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비타민(vitamin)은 약처럼 먹는 식품, 식품처럼 먹는 약입니다. 실제 비타민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모두 쓰이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생명(vita)을 위한 유기물질(amine)이란 이름처럼 탄수화물·지방·단백질·무기질 등의 대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기 때문이죠.
바쁜 현대인은 비타민을 음식보다 건강기능식품(비타민제)로 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중 비타민&무기질 제품 매출액은 지난 2014년 1415억원에서 2015년 2079억원으로 47%나 늘었습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의 주제는 살면서 한 번은 먹게 되는 ‘비타민’입니다.
일반인이 비타민을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부작용이 적어서’입니다. 몸에 꼭 필요해 의약품으로도 만들어지는 데, 부작용이 적어 식품으로도 판매되니 먹어서 나쁠 게 없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에서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바로 “감기약을 먹고 비타민C를 먹으면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감기약 등에 있는 방부제(벤조산나트륨) 성분이 비타민C와 만나면 벤젠이라는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식약처는 “벤조산나트륨과 비타민 C가 함께 함유된 제품은 없다. 이 둘을 각각 복용해도 위장에서 빨리 흡수돼 둘이 오래 반응할 수 없어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내·외에서 (이런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자의 지인도 이 뉴스를 봤나 봅니다. 오랜만에 본 그는 “비타민이 무조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비타민만 먹으면 속이 너무 아파서 아예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의외로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비타민을 먹는다고 속 쓰림, 울렁거림 등을 경험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에게는 비타민도 이런 소화기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요.
첫째, 비타민이 위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비타민C를 먹으면 신 맛이 느껴지는데, 이는 비타민C가 산성을 띄기 때문입니다. 위에 들어가면 점막이 자극을 받고, 위산이 더 많이 분비돼 속이 쓰리거나 아플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용량이 적은 비타민제를 먹거나, 식사 중간·식사 직후 비타민을 섭취하면 증상이 덜합니다. 최근에는 중성 비타민C도 판매되고 있는데요. 위를 덜 자극하기 때문에 속 쓰림이 적습니다.

둘째, 간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비타민은 비타민B·C처럼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과 기름에 녹는 지용성(비타민 A·D·E) 비타민으로 나뉩니다. 수용성 비타민은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지용성 비타민은 물에 녹지 않아 간과 지방세포에서 분해·저장됩니다. 몸에 축적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지용성 비타민을 장기간, 너무 많이 먹으면 간이 부담을 받아 속이 더부룩하거나 두통·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몸에 쌓이는 지용성 비타민은 일일 상한 섭취량이 있습니다. 20세 이상 남녀는 모두 상한 섭취량이 일정합니다. 비타민A는 3000㎍ RAE(레티놀 활성당량), 비타민D는 100㎍, 비타민E는 540㎎ α-TE(알파-토코페롤당량)을 지켜 섭취해야 안전합니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 중 비타민A를 많이 먹으면 속 쓰림뿐 아니라 유산·기형아 출산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끝으로 비타민에 포함된 다른 영양소나 제형(약의 형태) 탓에 속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하나만 먹는다면 괜찮겠지만, 음식이나 혹은 다른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너무 많은 영양소를 섭취하게 됩니다. 예컨대 비타민에 철분이 함유된 제품이 많은데요. 철분 섭취량이 과하면 구토나 변비 등의 소화기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타민에 포함된 성분이 무엇인지, 이 성분이 나에게 정말 부족한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습니다.

일부 비타민제는 딱딱한 알약 형태가 아니라 말랑말랑한 캡슐로 판매되는데요. 이런 캡슐 형 비타민제는 뱃속에 들어가 불어서 터지면서 흡수됩니다. 민감한 사람은 이런 자극을 매스껍거나 속이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런 캡슐형 비타민제는 차가운 물보다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먹으면 부담이 덜하다니 알아두세요.
(도움말 고대구로병원 김진욱 가정의학과 교수, 대한약사회 서기순 교육단장)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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