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피부병 아닌 평생 관리 필요한 면역 질환 ‘건선’
[권선미 기자] 입력 2024.10.28 17.09
매년 10월 29일은 세계건선협회연맹에서 지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다. 건선은 피부에 은백색의 피부 각질(인설)로 덮인 붉은 반점(홍반)과 가려움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단순한 피부병이 아닌 면역세포의 이상으로 생긴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해 평생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와 함께 건선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건선은 특정 면역세포가 이상을 일으키면서 염증 유발 물질이 피부의 각질 세포를 자극, 과도한 세포 증식과 피부 염증을 유발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질병 이름 때문에 단순히 피부가 건조해서 생기는 피부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이나 감염 같은 환경적 자극이 유전 요인이 있는 환자에게 건선을 유발하는 것으로 거론된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건선은 세계적으로 3%의 유병률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1~2% 수준의 유병률인 것으로 추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건선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3년 15만6801명이다. 이중 사회 활동이 많은 20~50대 환자가 10만5763명으로 67%를 차지했다.
각질 동반한 홍반, 팔꿈치·무릎·두피에 나타나
초기 건선은 발진 위에 피부 각질이 새하얗게 덮인다. 더 진행하면 발진이 생긴 피부가 두꺼워지고 발진들이 합쳐지면서 병변이 커진다. 주로 팔꿈치·무릎·엉덩이·두피에 경계가 명확한 붉은 반점에 은백색 비늘로 덮인다. 가려워 손으로 긁거나 옷을 벗을 때 비듬처럼 후드득 떨어지기도 한다. 추워지면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노출 부위에 증상이 생길 경우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건선은 면역 질환으로 피부 증상 외에 동반 질환을 유발한다. 건선이 심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비만, 당뇨병과 같은 대사증후군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건선 관절염도 빈번하다. 건선 관절염은 건선 환자의 10~30%에서 관찰되는데 인대, 척추 및 말초 관절을 침범하는 염증성 관절염이다. 부종과 통증, 결림을 유발하며 한번 발병하면 관절 변형과 손상으로 운동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치료해야 한다. 건선으로 인한 염증 때문에 발생하므로 약물로 염증을 줄이고 통제한다. 증상이 약하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면 관절에 손상을 입힐 수 있어서 면역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기도 한다.
완전한 재발 방지 어려워, 지속적인 관리 필수
건선은 면역학적 질환이기 때문에 재발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다. 다만 지속적인 관리로 건선 병변을 호전시키고 이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일단 건선 병변이 사라지면 길게는 몇 년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피부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상처에 스테로이드 연고, 비타민D 유도체 연고, 보습제를 직접 발라서 치료한다. 면역 억제제에 반응이 적은 중등증 내지 중증 건선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권순효 교수는 “건선 환자는 약을 바르면 증상이 완화하기 때문에 다 나았다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선은 한번 치료하고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재발하는 질환으로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병원 치료는 물론이고 음주, 흡연, 스트레스, 피부에 자극을 주는 행동 등의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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