 심할 경우 ‘스멕타 현탁액’처럼 유해 물질을 흡착해 배출하는 지사제를 권장합니다. 영유아와 성인이 모두 사용 가능한 약입니다.
과식 등으로 인한 소화 불량이라면 약 보다는 따뜻한 물을 충분히 먹여 배변이 잘 되도록 돕는 편이 낫습니다. 복부 팽만감이나 식체 같은 어린이 배앓이에는 감초 등의 성분으로 만든 ‘백초’ 시럽 같은 한방 소화제가 유용할 때도 있습니다.
 
※안전한 약물 복용을 위해 모든 상비약은 6개월마다 유통기한을 점검하고, 교체해 줍니다. 오늘 저녁, 우리집 상비약을 한 번 점검해 보세요.
도움말 : 대한약사회 안지원 홍보부 부위원장(세븐약국)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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