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월경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자궁근종이 있다고 진단받은 30대 여성입니다. 평소 월경량이 좀 많고 허리·골반 통증이 심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근데 근종 크기가 크고 갯수가 많은 데다 허리·골반 통증 등 증상이 심한 편이라며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단 소견을 받았습니다. 자궁근종이 가임기 여성에게 흔하다곤 하지만 막상 진단받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아직 결혼을 안 했는데 자궁근종 수술을 받아도 임신·출산에 문제가 없을지 고민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의 조언
자궁근종은 20~40대 가임기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여성 질환입니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2~4명은 자궁근종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자궁근종의 크기가 커지고 갯수가 많아지면 비정기적인 하혈이 잦고 극심한 허리·골반 통증으로 일상이 불편해집니다. 자궁 안쪽에 생겼다면 착상을 방해해 난임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출산 시점이 늦어지면서 자궁근종을 비롯해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등 여성 질환이 가임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소침습적 접근으로 정밀한 수술을 지원하는 로봇 수술에 주목하는 배경입니다. 인튜이티브의 다빈치SP가 대표적입니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의사가 조종석(콘솔)에 앉아 3차원 영상을 보면서 로봇팔, 내시경 카메라를 조종해 수술하는 최신의 수술 트렌드입니다. 자궁은 골반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구조적으로 복잡해 병변을 육안으로만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자궁근종 로봇 수술은 자궁 내막 등 정상 자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크기, 위치에 있는 자궁근종을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배꼽 주변에 2㎝ 크기로 작게 절개해 흉터도 거의 남지 않습니다.
특히 로봇 팔로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자궁까지 직접 접근한 다음 내시경 카메라로 촬영한 3차원 이미지를 확대해 병변은 물론이고 방광·직장 등 인접 장기와 주요 혈관까지 세세하게 살피면서 정확도 높은 수술이 가능합니다. 정교한 수술로 신체 내부에 상처가 덜 생겨 회복도 빠릅니다.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염증·유착 등 수술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줄어듭니다.
자궁근종 로봇 수술은 탄탄하고 촘촘한 봉합이 가능합니다. 자궁근종을 제거하고 벌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상처가 낫기 전에 임신하면 태아가 자라면서 그에 맞춰 자궁이 부풀어 오르다가 덜 아문 수술 부위가 터질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 로봇 수술은 미세한 손 떨림 없이 자유롭게 구부리고 회전하면서 자궁내막, 자궁근육층, 자궁외막 등 3개의 근육층을 결에 맞춰 탄탄하게 봉합할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 로봇 수술 임상 연구에 따르면 향후 임신 계획 중인 여성에서 로봇 수술의 효과·안전성, 우수한 임신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향후 임신 계획이 있더라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수술 피로도를 줄여주면서 수술 정확도·안전성을 높이는 것도 강점입니다.
자궁근종 같은 여성 질환은 생명과 직결되진 않지만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일상으로 온전한 복귀가 치료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궁근종 등 여성 질환의 수술적 치료는 덜 침습적이고, 더 안전하면서, 치료 효과는 좋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소침습적 접근이 가능한 로봇 수술은 일상 복귀가 빠른 편의성과 함께 가임력 보존 등 기능적 이점으로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 접근법입니다.
참고로 자궁근종은 혹이 생기는 자궁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을 치료한 환자의 절반 이상은 치료 5년 후 자궁 어딘가에 자궁근종이 또 생기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없던 부위에 새롭게 자궁근종이 자란 것일 수 있고, 치료 당시엔 너무 작아 제거하지 못한 자궁근종이 자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궁근종은 하혈·통증 등 임상적 증상을 유발하거나. 임신에 방해되거나.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을 중심으로 우선 제거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지나치게 재발을 걱정하기보다 6~12개월 간격으로 자궁근종의 상태를 추적·관찰하면서 주치의와 상담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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