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없다"고 말하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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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 온 이야기]

외래 진찰 시간, 작년 2016년10월13일에 추적 검사하고 1년만인 오늘 재발 여부를 알기 위한 추적검사결과를 보기위해 내원한 30대 초반 여자사람 환자다.

재발여부를 알기 위한 기본 검사로는 목초음파(neck ultrasonography)와 피검사를 한다. 여기서 이상이 발견되면 상황에 따라 더 필요한 정밀검사로 들어 간다.

목초음파 검사로 갑상선이 있었던 갑상선바탕( thyroid bed)과 중앙경부림프절, 그리고 옆목림프절(레벨2,3,4,5)에 재발 병소가 있는지를 보고, 그리고 갑상선암 수치(갑상글로부린, Tg), 항갑상글로부린항체(TgAb), 갑상자극뇌하수체홀몬(Thyroid Stimulation Hormone,TSH), 갑상선홀몬수치(Free T4, T3)등도 검토하여 재발여부를 짐작한다.

갑상선 전절제한 환자에서 갑상선 홀몬(신지로이드)을 복용하여 TSH를 억제한 상태에서 Tg수치가 0.1ng/mL 이하로 나오면 갑상암세포가 전멸했거나 암세포 활동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갑상선홀몬 복용을 중지하여 TSH를 30 이상으로 올린 상태에서 Tg수치가 1ng/mL이하로 나오면 재발이 없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Tg수치가 아무리 적게 체크된다 해도 Tg를 상쇄하는 항체인 TgAb가 분비되는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진다.

 TgAb는  갑상선암세포나 갑상선조직에서 분비되는 Tg가 있어야 생성되는 항체임으로 TgAb가 높게 측정되면 설사 Tg가 낮게 측정되더라도 어디에선가 갑상선암세포나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TgAb는 갑상선안에 있는 무수한 림파구와 갑상선주위(중앙경부, 측경부)림프절내의 림파구와 골수에서 생성되는데 갑상선과 전이 림프절을 다 제거하면 Tg는 비교적 빨리 낮아지는데(반감기 65시간) TgAb 는 갑상선이 없어져도
계속 높이 측정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전절제후 1년가까이 되면 TgAb수치의 하락을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1년이내 TgAb가 측정되는 것을 보고 암이 남아 있다던가 재발했다거나 하는 해석을 하지는 못한다.  정상인의 10~20%에서도 TgAb가 생성되고 있기 때문에 TgAb수치 하나만 보고 재발이다 아니다 판정하기에는 다소간의 무리가 있다.

암(갑상선유두암, 여포암) 이외에도 TgAb가 높게 측정되는 경우는 하시모토 갑상선염,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일부(10~33%), 루푸스 환자(SLE),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 스제그렌 증후군(Sjogren's syndrome), 제1형 당뇨병,류마치스 관절염, 임신 등이 있다.

그러나 갑상선전 절제와 방사성요드치료 후 떨어졌던 TgAb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 Tg를 생성하는 암세포가 다시 자라거나 재발이 되지 않나 의심을 해야한다. Tg가 있어야 TgAb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오늘 추적 검사한 32세 여자사람은 우측 갑상선날개에 0.4cm유두암이 있고, 여기에서 중앙경부림프절로 0.2cm에서 0.5cm까지 다양한 크기의 전이가 발견돼 2015년 12월30일에 갑상선 전절제술과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받고 150mCi의 고용량 방사성요드 치료를 한번 받은 후 두번째 치료를 받으려고 하다가 그 당시 Tg 0.43ng/mL, TgAb 66.1 IU/mL로 체크돼 2차 치료가 생략 되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방사성요드치료 직후에는 방사선으로 인해 파괴되는 암세포나 남은 정상갑상선 조직에서 나오는 Tg나 TgAb때문에 높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환자는 Tg도 낮고 TgAb도 낮게 측정되었던 것이다.

 오늘 검사 결과도 어련히 좋겠지 하고 초음파영상을 먼저 보니 깨끗하게 보인다.
그리고 Tg수치도 0.04ng/mL도 최저 수치를 보이고 있다.

"OK, 재발 없습니다 " 말하려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TgAb수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보인다.

1156 IU/mL?  뭐야 이거? 잘못 측정되었나?

다시 초음파영상을 찬찬히 훑어 보니 왼쪽 측경부 레벨3 림프절 두 개가 커져 있다.

"아니, 원래 암은 오른쪽에 있었는데?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

문헌에는  5%정도는 반대편 림프절로도 전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되어 있으니까 일단 검사를 해 봐야 될 것 같다.

환자에게 '림프절 세침검사를 해보자'고 얘기하니 고맙게도 수긍을 해준다.

왼쪽 측경부림프절로의 전이가 확정되면  림프절청소술을 하고 또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전이가 없다고 판정되어도 높은 TgAb 때문에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Tg가 높게 나오면 재발 부위를 찾기위한 PET-CT스캔은 의료보험에서 허락되어 있는데, TgAb가 높아 PET-CT를 찍어 보려면 의료보험공단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나 싶다.

할 수 없이 이 환자는 앞으로 목CT스캔과 폐CT스캔을 찍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에혀~, 32세 밖에 안된 이 젊은 여인에게 이 무슨 형벌인고......애초에는 0.4cm 밖에 안되는 미세암이었는데 말이지...

추가: 추적검사 때 TgAb가 올라 가 있어도  감소하는 경향에 있으면 일단 안심하고,
증가하는 경향이면 재발 을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CT, MRI, 초음파 영상등)를 한다. 정밀검사에 발견되지 않으면 미세한 암세포가 몸 어디엔가 숨어 있을지 모르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장기의 구조변화(structual change)가 없다는 뜻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미세암을 몰아 내는 시도를 한다.
본문 속에 기술한 갑상선암 외에 TgAb가 올라가는 질환이 있는지도 살펴 봐야 한다.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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