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심근경색 사촌 ‘폐색전증’ 초미세먼지 탓 위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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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혈액에 섞여 혈전 생성…폐동맥 막아 5명 중 1명은 사망

폐색전증은 혈전(피떡)이 폐동맥을 막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경색·심근경색과 사촌뻘이다. 혈전이 뇌동맥을 막으면 뇌경색,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과 위치만 조금 다를 뿐이다.

그래서 뇌경색이나 심근경색만큼 위험하다. 폐동맥이 막히면 5명 중 1명은 2시간 내에 돌연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갑작스런 호흡곤란·각혈·흉통·어지러움·쇼크·실신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장과 폐의 기능이 크게 저하되는 후유증을 남긴다.

고혈압, 복부 비만,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육류 위주의 식습관, 흡연, 노화, 장기간 입원 역시 혈전을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초미세먼지 136개국 중 130위…폐색전증 ‘경보’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중요한 원인으로 떠올랐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분의 일 크기인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는 호흡기로 들어와 심장을 거쳐 피와 섞인다. 초미세먼지가 섞인 혈액은 점성이 높아진다. 찐득찐득해진 혈액은 염증과 혈전을 유발한다.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심각한 한국에선 폐색전증 등의 질환에 각별히 주의하는 게 좋다. 한반도를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올 들어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130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나 늘었다.

국제 통계에선 심지어 중국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전체 38개 회원국 중 28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대기오염 분야에서 38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의 관광경쟁력 평가에서도 우중충한 결과가 제시됐다. 한국의 초미세먼지 지표는 평가 대상인 136개국 중 130위였다.

문제는 한반도의 대기오염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OECD는 206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가 한국의 경우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미세먼지 사망자는 인구 10만명 당 27명으로, 산술적으로는 매년 1만3500명이 사망한다는 결과로 계산된다.

적절한 관리로 폐색전증 예방 가능

초미세먼지가 섞여 굳어버린 혈전이 혈관을 막아 일으키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뇌경색, 급성 심근경색, 심부정맥, 폐색전등 등 매우 심각하면서도 응급을 요하는 질환들이다.


이 가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폐색전증의 경우 한해 1만2500여명이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5년). 인식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환자가 폐색전증으로 고통 받는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폐색전증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적절한 관리가 필수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통해 체중을 유지하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 고혈압·고지혈증 등을 앓거나 복부비만이 심한 고위험군이라면 의사 처방에 따라 혈전을 분해하는 경구용 항응고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폐색전증 위험도 크게 증가했으므로, 적절한 대비가 필수다. 실시간 대기정보 시스템(www.airkorea.or.kr)을 매일 확인하며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 ‘매우 나쁨’인 날은 외출을 자제한다. 불가피하게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조구영 교수는 “최근 국내 혈전 질환의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질환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혈전 질환은 진단을 통해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므로 평소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고 질환의 주요 증상이 나타날 때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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