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중요한 이유
[송준영 교수] 입력 2024.09.03 08.47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지난달 대비 6.4배 증가했다. 이 같은 확산세에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 중 65.6%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며 중증 환자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독감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후에는 세균성 폐렴과 심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도 크게 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는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층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글로벌 통계를 살펴보면 인플루엔자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자의 90%가 65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면역 노화와 만성질환으로 인해 중증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으로 국가 예방접종(NIP)을 통해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엔자로 인한 중증 환자의 상당 수가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표준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했을 때 건강한 성인에서는 60~90%의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인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는 30~40% 수준의 상대적으로 낮은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진다. 이는 백신 접종 후 생성되는 항체가 고령층의 경우 건강한 성인 대비 40~8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호주 등 여러 선진국에선 질병 부담이 큰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백신 효능을 높이기 위해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발표된 대한감염학회의 ‘2023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권고한 바 있다.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은 일반 백신보다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면역 반응을 향상시키는 어쥬번트를 함유한 면역 증강 백신과 항원 함량을 늘린 고용량 백신, 바이러스의 유전자 기반 단백질 합성 기술을 활용한 재조합 백신 등이 있다. 고령자에서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은 표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면역원성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률을 5% 높이는 것보다 5% 더 효과적인 백신을 도입하는 것이 인플루엔자 예방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접종률뿐 아니라 백신의 질에 따른 예방 효과 향상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률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높은 접종률만으로는 고령층을 보호하기 불충분하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을 통해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및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시급하다.
초고령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인 층의 건강은 장기적으로 사회·경제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노인 건강을 향상시키는 첫 걸음은 예방접종의 확대와 질적인 개선이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인플루엔자 질병 부담은 여전하며 해결해야 할 공중보건학적 과제다.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에 대한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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