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환자 곁 떠나지 않았다…국민 신뢰가 간호법 통과 이유”
[권선미 기자] 입력 2024.08.29 10.01
[인터뷰]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신경림 위원장
간호법 제정안이 여야 합의 끝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이번 간호법 제정안은 의사의 수술 집도 등을 보조하면서 의사 업무를 일부 담당하는 진료지원 간호사(PA 간호사)를 명문화하고 그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PA 간호사를 법제화했지만 국내 의료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었다. 현장에서는 이미 PA 간호사들이 의사의 의료 행위에 준하는 처치·시술이 이뤄지는 만큼 현실적으로 간호법을 제정해 이들에게 의료 행위 자격을 부여하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PA 업무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PA 간호사 교육 체계와 관리·운영 체계를 신속히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간호계는 전공의 집단 사직 등의 여파로 부족한 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하기 위해 투입된 간호사들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며 환영했다.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신경림(
사진) 위원장에게 간호법 제정 의미를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8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기분이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이번에 법 제정을 준비하면서 도와준 많은 여당, 야당, 정부 구성원들께 감사하고 특히 간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많은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께 정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 간호법은 저 뿐만 아니라 65만 모든 간호인의 숙원이었다. 사실 간호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통과됐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간호계 내부에서도 여야의 극한 대립 상황에서 법률 수정안이나 하위법을 만드는 것도 아닌 독자적인 법률 체계를 가진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힘든 상황이지만 기준은 명확했다. 건강은 여야가 없다. 무조건 여당과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자라고 생각했다. 새벽부터 국회의원 한분 한분 만나고 정부 관계자를 만나 설득했다. 내부적으로도 간호법 특강을 다니며 다시 조직원을 다독였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 이슈로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 의료 대란이 일어났다.
간호사의 입장은 처음부터 분명하다. 절대로 환자 곁을 떠나지 않겠다. 국민들이 아플 때 믿을 구석은 의사와 간호사 밖에 없다. 당연히 현장을 지켜야 한다. 이런 국민의 신뢰가 간호법 통과를 만들어 낸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간호법 제정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간호사는 제도권의 의료 현장에서 일하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의료 분쟁이 생길 때 간호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은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한다'는 의료법 한 줄 뿐이다.
PA 간호사로 불리는 진료지원 간호사가 가장 문제였다. 의사가 부족한 수술실 등에서 의사 업무를 하는 간호사인데, 이건 명백한 불법이다. 수술 같은 간호사가 배우지 못했고 하지도 못하는 일을 시킨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하다가 의료사고나 분쟁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그 행위를 한 간호사가 져야 한다. 법적 근거 없는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 상황도 있다. 간호사가 혈압을 재는 당연한 일이다. 근데 의사가 있는 병원 안에선 괜찮지만 병원 밖에서 재면 불법이다. 학교 보건실에서 다친 학생을 간호사 면허를 가진 앙호 선생님이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불법이다. 학교 안에는 의사가 없어서다. 의사가 없는 지역 보건소에서 간호사가 주민의 혈당을 체크하는 것도 불법이다. 다 할 수 있는 업무인데 의사가 없어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이번에 간호법 제정으로 해소된 것으로 본다.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하면 안 되는지가 명확해 진 것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환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간호법 제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건강 권리'를 국민이 가져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건강 권리는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우리가 내는 국민건강보험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당연히 국민이 가졌어야 할 '건강 권리'는 의료기관과 의사가 가지고 있었다. 관련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의사가 할 일을 간호사에게 시키고, 간호사가 할 일을 간호조무사에게 시키고, 그 차액을 부당한 이익으로 가져갔다. 국민은 똑같은 돈을 내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못 받은 것이다.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환자 수도 문제다. 선진국은 5~7명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16명이 넘는다. 당연히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간호법 제정이다.”
-향후 간호법 제정의 확정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간호법이 필요했던 이유는 하나다. 간호가 필요한 의료 현장에서 더 국민 곁을 지키기 위함이다. 간호법 제정이라는 큰 가닥이 잡혔으니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선진국 수준까지 늘리고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이 힘들어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가 너무 많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현장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간호 환경과 처우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간호와 돌봄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됐다. 국민 건강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 첫 단추를 꿰멘 것이다. 간호법이 잘 자리 잡아서 국민들의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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