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23 불면증 노인, 수면제 복용 전 생활습관 점검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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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불면증 극복하는 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잠이 보약이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잠만 한 게 없어서인데요. 요즘에는 잠을 푹 자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야나 새벽시간에 활동할 일이 많아지고 잠자리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를 쓰는 등 수면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노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노인 인구의 약 50%가 수면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노년기 수면장애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질병과 관련이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의 이번 주제는 ‘노인 불면증 극복하는 법’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잠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입니다. 신체는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노인이 되면 주요 장기의 기능이 저하돼 호르몬 분비와 대사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대표적인 게 멜라토닌인데요. 멜라토닌은 수면 유도 물질입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멜라토닌이 잘 생성되지 않아 노인의 수면 시간이 다소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이 줄었다고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잠을 3~4시간만 자더라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병이 아닙니다. 8~9시간을 자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생활하는 데 지장을 줄 만큼 낮에 졸리며 집중력이 떨어지면 불면증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불면증은 밤에 잠들기 어렵고 자다가 자주 깨며 더 자야할 시간인데 새벽에 일찍 깨 원기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노인은 보통 일주기 리듬이 일반 성인보다 조금 앞당겨져 있습니다. 생체 시계·리듬을 관장하는 뇌의 신경 기능이 감소하면서 수면 양상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주기 리듬이 앞당겨지면 오후 7시에서 9시 사이에 일찍 잠이 들고 8시간 후인 오전 3시에서 5시 사이에 일찍 깨어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입니다. 노인은 앞서 말한 대로 멜라토닌 분비가 줄면 수면의 질에 타격을 받아 불면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멜라토닌은 원래 해가 진 후 나오기 시작해 새벽 2~4시에 가장 많이 분비됩니다. 새벽잠이 없는 편인 노인은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갈수록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 집니다. 한 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도 어려워 결국 불면증으로 악화하죠.
 
노인이 앓고 있는 다양한 신체 질환이나 통증도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노년기에는 심혈관계·호흡기계·소화기계 질환과 관절염, 암 등 신체 질환 유병률이 높은 편입니다. 이때 치료·관리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은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질환 탓에 생긴 만성 통증과 가려움증도 주로 밤에 증상이 악화해 잠을 설치는 요인이 됩니다.
 
노인에게 흔한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 역시 불면증의 원인입니다. 노인은 노화 탓에 기도 주변 근육의 긴장도와 탄성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자는 도중에 기도가 좁아지기 쉽습니다. 수면 중 호흡이 힘들어지면 산소가 부족해져 잠에서 자꾸 깨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연속적이고 깊은 잠을 자기 어려워지죠.

불면증이라고 무작정 수면제부터 복용하는 것은 잘못된 대처 방법입니다. 불면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제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신체·정신적 원인이 있으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복용약이 원인이라면 그 약이 꼭 필요한지 살펴본 후 가능하면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다른 약물로 대체합니다.
 
평소에는 잘못된 수면습관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면·기상 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밤잠을 설쳤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고 낮 동안 활동적으로 지내야 합니다. 졸리지 않다면 억지로 자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애쓸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이런 불안은 잠들기 더 어렵게 합니다.
 
잠자기 전 운동을 해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이 잘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는 오해입니다. 취침 직전의 운동은 신체 상태를 활성화해 잠을 깨게 만듭니다. 운동은 낮 시간에 적당한 피로를 느낄 수준으로 하면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불면증이 있는 노인은 커피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차, 초콜릿은 점심 후 섭취하는 것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물질이 대사하기까지 약 8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배고플 때도 잠이 잘 안 올 수 있습니다. 가벼운 간식을 먹으면 수면 촉진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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