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넘어간 허리 통증, 알고 보니 혈액암 징후

[하지수 기자] 입력 2024.09.27 09.57

다발골수종 환자 70% 허리 통증 호소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던 김모(65)씨는 어느 날 계단을 내려가다 허리 통증이 극심해지는 걸 느꼈다. 여기에 다리에 힘까지 빠지자 급히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1차적으로 내린 진단은 척추 골절로 인한 신경 압박이었다. 골절의 원인을 찾기 위해 더 자세한 검사를 진행하던 중 원인을 모르는 빈혈도 있음을 알게 됐고 주치의는 혈액암을 의심해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켰다. 김씨는 이곳에서 혈액·골수검사 등을 통해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을 최종 진단받았다.


김씨처럼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다발골수종을 진단받는 사례가 종종 벌어진다. 보통 혈액암이라고 하면 백혈병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다발골수종도 이에 못지 않게 발생 빈도가 높다.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영훈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형질세포(항체 생산에 관여하는 백혈구의 일종)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암 중 하나"라며 "특히 60대 이상 고령에게서 잘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발골수종은 정상적인 항체 대신 M-단백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을 만들어 내 면역체계를 파괴한다. 뼈가 약해지고 파괴될 위험도 커진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이 허리와 갈비뼈 통증, 골절이다. 실제로 처음 다발골수종 진단받은 환자의 약 70%는 뼈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고칼슘혈증으로 갈증, 구역, 의식장애가 나타나는가 하면 빈혈로 숨이 찬 증상을 겪기도 한다. 신장 기능의 감소로 몸이 붓는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환자의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발골수종의 징후를 만성질환의 증상으로 오인해 진단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뼈 통증, 빈혈, 콩팥 기능 이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다발골수종에 대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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