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 성적 좌우할 '수면력' 어떻게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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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볕 쬐는 게 큰 도움...백색소음도 숙면 유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7일)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당오락’(四當五落, 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이상 자면 불합격)'은 옛말. 효율적인 수면은 그간의 노력을 최고의 결과로 이어주는 '꿈의 사다리'와 같다. 집중력, 기억력, 체력 등 수험생에게 필요한 덕목이 모두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충분한 수면 학업 능력 끌어올려
 
지난 2011년, 대한수면의학회는 '수면의 날'을 맞아 청소년 수면시간과 학습능력의 상관 관계를 발표했다. 인천지역 중고등학생 2381명을 대상으로 평일과 주말 수면시간,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과 학교 성적 등을 조사한 것. 그 결과 상위 30% 이내 학생은 부족한 잠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면 빚’(주말수면시간-주중수면시간)이 30분 정도 적었다. 규칙적으로 충분히 잔 학생이 성적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잠을 줄이며 공부하는 건 스스로 악수를 두는 격이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새로운 사실 정보를 뇌의 기억회로 속에 적절히 입력할 수 없다. 2014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뉴욕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동물실험 결과 잠을 자지 못한 쪽은 그렇지 않은 쪽보다 장기 기억을 촉진하는 수상 세포 가지들(dendritic branches)의 생장이 더뎠다. 뇌에 쌓인 독성물질이 수면 시 해소된다는 연구도 있다.
 
제대로 자지 못하면 정신력은 물론 체력도 떨어진다.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교대 근무자들은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체중 변화, 위장 질환(소화불량, 위궤양 등), 감기, 월경 불순 등이 발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사고를 당할 위험도 커진다.
 
   
 
멜라토닌 조절에는 아침 햇볕 쬐는 게 도움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단, 인간은 낮에 활동하고, 밤이면 휴식을 취하게끔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이른바 생체 시계다. 그러나 실내 활동이 잦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험생은 생체 시계를 제대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자고 싶어도 자기 힘든'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도 흔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명상과 스트레칭, 자기 생각과 감정을 일기로 풀어내는 일,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는 숙면을 방해하므로 피한다. 키위, 상추, 삶은 달걀, 호두 등은 수면을 돕는 음식이다. 특히 우유에는 체내 이완을 돕는 단백질(트립토판)이 풍부해 정신력은 물론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취침 1시간 전 샤워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체온 유지를 위해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몸을 씻는다.
 
수면 환경은 '숙면 호르몬' 멜라토닌과 관계가 깊다. 멜라토닌은 빛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분비량이 결정된다. 흡수하는 빛이 많으면 분비량이 줄고, 반대로 적으면 분비량이 늘어 숙면을 이끈다. 외부 조명이 새지 못하게 커튼을 치고, 조명을 조절하는 식으로 침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멀리한다. 스마트폰은 TV의 약 5배에 달하는 청색광을 뿜어내는데, 이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가 줄면 잠에 들기 어렵다. 과도한 멜라토닌 분비는 활력을 떨어트리고, 우울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멜라토닌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상 시 4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다. 멜라토닌 분비는 기상 후 햇볕을 쬘 때 농도가 떨어지고, 이 후로 14시간이 지나면 분비가 시작돼 자는 동안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 날이 흐리거나 활동에 제한을 받으면 이를 대체하는 조명이나 특수한 라이트 테라피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가정집 거실에 설치된 조명은 강도가 700럭스쯤 되는데, 그늘 밑 태양빛이 약 1만 럭스 정도다. 적어도 2500 럭스 이상 쬐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라이트 테라피 기기는 자연광과 유사한 밝기와 파장대의 빛을 구연해내는 기기로, 필립스의 '에너지업' 등이 있다. 
 
백색소음, 집중력 높이고 숙면 도와 
 
백색음은 여러 주파수 범위의 소리가 합쳐진 것을 말한다. 빗소리, 카페에서 들리는 대화소리처럼 개별 음이 뭉쳐 만드는 소리다. '배경음'이라 생각하면 쉽다. 카페에서 공부할 때 집중력이 올라가고, 칭얼대는 아이의 귓바퀴를 만져주면 금세 조용해지는 게 '착한 소음'인 백색소음의 덕이다. 백색소음은 뇌파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병원을 비롯, 숙면 컨설팅 서비스 업체 등에서 수면 관리에 백색 소음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학습 능력을 높일 때도 도움이 된다. 한국산업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을 들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올랐고 스트레스는 27.1%감소했다. 이에 따라 학습시간은 13.63%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소음은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선 2~3년 전부터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 화제다. ‘두피 마사지해주는 영상’, ‘면봉으로 귀를 파주는 롤플레잉 영상’, ‘모닥불의 장작이 타는 장면’ 등 백색소음을 담은 오감 자극 영상으로, 약 300만 건 정도가 업로드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ASMR 유튜버’나 ‘ASMR 아티스트’라고 부르는데, 일부는 광고회사와 계약을 맺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도담도담’ 앱은 파도 소리, 빗소리, 카페 대화 소리 등의 백색소음과 자장가, 클래식 음원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자기 전 타이머를 맞춰두면 3단계에 걸쳐 음량이 점차 줄어들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 공부를 할 때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밖에 악기 소리, 음악, 빗소리 등을 마음대로 조합해 나만의 백색소음을 만들 수 있는 웹사이트, 앱도 출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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