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 행동이 현실로 이어진다? 렘수면행동장애 바로 알기

[신영경 기자] 입력 2024.11.22 09.03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으로 진행하기도

렘수면행동장애는 근육 운동이 억제되지 않은 채 꿈 속 행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의 브레이크 패드가 고장난 것과 같다. 꿈은 대부분 렘수면 단계에서 꾼다. 이때 뇌는 꿈을 현실로 인식해 활성화하는데, 근육은 마비돼 움직이지 않는다. 몸은 자고 있지만, 뇌가 깨어 있는 상태다. 실제 깨어 있을 때의 뇌파와 비교해도 구분하기 어렵다. 


증상이 심한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둘러 옆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꿈의 내용이 행동화되는 것이다. 수면 전반기 비렘수면기간에 꿈과 상관 없는 단순 행동을 하는 몽유병(수면보행증)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50~80세 10명 중 1명은 전 단계

정확한 발병 기전에 대해선 현재까지 밝혀진 게 없다. 다만 노화로 인해 뇌신경이 기능을 못하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뇌 질환과 연관 있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초기 단계에 렘수면행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 보고된 유병률은 2.01%다. 최근에는 50~80세 한국인 10명 중 1명(15.9%)이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렘수면 무긴장 소실이나 꿈-행동화 중 하나가 나타나는 경우)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하려면 1차적으로 병력 청취를 진행한다. 필요하면 수면다원화검사로 수면 중 뇌파, 근육 상태, 호흡 상태를 종합 평가해 확인한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수면다원화검사에서 렘수면 시 근 긴장도 증가, 비정상적인 렘수면 이상 행동이 관찰된다.
 
본인·주변인 안전 위해 적극적인 치료 필요

안타깝게도 렘수면행동장애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완치 치료제는 아직 없다. 증상 경과에 따라 약물의 종류나 용량을 조절하는 유지 치료가 주를 이룬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의심 증상이 있다면 치료를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를 겪게 되면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수면의 질이 낮고 우울감이 심할 수 있다”며 “본인뿐만 아니라 동침하는 주변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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