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600만 명, 말기 콩팥병 합병증 증가 속도 ‘위험’
[권선미 기자] 입력 2024.10.28 08.09
[당뇨병 환자, 신장 질환 경고 신호] ①투석 원인 1위는 2형 당뇨병
우리나라 성인 당뇨병 환자는 해마다 지속해서 증가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이미 600만 명을 넘어섰다. 만성 진행성 질환인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심혈관계, 신경계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몸의 중요한 노폐물 여과 기관인 콩팥에도 심각한 합병증이 찾아올 수 있다. 당뇨병콩팥병이 대표적이다. 만성 콩팥병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2~4명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이 없는 환자보다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이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뇨병은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한 말기 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말기 콩팥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콩팥병의 원인 질병을 분석했더니 1위가 당뇨병, 2위는 고혈압이었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콩팥병으로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한 연간 말기 콩팥병 환자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만성 콩팥병 환자의 치료 실태를 분석한 미국신장환자등록시스템(USRDS)의 최신 연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추세라면 한국이 전 세계 말기 콩팥병 유병률 1위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당뇨병, 말기 콩팥병 발생 증가의 주요 원인
전 세계에서 유례 없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은 말기 콩팥병의 주요 원인인 당뇨병 유병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좌경 교수는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콩팥병 증가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 당뇨병콩팥병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10년 콩팥 생존율은 40%에 불과하다. 결국 당뇨병콩팥병으로 투석 등 약해진 콩팥의 여과 기능을 의학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신대체 치료가 추가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말기 콩팥병 환자의 투석 치료를 위해 투입되는 의료비용은 1년에 3조원에 육박한다. 김 교수는 “말기 콩팥병으로 투석까지 진행하면 고혈압 환자 대비 1년간 총 의료비용이 혈액투석 환자에서 87배, 복막투석 환자에서 65배 증가하는 등 치료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환자 개인적으로도 평생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감도 상당하다.
━
당뇨병콩팥병 환자는 투석 고위험군
한국, 말기 콩팥병 증가 속도 가장 빨라
매년 혈액·소변 검사로 콩팥 모니터링해야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투석·신장이식 고위험군이다.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빠르게 나빠지고 이렇게 망가진 콩팥은 회복이 힘들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초기부터 콩팥 기능을 지켜주는 치료가 중요하다. 올해 2월부터는 당뇨병 동반 만성 콩팥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피네레논)이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되면서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피네레논은 콩팥의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 타깃해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2형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 손상을 막아 만성 콩팥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FIGARO-DKD 등 주요 임상 연구에서 피네레논 치료군의 콩팥 손상 지표가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콩팥 기능 유지하는 적극적인 치료 중요
이를 통해 말기 콩팥병으로 악화해 투석 치료 등으로 이행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춘다. 결과적으로 콩팥 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억제해 말기 콩팥병에 도달하는 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접근 방식이 다른 피네레논은 미충족 수요가 높았던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치료 전략에 변화를 가져왔다”며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단백뇨 감소 효과가 기저치 대비 30~40%로 매우 좋아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그 효과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어 적응증에 해당된다면 조기 투여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피네레논은 혈압·혈당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 기존 당뇨병·고혈압 치료제에 추가해도 큰 부담이 없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순간부터 매년 혈액·소변 검사로 콩팥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요하다. 콩팥은 여과 기능이 떨어져도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 콩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 검사로 콩팥 기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예측하는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살피고 소변검사로 알부민뇨가 검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한신장학회, 대한당뇨병학회를 비롯해 국제신장병가이드라인기구(KIDGO),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도 당뇨병 환자에게 매년 혈액·소변 검사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한다.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재생이 어렵다. 김 교수는 “콩팥 상태 모니터링으로 당뇨병콩팥병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단계 사구체 여과율 의미
1단계 분당 90mL 이상 콩팥은 손상됐지만 콩팥 기능은 정상
2단계 분당 60~89mL 콩팥 기능이 다소 떨어진 상태
3단계 분당 30~59mL 콩팥 기능이 감소돼 있는 상태
4단계 분당 15~29mL 콩팥 기능이 매우 감소돼 있는 상태
5단계 분당 15mL 미만 콩팥 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말기 콩팥병)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