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복강경수술 노하우 토대로 로봇수술 새 지평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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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학 실현의 장, 경희대병원 로봇수술팀

전승현(비뇨기과) 교수(오른쪽)가 73세 전립샘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로봇수술팀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수술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김정한 기자


첨단의학 실현의 장, 경희대병원 로봇수술팀 
암과 관련해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국내 사망 원인 1위(1983년 이후)가 암이라는 점, 그리고 여전히 수술이 암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수술의 완성도는 완치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다. 치료 결과뿐만이 아니다.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도 좌우한다. 수술을 잘하는 병원이 최고의 암 병원으로 인정받는 배경이다. 경희대병원 로봇수술팀은 첨단 의학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로봇수술로 수술의 한계를 허물고 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수술 도전
직장암 환자의 항문 보존율 98%
하루 2건 제한, 효율·안전성 확보

지난달 28일 오전 10시쯤 경희대병원 수술실. 전립샘암 환자 박지명(75·가명)씨에 대한 로봇수술이 한창이다. 박씨는 다행히 초기에 해당하는 국소성 전립샘암(2기)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전립샘비대증이 심했다. 전립샘은 보통 20~30g이 정상인데, 박씨는 100g이 넘도록 커져 있었다. 전립샘암 환자에게 전립샘비대증이 동반되면 수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수술 범위가 제한된다. 
 
전립샘이 비대해진 환자에 대한 수술은 무리해서 시도하지 않는다. 집도의의 경험이 부족하면 자칫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집도의 전승현(비뇨기과) 교수는 차분하게 공간을 확보해 나갔다. 콘솔을 통해 인식한 혈관을 잡아 혈류를 하나하나 차단하면서 조직을 제거해 나갔다. 신경은 최대한 살렸다. 암 조직이 완벽하게 제거됐고, 수술은 신경 손상 없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양보다 질로 후발 주자 약점 극복 
로봇수술은 환자의 몸에 네 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그곳으로 로봇 팔을 넣어 몸속에서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집도의는 수술대와 떨어진 콘솔 박스에 앉아 로봇을 조작한다. 어두운 몸속을 선명한 3차원 영상으로 보면서 수술한다. 사람이 조종하는 만큼 의료진에 따라 수술 성적은 달라진다.
 
경희대병원은 양보다 질로 승부했다. 성적을 최우선 가치로 뒀다. 로봇수술 암 종별 전담의사를 핵심 멤버로 꾸렸다. 복강경 수술 경력이 풍부한 교수를 중심으로 전담의사를 정했다.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과 해부학적 이해를 갖춰야 해서다. 구조적으로 유사한 면이 많아 복강경 수술 경험은 로봇수술에서 중요한 요소다. 전담의사는 복강경 수술 도입 당시 주니어스태프였던 의료진이 주축을 이뤘다. 
 
10~15년이 지나 수술 실력이 완성 단계에 이르러 로봇을 잡게 된 것이다. 경희대병원 로봇수술위원장인 전승현 교수는 “복강경 수술 경험을 살려 남들이 시도하지 않던 수술에도 성공적으로 로봇수술을 시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고환암 수술에서 전이 예방을 위한 ‘후복막 림프절 절제술’에 로봇수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다.
 
노력은 성적으로 나타난다. 직장암 수술 후 항문 보존율은 98%에 달한다. 항문 보존은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된다. 항문을 살리지 못하면 배에 인공항문을 달아야 한다. 의료진 실력에 따라 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에는 공간 확보가 어려워 로봇수술이 힘들었던 갑상샘암의 경우 겨드랑이나 유두 주변을 통해 갑상샘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로봇수술을 적용한다. 외관상 수술 흔적이 드러나지 않고 미세 신경 손상을 최소화한다. 전립샘암에서는 수술 합병증으로 떨어질 수 있는 요자제 능력을 94.5%, 성 기능 보존율을 71%까지 끌어올렸다. 암 수술의 완성도를 전반적으로 높이고 합병증을 크게 줄였다.
 
무리하게 적용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효율성을 무시하고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경희대병원은 다학제 진료를 활성화해 이를 조율한다.
환자를 위해 외과·비뇨기과·혈액종양내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병리학과 의료진이 모두 모인다. 환자 앞에서 진단 결과를 두고 치료법을 논의한다. 약물치료를 할지, 방사선요법을 적용할지 치료계획을 세운다.
 
 치료 방법으로 수술이 결정된 후 로봇수술 여부를 논의한다. 신장 전절제술 등 비교적 간단한 수술은 굳이 로봇수술을 하지 않는다. 다른 수술에 비해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없어서다. 로봇수술의 효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로봇수술은 고난도 수술 위주로 이뤄진다. 전 교수는 “암 치료에서 다학제 진료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를 통해 로봇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 치료법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을 하루 2건 이하로 제한한 것도 로봇수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다.
 
의학·한방 협진으로 수술 후 관리 
경희대병원은 로봇수술 후 관리도 차별화한다. 다양한 치료 모델을 적용한다. 수술 후 통증관리, 암 종별 영양프로그램을 비롯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통증관리는 양·한방 협진을 통해 만족도를 높인다. 경희대병원이 할 수 있는 강점 중 하나다. 영양관리는 특수 영양팀에 의뢰해 암별·환자별로 주의해야 하는 음식과 보충해야 할 식단을 정한다. 전 교수는 “환자는 자신이 평소에 뭘 잘못해 암에 걸렸는지 의문을 갖는다”며 “전문팀이 식습관을 분석해 식단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로봇수술 명의와 함께하는 톡투유
로봇수술 의료진을 직접 만나 로봇수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경희대병원은 오는 21일(금) 오후 3시 경희의료원 정보행정동 지하 1층 제1세미나실에서 ‘정밀의학·맞춤치료의 로봇수술’을 주제로 무료 건강강좌 ‘명의와 함께하는 톡투유’를 연다. 로봇수술팀 대표 의료진이 대장암, 간·담도·췌장암, 갑상샘암, 전립샘암, 부인암, 구강·인후두암에 대해 강의한다. 일반 건강강좌와 달리 토크 콘서트 방식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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