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L, 고혈압·콜레스테롤·심뇌혈관 질환·치매 예방의 핵심
[류장훈 기자] 입력 2024.08.27 16.44
장수인자 HDL 심포지엄서 국내외 전문가 한목소리
"HDL(고밀도지질단백질)은 향후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과 치매,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핵심이다."
27일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개최된 '제2회 장수인자 HDL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HDL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건강 100세 시대의 걸림돌이 되는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핵심 물질이자 지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HDL은 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지방 농도가 낮은 지질단백질로,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LDL(저밀도지단백)의 반대급부로서 몸에 긍정적인 요소 정도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HDL의 역할에 주목한 연구자들의 연구가 거듭되면서 HDL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은 날로 높아졌다. 장수인자 HDL 심포지엄은 이러한 HDL의 연구 성과와 견해를 공유하는 자리로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이날 연단에 선 발표자들은 자신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저마다 HDL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번째 강연을 맡은 호주 UNSW대 의생명과학대학 케리앤 라이 교수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에서 HDL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죽상동맥경화 및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당뇨병 예방 및 혈당 조절에 도움 ▶고혈압 예방 ▶치매 예방 등의 효과를 역설했다.
라이 교수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유럽, 북아메리카인 3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장기 전향적 연구 68편을 분석한 결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SD(15mg/dL)씩 증가하면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22%씩 줄어들고 뇌졸중 위험은 7%씩 감소한다. 그는 "HDL은 LDL이 산화하는 것을 막고 단핵구를 혈관내피세포 쪽으로 이동하고 부착하게 하는 MCP-1을 억제해 초기 죽상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한다"며 "게다가 거품세포와 동맥경화반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호주 케리앤 라이 교수가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에서 HDL의 역할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또 당뇨병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 HDL의 핵심단백질인 ApoA-1, ApoA-2의 농도가 높을수록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향상되고 장기간 HDL에 노출된 인슐린 베타세포는 고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HDL 콜레스테롤의 증가는 제2형 당뇨병에서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혈당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고혈압 예방과 관련해서는 "HDL은 내피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작고 밀도 높은 HDL은 혈관의 이완을 촉진하며 플라크에서 콜레스테롤 배출을 통해 혈관 내강을 넓힘으로써 고혈압 예방 및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HDL의 치매 예방 효과와 관련해서는 이탈리아 밀라노대 약리학 및 분자생물과학 라우라 칼라브레시 교수와 일본 오차노미즈 건강&장수 클리닉 타쿠지 시라사와 교수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칼라브레시 교수는 "체내 콜레스테롤의 23%가 두뇌에 존재하고, 콜레스테롤이 필요한 곳엔 혈중 HDL과 LDL이 운반하는데 크기가 큰 LDL과 달리 HDL만이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에 진입해 콜레스테롤을 운반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HDL은 신경세포막에 과도하게 많은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신경세포와 세포막을 보호하고 학습과 기억형성에 핵심적인 시냅스 생성 및 가소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밀라노대 연구에 따르면 7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74명의 인지 기능이 건강한 사람을 비교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에 비해 높고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더 낮았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에스테르화 되지 않은 콜레스테롤의 비율이 더 높았다.
이에 대해 칼라브레시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혈장에서 콜레스테롤을 에스테르화시켜 HDL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LCAT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져 콜레스테롤 배출이 감소했으며 뇌척수액에서도 콜레스테롤 에스테르화의 감소 및 콜레스테롤 배출 감소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발표를 맡은 시라사와 교수는 "코바산 폴리코사놀-사탕수수왁스알코올은 HDL의 기능을 저하하는 CETP를 억제하고 HDL의 항산화·항당화·항염증 기능을 향상하며, LDL 산화를 억제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감소시킨다"고 전제하고 "특히 폴리코사놀을 통해 HDL의 ApoA-1 단백질의 기능이 강화하면 아밀로이드 베타의 올리고머(거대분자 단백질 복합체로 변화하는 화학적 과정)를 억제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가 말한 올리고머 형태의 아밀로이드 베타는 세포에 독성이 매우 강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관여하면서 신경세포의 사멸과 인지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시라사와 교수는 "HDL은 염증 매개체인 혈청 아밀로이드A를 억제해 혈뇌장벽의 기능장애를 개선한다"며 "폴리코사놀이 HDL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혈뇌장벽을 보호할 수 있는데, 혈뇌장벽은 가장 강력한 생체장벽 중 하나로 뇌세포를 둘러싸고 뇌혈관으로 외부 물질이 뇌 속으로 침입할 수 없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레이델연구원 조경현 연구원장이 '쿠바산 폴리코사놀에 의한 HDL의 양과 질 향상 및 혈압·콜레스테롤 배출',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예방심장학 아난드 로하트기 교수가 'HDL과 심혈관 대사 건강'에 대한 연구 결과와 의미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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